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AI)를 막기 위해 온갖 힘을 쏟아온 충북도의 방어망이 뚫렸다. 2003년 12월 이후 10년 만이다.
충북도는 지난 10년간 울산, 충남 등 전국 곳곳에서 AI가 터져 비상이 걸렸을 때도 '청정지대'를 유지했다.
도는 올해 '11년차 AI 청정도(道)'를 유지한다는 방침 아래 AI 방역 예산 16억원을 세워놓고 감염 차단에 주력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AI 감염이 확인되자 충북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감염경로 오리무중…철새 가능성 제기
충북도에 비상이 걸린 것은 지난 16일부터다. 진천·청원·음성·충주 지역의 16개 가금류 농가가 전북 고창의 AI 확인 농장에서 새끼 오리를 공급받은 사실이 밝혀진 이후다.
충북도는 곧 400여명의 인력과 300대가 넘는 소독장비를 동원해 축산농가와 철새 도래지에 대한 방역활동을 강화했다.
안간힘을 쓴 결과 지난 24일 16개 농장에 이상이 없다는 정밀검사 결과까지 받으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악재는 다른 곳에서 타졌다.
28일 AI 감염이 확인된 전천군 이월면 삼용리 농장은 16개 농장과는 거래나 왕래가 전혀 없는 곳이다.
이 때문에 충북도는 더욱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방역에 만전을 기했고, 농장별로 전화 예찰을 하는 등 AI 발생을 웬만큼 막았다고 판단하고 있던 터라 충격이 컸다.
다만 이 농장이 진천 백곡·초평저수지, 음성 맹동저수지와는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인근에 미호천 상류가 흐른다는 점에서 철새에 의한 감염을 의심하고 있다.
2003년 12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AI가 발생한 음성군 삼성면의 가금류 농장도 철새 도래지와는 전혀 무관했지만 부근에 철새가 서식하는 작은 하천이 있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감염 원인을 알 수 없다"며 "역학조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철새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10년 전엔 90만마리 살처분
충북도의 가축방역 관계자들은 올해 들어 "10년 전의 악몽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며 AI 방역 체계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AI가 확인되면서 2003년 12월의 악몽이 되풀이 될 처지에 놓였다.
10년 전 도내에서 고병원성 AI가 처음 확인된 곳은 음성군 삼성면 청룡리의 한 종계농장이었다. 1997년 홍콩에서 인명피해까지 초래했던 바이러스(H5N1)와 같은 유형이어서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나흘 뒤 같은 면 천평리, 엿새 뒤에는 같은 면 상곡1리, 며칠 뒤에는 음성군 대소면 삼정리와 미곡리의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AI 감염이 각각 확인됐다.
도와 음성군은 군부대의 지원까지 받아 반경 10㎞ 이내인 경계지역 내의 가금류 사육 농가에 대해서도 모두 살처분 조치를 취했다.
이런 데도 같은 달 23일 진천군 이월면 삼용리에서 AI가 발병, 살처분이 이어졌다.
당시 도내에서 살처분된 가금류는 59개 농가, 90만마리에 달했다.
◇ 예방적 살처분 범위 넓어질 듯
10년 전의 '악몽'을 기억하는 충북도와 진천군은 이월면의 종오리 사육농가에서 AI 감염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하루 뒤 바로 예방적 살처분에 나섰다.
대상은 해당 농장을 포함해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가금류 농장 2곳에서 키우는 오리 1만400여마리다.
그러나 향후 정밀검사 결과가 고병원성으로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반경 3㎞까지 살처분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진천군의 한 관계자는 "고병원성으로 확인된다면 살처분 범위를 넓히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에 따르면 해당 농가에서 반경 3㎞ 내의 가금류 사육 농가는 14곳으로, 가금류 24만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충북도도 고병원성 AI로 확인될 경우에 대비해 살처분에 필요한 인력 확보에 착수했다.
도의 한 관계자는 "고병원성 여부는 하루 이틀 뒤면 확인될 것"이라며 "고병원성으로 확인된다면 실·국 협의를 거쳐 인력을 지원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청정지대'서 10년 만에 AI 확인…충북 비상
방역 주력했던 충북도 '당혹'…철새에 의한 감염 의심<br>고병원성 AI 확진 땐 예방적 살처분 범위 넓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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