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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세뱃돈의 변천사…모바일 상품권까지 등장

[취재파일] 세뱃돈의 변천사…모바일 상품권까지 등장
올 설 명절에도 어김없이 어른들의 고민이 됐습니다.   자녀, 손주, 조카 등에게 세뱃돈 줄 생각하면 뿌듯하기도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부담을 느끼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설이 기다려지지 않는다고 응답한 30대 직장인의 절반이 세뱃돈, 부모님 용돈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래도 1년에 한 번 있는 설 명절인데 세뱃돈 스트레스를 줄이고 의미를 되살리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세뱃돈의 역사는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만, 문헌으로 보면 약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세배의 답례로 음식을 내놓는 게 관례였습니다. 1900년을 전후해 세뱃돈, 세배삯, 절값 등의 이름으로 돈 주는 풍습으로 바뀌었지만 그 당시에도 세뱃돈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습니다. 1920~30년대에는 어린이들이 세뱃돈을 받지 못했다고 울면서 떼를 쓰거나 험담까지 하는 세태를 비판하면서 "어린이들에게 세뱃돈을 주지 말라"는 칼럼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전쟁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 1960~70년대에는 경제 사정이 빠듯해 음식을 배불리 먹어도 만족하던 시대였지만 세뱃돈 풍습이 자리잡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안양에 사는 이규환(60세)씨는 60년대 초 설날에 세뱃돈을 50~100환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10환이 붕어빵 1개 정도의 가격에 불과했지만 그나마도 경제사정이 괜찮은 집안에 속해 이정도 받았다는 겁니다. 세뱃돈을 받으면 화약 넣고 쏘는 딱총을 샀다는 기억도 꺼냈습니다. 

1972년에 1만 원권이 등장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금 세뱃돈의 대세로 자리잡은 1만 원과 당시의 1만 원은 그 가치가 크게 차이난다는 점입니다. 1만 원권이 발행됐을 당시에도 고액권 발행에 반대하는 여론이 거셌습니다. 2009년 5만 원권 발행당시의 고액권 논란과 흡사합니다. 1972년 1만 원권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20만 원 정도하니 고액권 논란은 당연했는지도 모릅니다. 

80년대 초, 지폐의 최소 단위가 1천 원권으로 바뀌면서 아이들 세뱃돈도 1천 원으로 뛰었습니다. 90년대, 경제 성장이 본격화하면서 세뱃돈은 만 원 단위로 껑충 뛰었지만,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다시 천 원짜리가 등장하는 등 세뱃돈도 경기를 탔습니다. 이후 5만 원권이 등장하면서 세뱃돈에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요즘엔 중고등학생 정도면 5만 원권을 내밀어야 흡족해 하는 얼굴을 볼 수 있으니 세뱃돈 단위가 그만큼 높아진 겁니다. 

세뱃돈 부담과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빌어올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세뱃돈은 복주머니에 돈을 넣어 재복이 깃들라는 의미였습니다. 중국에도 세뱃돈을 주는 풍습이 있는데 빨간 복주머니나 봉투에 돈을 넣어 주는 것도 똑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또 세뱃돈을 줄 때 봉투에 '책 값', '붓 값'이라고 그 용도를 지정해주기도 했습니다. 허튼데 쓰지말고 공부하는데 쓰라는 말입니다. 받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스트레스 받는 일이지만, 그래도 주는 사람은 아이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현금대신 문화상품권을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문화상품권은 5천 원 단위로 2~3만 원어치만 사서 줘도 많아 보이고, 책을 사거나 영화를 볼 수 있어 문화상품권 매출이 설 전에 급증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종이 상품권 대신 모바일 상품권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오픈마켓 옥션이 지난해 1월과 올해 1월의 모바일상품권 판매현황을 조사했더니 무려 15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모바일 상품권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종이 상품권보다 5%가량 저렴해 부모들이 인터넷에서 구입해 아이들 스마트폰으로 직접 전송해주기도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설 명절을 맞아 은행 창구에는 신권을 바꾸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백화점에도 신권 교환창구를 마련해 고객들을 유혹하기도 했습니다. 빳빳한 신권을 세뱃돈으로 주려는 어른 마음도 중요하지만 세뱃돈의 의미를 자녀들에게 전달하고 그 전통을 이어가는 일은 더 중요합니다. 한 시중은행에서 설 전 발행한 외화 세뱃돈 1만 5천 세트가 순식간에 팔렸습니다. 우리 돈 3만 원~5만 원에 불과하지만 미국, 일본, 중국, 호주 지폐가 들어 있어 자녀들에게 글로벌한 마인드를 키워준다는 교육적 목적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뱃돈에도 액수보다는 마음과 의미를 담는다면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그 의미를 더 크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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