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여명의 개인투자자를 울린 '동양 사태'는 악화하는 재무구조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만은 피하려는 현재현(65) 동양그룹 회장의 경영권 욕심에서 비롯됐습니다.
계열사들은 자기 매출액의 10배가 넘는 CP(기업어음)를 무작정 발행했습니다.
본래 목적과 달리 현 회장 개인의 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데 악용된 CP와 회사채는 10년 가까이 계열사들 사이를 떠돌다가 결국 '1조원대 폭탄'이 돼 시장에 던져졌습니다.
오늘(28일) 검찰이 현 회장을 비롯한 동양그룹 주요 임원 11명을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적은 사기액수는 1조3천32억원입니다.
이는 지난해 2월22일 이후 계열사들이 찍어냈다가 갚지 못한 CP와 회사채의 규모입니다.
사기 행각의 발단은 이미 10여년 전에 시작됐습니다.
현 회장은 옛 동양메이저, 현재의 ㈜동양을 사실상 지주회사로 두고 주요 계열사들의 주식을 보유하는 구조로 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2004∼2005년 재무상황이 악화하면서 당시 동양메이저만으로는 지배권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현 회장은 개인 재산 대신 CP를 산 투자자들의 돈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CP를 발행해 자금을 끌어온 뒤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매집했습니다.
계열사들을 계속 거느릴 수는 있었지만 한 곳이 무너지면 함께 부도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동양레저와 동양캐피탈은 각각 매출의 12∼13배에 달하는 CP를 발행했습니다.
동양캐피탈은 2006년 이미 영업수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망가진 상황이었습니다.
검찰은 총체적인 파산 직전의 상황에서 그룹을 해체하는 수준의 구조조정이 필요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현 회장은 반대로 CP를 통한 연명을 택했습니다.
2012년 10월 장모로부터 받은 1천600억원 상당의 오리온 주식으로 CP를 상환하는 대신 동양네트웍스에 빌려줘 우량자산과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도록 한 게 단적인 예입니다.
현 회장의 이런 범행은 동양증권을 계열사로 둔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동양증권은 투자에 적합한지 따지지 않고 CP를 대신 팔아줬습니다.
CP를 찍는대로 그만큼의 자금이 조달됐습니다.
동양증권은 리스크를 검토해 고객을 보호하기는 커녕 오히려 지점별로 판매량을 할당하고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며 판매에 열을 올렸습니다.
동양증권과 계열사들은 CP를 원활히 팔아치우기 위해 다양한 편법도 동원했습니다.
동양파워의 가치가 1조원 이상이어서 미래의 동력으로 작용해 그룹의 전망이 밝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퍼뜨렸고 2012년 동양그룹 부도설이 퍼지자 2조원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급조한 뒤 실제 2천692억원의 자산만 매각해놓고 순조로운 구조조정을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뿌렸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자 오리온그룹이 자금지원을 결정했다는 거짓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동양인터내셔널의 경우 CP 발행에 필요한 매출 규모를 확보하려고 실제 30억원대에 불과한 연 매출액이 2천억원대로 둔갑해 공시되기도 했습니다.
동양그룹은 CP와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금의 비중이 계속 늘어나면서 신용도가 바닥으로 떨어져 대출로 자금을 댈 수 없는 '신용불량' 기업으로 전락했고 결국 연쇄부도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동양그룹은 '돌려막기'식 경영권 방어를 계속해 사실상 부도 상태에 직면한 지난해 7∼9월 계열사들끼리 서로 매입해준 CP만 6천231억원어치에 달했고 피해는 결국 소액주주와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그룹의 부도액 3조2천867억원 가운데 CP와 회사채는 2조3천930억원 상당인데 개인투자자가 매입한 CP·회사채는 1조6천999억원에 달합니다.
(SBS 뉴미디어부)
동양 계열사들 매출액 13배 CP 찍어 '폭탄 돌리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