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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불꽃과 밀랍으로…예술로 태어난 매화

<앵커>

제주에서는 벌써 매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서울은 아직 아니죠. 대신에 쇠와 밀랍으로 만든 매화가 피었습니다.

권란 기자입니다.



<기자>

쇠를 자르고, 용접하고, 망치로 두드리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시끄러운 소음과 거친 불꽃 속에서, 한 송이 매화가 활짝 피었습니다.

차갑고 딱딱한 쇠에서 탄생했지만, 사군자 그림 속 매화처럼 단아하고 고결한 모습입니다.

절단기와 용접기로는 거칠면서도 섬세한 붓질이, 하얀 전시장 벽에 비친 그림자로는 먹의 농담이 표현됩니다.

[조 환/작가 : 획이 어떤 표정들을 다 가지고 있고, 그와 마찬가지로 제가 쇠를 자를때도 그런 표정들을 그 쇠에서도 나타낼려고 하기 때문에 같다고 봐요.]

예로부터 선비들이 가장 사랑했다는 매화가, 진한 매화향 대신 향긋한 꿀 향기를 풍기며 피었습니다.

400년 전 실학자 이덕무가 만들었다는 '윤회매'입니다.

짧게 피고 지는 게 아쉬워 벌집인 밀랍을 녹여 만든 조화입니다.

벌이 꿀을 만들고, 꿀에서 밀랍이 생기고, 그 밀랍이 다시 꽃이 되니, 돌고 도는 '윤회'라는 겁니다.

[다 음/작가 : 우리 삶도 그렇게 수많은 세월동안 흘러왔고 단지 꽃에서 우리 삶을 한 번 이렇게 반추해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 변신한 한국화 속에서도, 엄동설한 속 가장 먼저 피어나 봄을 알린다는 매화는 여전히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주 범, 영상편집 : 최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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