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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거침없는 출구전략…제갈길 가는 미국

미 연준, 양적완화 추가 축소결정의 배경과 파장

[월드리포트] 거침없는 출구전략…제갈길 가는 미국
혹시나하는 예상도 있었지만 미 연준의 결정은 거침이 없었다. 2월부터 중앙은행의 시중 채권매입 규모를 다시 100억 달러 더 줄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두달 연속으로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한 것도 놀랍지만, 이번 결정이 만장일치 찬성으로 이뤄졌다는 것도 이례적이다. 일부 미국 언론은 "떠나는 버냉키 의장을 예우한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거대 국가의 중요한 정책결정이 과연 그런 이유로 진행됐을까? 미국 통화당국은 경기회복세에 대한 자신감 외에도 출구전략의 속도를 더 내야한다는 압박을 느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례적 만장일치…美연준 이사들의 속내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흘러들며 자산거품을 키운다는 지적까지 나왔던 '돈 뿌리기'정책, 그 규모를 빨리 축소해야한다는 의견은 이미 지난해 중반부터 나왔었다. 중요한 이유는 미국 경기의 회복세였지만 너무나 엄청난 유동성 공급의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그 이면에 계속돼왔다. 우리 돈으로 무려 4천 조원에 가까운 달러가 뿌려지는데도 미국의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는데 대한 불안감은 버냉키의 마음 속에, 또 연준 위원들에게 큰 부담이었다. 지표에 잡히지 않는 인플레의 움직임이 지하에서 진행되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의문이었다.

첫번째 배경이 물가라면, 두번째 배경은 양적완화 정책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다. 엄청난 돈이 뿌려지는데도 시중의 통화량은 좀처럼 빨리 늘어나지 않았다. 상당한 현금은 신흥국들로 흘러들어갔고, 또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몰렸다. 그리고 더 많은 돈이 미국 대형은행들의 지급준비금으로 쌓여갔다. '밑 빠진 독에 물수위를 조금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빨리빨리 물을 퍼붓는 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현재 2% 수준으로 안정된 물가가 언제라도, 단기간에 급격히 뛸 수 있다는 부정적 시나리오는 상식적이었다. 연준은 테이퍼링에 착수하면서도 '초저금리 기조'는 유지한다는 발표로 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테이퍼링의 가속은 시장금리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FOMC의 이번 결정은 원론적이면서도 약간의 다급함이 엿보인다. 다음 달로 다가온 미 연방정부 부채한도조정 시한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이런 걱정들을 뒤로 밀어놓기엔 큰 변수가 아니었던 셈이다.

신흥국들은 어떻게?…미국 연준의 목적은 '미국경제'

달러 캡쳐_500
외신들은 이번 결정이 신흥국들의 자금경색과 유출을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인도 등의 신흥국들과 러시아까지 통화가치의 급락사태를 겪고 있다. 해당 국가들의 상황은 국내적이면서도 국제적이다. 국내 정치상황과 발생요인들이 금융위기의 주요 배경이긴하지만 여기에 미국의 출구전략까지 겹쳐진 지금 해외투자자와 펀드들이 일단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어떻게보면 당연한 흐름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 때문에 미국이 출구전략을 자제해야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순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번 연준 결정은 확인해주고 있다. FOMC 회의직후 나온 성명에 신흥국들에 대한 우려는 없었다. 미국 경기상황과 고용, 물가 등 한마디로 '미국 경제'가 통화정책의 결정 기준이지 해외 변수는 중심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신흥국가들의 저변에 깔린 미국의 정책에 대한 의존심리는 부질없는 것이라는 냉정한 환경을 다시 알게된 셈이다. 한편으론 낙관적 해석도 나온다. 미국경제가 앞으로 세계경기 회복의 열쇠인 만큼, 미국의 정책이 미국을 위해 이뤄지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나쁠게 없다는 논리이다.

떠나는 버냉키…의사봉 넘겨받는 옐런

미국 버냉키 의장
8년 동안 미국의 통화정책을 이끈 벤 버냉키 의장은 이번 회의를 마지막으로 31일 물러난다. 이번 결정이 나오기 전 일부 언론은 "신흥국들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버냉키가 마지막에 악역을 맡지 않을 수도 있다"며 양적완화 축소의 연기를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버냉키는 차기 의장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않았다. 그는 돈 뿌리기를 더 줄여야한다고 판단했고 그대로 결행했다. 대표적 비둘기파인 옐런 의장도 지금과 같은 양적완화 출구전략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월가는 옐런이 처음으로 의사봉을 잡게되는 3월 FOMC 회의를 비롯해 앞으로 이어질 정례회의에서도 양적완화 규모를 계속 줄여 올해 안에 이 정책을 종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출구전략은 이제 본격 궤도에 들어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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