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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봐] 황정민 "지난 10년간 연기에 대한 강박감 있었다"

[대물봐] 황정민 "지난 10년간 연기에 대한 강박감 있었다"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이른바 '대물봐' 네 번째 주인공은 영화배우 황정민 씨입니다. 지난해 영화 '신세계'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황정민 씨는 최근 '남자가 사랑할 때'(감독 한동욱, 제작 사나이 픽처스)로 무려 7년 만에 멜로 영화에 귀환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SBS 연예스포츠 페이스북을 통해 팬들의 질문을 받는 '대물봐'로 진행했습니다. 디시인사이드의 황정민 갤러리에서 충성도 높은 팬들은 '황충'으로 부르고 있는데요. 이번 대물봐에는 그 '황충'들의 참여가 뜨거웠습니다.

참고로 이번 인터뷰에서는 팬들의 궁금증과 기자의 궁금증을 함께 물었습니다.     

Q. 무려 7년 만의 멜로 영화입니다. 따지고 보면 황정민 씨의 출세작은 '너는 내 운명'이었는데요. 그럼에도 그동안 멜로 영화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따로 있나요?

A. 최근 한국 영화 연간 라인업을 보면 멜로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예요. 돈이 안 되다 보니 기획 자체가 준거죠. 그러다 보니 기회도 없고 또 저에게 맞는 멜로를 찾기가 어려웠어요. 아이스크림도 골라 먹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배우로서 관객에게 선택의 재미를 줄 의무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신세계'와 '전설의 주먹'이 끝나자마자 이 영화 이야기를 들었고, 제작사 대표와 우격다짐으로 만들어보자고 했죠. 사실 저는 멜로 영화를 참 좋아하거든요.

Q. 멜로 영화를 특히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지은)

A. 사랑이라는 감정은 표현하기가 어려운데요. 그래서 더 재밌어요. '신세계' 같은 영화는 관객들은 모르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조폭이라는 우리 주변에서 낯선 인물을 캐릭터화해서 연기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멜로 영화와 캐릭터는 달라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누구나 한 번쯤 느껴본 감정이에요. 설레임, 행복, 고통 등 사랑으로 수반하는 감정을 관객이 공감하게끔 연기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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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자가 사랑할 때'의 캐릭터 '태일'은 '신세계'의 정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듯한 캐릭터예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캐릭터를 분석했고, 어떤 점을 다르게 연기했는지 궁금해요.

A. '신세계'의 정청 역에 이어 또 건달 역할을 맡은 것에 부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배우들이 비슷한 캐릭터를 연이어 하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면서 정청과 태일은 많이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야기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또 무엇보다 캐릭터의 성격이 달라요. 그 점을 염두에 두고 태일을 연기했어요. 

Q. 정청은 골드문이라는 거대 폭력조직의 2인자고, 태일은 동네 대부업체에서 일하는 건달이라는 차이도 있겠네요. 의상과 분위기도 좀 다르더라고요. 동네 건달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의상부터 말투, 걸음걸이까지 설정을 꼼꼼히 했더라고요. 특히 과장된 걸음걸이가 인상적이었어요.

A. 제가 원래 오다리이긴한데 일부러 더 그렇게 걷기는 했죠. 그쪽 분야에 계시는 분들이 특유의 과장됨이 있어요. '나 이런 사람이야'하는 분위기를 사람들에게 풍기기 위함이겠죠. 의상은 화려한 무늬와 촌스러운 색상을 많이 입었는데 잘 어울렸나요?(웃음)

Q. '신세계'때도 느꼈지만, 참 욕을 차지게 잘하는 것 같아요. 애드립도 무척 많았다고 들었어요. 욕 연기를 잘하는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임예빈)

A. 남자들은 말을 잘 안 할뿐이지. 누구나 어느 정도 욕은 해요. 저도 평소 친한 사람들에게는 친근감의 표시로 욕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그런 것에 익숙하다 보니 욕 연기도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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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자가 사랑할 때'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기도 하지만, 가족 간의 사랑이 부각된 면이 참 좋더군요.

A. 그게 이 작품을 택한 가장 큰 이유일 거에요. 가족에 대한 사랑, 특히 태일이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부분을 보고 이 영화의 특별함을 알게 됐어요. '영화 제목이 왜 남자가 사랑할 때일까'라고 궁금해했는데, 이 영화를 하면서 남녀 간의 사랑도 사랑이지만, 남자가 아버지를 사랑할 때 혹은 남자가 가족을 사랑할 때 어쩌면 진정한 남자가 되는 것 아닌가 싶더라고요. 

