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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비둘기 옐런'은 잘해낼 수 있을까?

주목되는 美연준 첫 여성 의장의 행보

[월드리포트] '비둘기 옐런'은 잘해낼 수 있을까?
  미국 경제가 견고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은 3.2%를 기록했다. 시장이 예상한 3.0%을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16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도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 경제 활동의 70%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는 3.3%나 증가하며 3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미 연준이 두 달 연속 양적완화 규모의 축소를 결정한 다음 날 나온 이 지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채권매입 규모 축소 결정은 이미 성장률 지표를 염두에 두고 나왔다는 추측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큰 변화는 미 연준 의장의 교체이다. 사상 첫 여성 의장, 재닛 옐런이 이제 의사봉을 넘겨받은 것이다.

긴축시점에 취임한 양적완화의 여신

재닛 옐런은 미 통화당국의 대표적인 온건론자이다. 전임 벤 버냉키와 고비 때마다 의견을 함께 해왔다. 사상 유례없는 양적완화 정책은 옐런의 전폭적인 지지와 이론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미국내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행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경제 왜곡을 우려해 돈 뿌리기를 중단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버냉키는 부의장 옐런의 지지로 자신의 뜻을 고수할 수 있었다.

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던 시점인 지난해 가을, 버냉키의 후임으로 임명된 옐런은 지명자 연설에서도 "미국에는 여전히 경기확장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망설임없이 외쳤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의 임기가 시작된 시점은 공교롭게도 미국의 출구전략이 본궤도에 들어서는 순간이 되었다. 버냉키는 지난 29일 마지막으로 주재한 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규모의 2차 축소를 결정했고 미국의 통화정책이 긴축시점에 들어섰음을 세계에 공식화시켰다. "옐런은 이륙 전문가인데 착륙을 맡게됐다"는 비유는 그래서 나온다.

옐런 새 의장이 펼칠 통화정책의 환경은 크게 두갈래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미국의 완연한 경기 회복세이고, 하나는 여전히 불확실한 미국내 고용상황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줄곳 강조해 온 옐런이라면 세계시장, 특히 신흥국들이 기대하고 있는 출구전략 속도조절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법도 하다. 하지만 옐런의 시대, 미 연준의 의사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내부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는 점은 섣부른 전망에 경고를 던지고 있다.

매파에 둘러싸인 비둘기파 의장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10일, 옐런이 맡았던 연준 부의장 자리에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를 임명했다. 버냉키의 충실한 동반자였던 옐런과 달리, 피셔의 개성과 무게감은 남다르다. 그는 MIT 교수시절 벤 버냉키 의장, 유럽중앙은행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를 지도했던 스승이다. 무엇보다 그는 물가상승 억제를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매파 중의 매파이다. 그가 이끌었던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세계에서 가장 빨리 출구전략에 돌입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왜 옐런과 대척점에 있는 그를 부의장으로 임명했을까? 월 스트리트 저널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 연준이 지나치게 통화확정적 정책으로 기우는 것을 우려해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고 분석했지만 실상은 더 정치적일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미국 정치권에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유대인 사회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유대인 인사가 유독 많은 미 금융회사들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견제와 균형이 아닌 '안배인사'였다면 얘기는 더 복잡해진다.

부의장 지명보다 중요한 변화는 FOMC 회의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지역연방은행장들이 대거 교체된다는 점이다. 올해는 특히 임기종료와 개인의 사임 의사로 12명의 멤버 중 7명이 바뀔 예정이다. 부의장 피셔와 함께 투표권을 갖게 된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버냉키의 양적완화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던 대표적인 '매파'인사들이다. 플로서는 "돈은 이제 풀릴 만큼 풀렸다. 양적완화가 일자리는 커녕, 물가상승 기대감을 키워 경제 왜곡요인을 누적시키고 있다"고 회의 때마다 비판해왔다. 바뀌는 7명 중 비둘기파 옐런과 매파 3명이 들어왔고 나머지 3명은 아직 미정이다. 하지만 사임하는 이사들이 모두 비둘기파 성향인 것을 감안하면 연준 내부의 구도가 상당히 크게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옐런은 버냉키처럼 다수 지역연준총재들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젠 옛말이 된 의장의 절대권위...Fed는 변할 것인가?

1990년대 미국 금융시장을 한 손에 장악했던 앨런 그린스펀은 '미국 경제의 신'으로 불린다. 은퇴한 그가 사석에서 가끔 내놓는 한마디 때문에 주식시장이 움직일 정도이니 현직 때의 카리스마를 상상할 수 있다. 당시 지역연준총재들은 '거수기'라는 비하에 시달려야했었다. 최근엔 뉴욕타임스가 벤 버냉키를 '미국 경제의 부처님'으로 표현했다. 그린스펀과는 다른 스타일이지만 조용하고 차분하게 역시 그만의 독톡한 권위에 기반해 통화정책을 주도해왔다. 비둘기파가 다수인 위원회 구성도 그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옐런의 시대에는 양상이 확 바뀔 가능성이 크다. FOMC 회의 때마다 각 지역총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의견이 엇갈릴 때, 그녀는 권위가 아닌 논리공방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유럽 신문들은 옐런의 가장 큰 숙제로 "대립되는 성향의 위원들을 설득하고 조율해야 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임자들보다 그녀가 불리한 환경임은 분명하다. 

   험로 예고..기준금리 인상의 악역을 맡게 될 운명

'양적완화론자'였던 옐런은 공교롭게도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뿌려진 4천조원이라는 엄청난 달러화를 충격없이 거둬들여야하는 연착륙의 임무를 맡게 된 셈이다. 버냉키가 마지막 회의에서 단호하게 양적완화 추가축소를 결정한 것은 속도조절에 나서야하는 옐런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옐런은 평소 강조해왔던 고용지표를 최우선 기준으로 통화정책을 펴나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미 두차례의 테이퍼링으로 불붙은 시장금리의 오름세는 그녀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 것이다. 

  옐런의 시대에 대한 가장 독특한 전망은 아마도 "옐런이 생각보다 강직한 비둘기파가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지표와 데이타를 중시하는 학자 출신 의장으로서 미국의 경제지표가 개선되면 우리가 알던 정책성향은 무의미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월가는 양적완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분위기이다. 돈 뿌리기는 올해 안에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옐런의 행보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그토록 강조하던 초저금리 정책에서 벗어나 기준금리 인상의 깃발을 드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녀 스스로가 맞다고 판단해서라면 아마도 버냉키 의장처럼 훗날 박수를 받으며 자리를 떠나겠지만, 연준 내부의 의견에 밀려서이거나, 아니면 제3의 힘이 작용해서라는 평가가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미국 경제에 불고 있는 봄바람에도 불구하고 옐런의 임기는 험난한 길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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