Q. 태일이 라면을 먹으면서 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가 아닐까 싶네요. 황정민 씨의 절제된 연기에 많은 관객이 눈물을 쏟았는데요. 촬영 당시의 분위기와 연기 방식에 대해서 좀 알려주세요.(권지언)

A. 태일치 처음으로 자신의 사랑에 대해 말로 표현하는 장면이죠. 그 장면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느낌이 왔어요. '이 신은 내가 잘할 수 있겠다'고. 그런데 이상하게 리딩 할 때는 느낌이 잘 안 오더라고요. 실제 촬영을 해보니 빨리 오케이 사인이 나왔어요. 그런데 스스로는 만족이 안 되더라고요.

전 연기할 때 손끝, 발끝이 저릿저릿한 느낌을 원했어요. 그래서 재촬영을 요청했고 시간을 3일 정도만 달라고 했어요. 스태프들 쉬는 날을 빼서 재촬영을 했는데 '뜻대로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었어요. 다행히 촬영을 잘 마쳐서 재촬영분을 최종컷으로 쓰게 됐어요. 스태프들이 보기엔 크게 다르게 안 보였을지 몰라도 제 눈에 확실히 비교가 되더라고요.

Q. 늦었지만, 청룡상 남우주연상 받은 것 축하드려요. 2013년은 황정민 씨에게 정말 특별한 한해였죠?

A. 감사합니다. 그런데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전 시상식장 가는 게 아직도 어색해요. 레드카펫 서는 것도 무안해서 늘 일찍 가요. 카메라 후레쉬 좀 덜 받으려고요.(웃음) 그날 만큼은 작품이 아닌 황정민이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그게 너무 쑥스러워요. 솔직히 그날 남우주연상은 (설)경구 형이 받을 줄 알았어요. 저도 그렇게 제 와이프도 그렇고 '소원'을 너무 감동적으로 봤어요. 또 전 경구 형의 연기가 너무 좋다고 느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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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994년 연극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해 올해로 20주년이 됐네요. 지난 20년을 돌이켜 봤을 때 이 작품은 참 잘했다 싶은 게 있다면요? (김민지)

A.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요. 흥행은 잘 안됐지만, 그 영화는 배우 황정민이 아니라 인간 황정민에게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에요. 영화가 만들어진 계기가 특별하거든요.

당시 태풍 매미 때문에 강원도가 쑥대밭이 됐어요. 사람들이 자원봉사하는 모습을 뉴스에서 보는데 '왜 난 여기 있지?' 이 생각이 들면서 제 자신이 창피한 거에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저 사람들이구나 싶었어요. 술을 마시면서 제작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모태가 돼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시놉시스가 만들어졌고, 영화가 탄생했어요. 그분들에게 "당신이 이 나라의 슈퍼맨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에요. .

Q. 영화에서 태일은 호정을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잖아요. 황정민 씨 인생을 바꾼 결정적 순간을 꼽자면 언제였을까요?

A. 음... 30대 초반쯤. 이제 연극을 그만하자고 결심했던 그때였던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제 개인을 위한 삶이었다면 그땐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아보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판에 뛰어들었고, 지금까지 온 거죠.

Q. 연기를 시작할 때 2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 적 있나요? 있다면 그때의 상상과 현재의 모습이 비슷한지 어떤지 궁금 하네요.(나예리)

A. 내가 마흔쯤 되면 어떤 배우의 모습일까 궁금해했던 것 같아요. 그땐 마흔이 큰 나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마흔이 되고 나니 내 스스로가 좀 편해졌다고나 할까요. 30대까지는 안달복달하면서 경주마처럼 달렸어요. 그러나 이제는 욕심을 내려놓고 즐기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일하는 게 너무 신나고 재밌어요. 아마 이런 걸 느끼고 싶어서 막연하게나마 마흔을 꿈꿨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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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배우 황정민 씨에게도 어떤 강박감이 있었던 것 같네요. 영화계 데뷔한 이후 평단의 호평과 대중의 인기를 동시에 얻었는데 왜 그런 강박관념을 가졌던 건가요?

A. 10년 정도 내내 그랬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잘한다"고 하지만 스스로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있었죠. 스스로 해소되지 않은 목마름도 있었고요. 하루에 3~4시간 정도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데 그때마다 스스로와 얘기를 많이 해요. '지나가는 사람 10명에게 물어봐. 황정민 연기잘해?라고 물으면 대부분 잘한다고 할 거야. 그러니까 이제 좀 즐겨' 이런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 있는데 그때부터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Q. 이번 영화가 타인과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 등 사랑을 다룬 영화인만큼 원초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황정민 씨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채리 수현)

A. 사랑하면 유치해져요. 그건 배운 사람이든 아니든, 돈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마찬가지죠. 요즘 연인들 보면 밀당하고, 간 본다고 하는데 그거 재미없어요. 사랑하면 자신에게 가장 솔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전 아내에게 밥 한끼 얻어먹으려고 잘했던 남자고, 지금도 그래요. 아내 말은 항상 잘 들어야죠.(웃음) 그런 면에서 태일이와 좀 비슷한 면이 있죠.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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