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터뷰는 SBS 연예스포츠 페이스북을 통해 팬들의 질문을 받는 '대물봐'로 진행했습니다. 디시인사이드의 황정민 갤러리에서 충성도 높은 팬들은 '황충'으로 부르고 있는데요. 이번 대물봐에는 그 '황충'들의 참여가 뜨거웠습니다.
참고로 이번 인터뷰에서는 팬들의 궁금증과 기자의 궁금증을 함께 물었습니다.
Q. 무려 7년 만의 멜로 영화입니다. 따지고 보면 황정민 씨의 출세작은 '너는 내 운명'이었는데요. 그럼에도 그동안 멜로 영화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따로 있나요?
A. 최근 한국 영화 연간 라인업을 보면 멜로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예요. 돈이 안 되다 보니 기획 자체가 준거죠. 그러다 보니 기회도 없고 또 저에게 맞는 멜로를 찾기가 어려웠어요. 아이스크림도 골라 먹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배우로서 관객에게 선택의 재미를 줄 의무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신세계'와 '전설의 주먹'이 끝나자마자 이 영화 이야기를 들었고, 제작사 대표와 우격다짐으로 만들어보자고 했죠. 사실 저는 멜로 영화를 참 좋아하거든요.
Q. 멜로 영화를 특히 좋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지은)
A. 사랑이라는 감정은 표현하기가 어려운데요. 그래서 더 재밌어요. '신세계' 같은 영화는 관객들은 모르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조폭이라는 우리 주변에서 낯선 인물을 캐릭터화해서 연기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멜로 영화와 캐릭터는 달라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누구나 한 번쯤 느껴본 감정이에요. 설레임, 행복, 고통 등 사랑으로 수반하는 감정을 관객이 공감하게끔 연기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A. '신세계'의 정청 역에 이어 또 건달 역할을 맡은 것에 부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배우들이 비슷한 캐릭터를 연이어 하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면서 정청과 태일은 많이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야기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또 무엇보다 캐릭터의 성격이 달라요. 그 점을 염두에 두고 태일을 연기했어요.
Q. 정청은 골드문이라는 거대 폭력조직의 2인자고, 태일은 동네 대부업체에서 일하는 건달이라는 차이도 있겠네요. 의상과 분위기도 좀 다르더라고요. 동네 건달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의상부터 말투, 걸음걸이까지 설정을 꼼꼼히 했더라고요. 특히 과장된 걸음걸이가 인상적이었어요.
A. 제가 원래 오다리이긴한데 일부러 더 그렇게 걷기는 했죠. 그쪽 분야에 계시는 분들이 특유의 과장됨이 있어요. '나 이런 사람이야'하는 분위기를 사람들에게 풍기기 위함이겠죠. 의상은 화려한 무늬와 촌스러운 색상을 많이 입었는데 잘 어울렸나요?(웃음)
Q. '신세계'때도 느꼈지만, 참 욕을 차지게 잘하는 것 같아요. 애드립도 무척 많았다고 들었어요. 욕 연기를 잘하는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임예빈)
A. 남자들은 말을 잘 안 할뿐이지. 누구나 어느 정도 욕은 해요. 저도 평소 친한 사람들에게는 친근감의 표시로 욕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그런 것에 익숙하다 보니 욕 연기도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아요.
A. 그게 이 작품을 택한 가장 큰 이유일 거에요. 가족에 대한 사랑, 특히 태일이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부분을 보고 이 영화의 특별함을 알게 됐어요. '영화 제목이 왜 남자가 사랑할 때일까'라고 궁금해했는데, 이 영화를 하면서 남녀 간의 사랑도 사랑이지만, 남자가 아버지를 사랑할 때 혹은 남자가 가족을 사랑할 때 어쩌면 진정한 남자가 되는 것 아닌가 싶더라고요.
Q. 태일이 라면을 먹으면서 아버지와 대화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가 아닐까 싶네요. 황정민 씨의 절제된 연기에 많은 관객이 눈물을 쏟았는데요. 촬영 당시의 분위기와 연기 방식에 대해서 좀 알려주세요.(권지언)
A. 태일치 처음으로 자신의 사랑에 대해 말로 표현하는 장면이죠. 그 장면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도 느낌이 왔어요. '이 신은 내가 잘할 수 있겠다'고. 그런데 이상하게 리딩 할 때는 느낌이 잘 안 오더라고요. 실제 촬영을 해보니 빨리 오케이 사인이 나왔어요. 그런데 스스로는 만족이 안 되더라고요.
전 연기할 때 손끝, 발끝이 저릿저릿한 느낌을 원했어요. 그래서 재촬영을 요청했고 시간을 3일 정도만 달라고 했어요. 스태프들 쉬는 날을 빼서 재촬영을 했는데 '뜻대로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었어요. 다행히 촬영을 잘 마쳐서 재촬영분을 최종컷으로 쓰게 됐어요. 스태프들이 보기엔 크게 다르게 안 보였을지 몰라도 제 눈에 확실히 비교가 되더라고요.
Q. 늦었지만, 청룡상 남우주연상 받은 것 축하드려요. 2013년은 황정민 씨에게 정말 특별한 한해였죠?
A. 감사합니다. 그런데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전 시상식장 가는 게 아직도 어색해요. 레드카펫 서는 것도 무안해서 늘 일찍 가요. 카메라 후레쉬 좀 덜 받으려고요.(웃음) 그날 만큼은 작품이 아닌 황정민이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그게 너무 쑥스러워요. 솔직히 그날 남우주연상은 (설)경구 형이 받을 줄 알았어요. 저도 그렇게 제 와이프도 그렇고 '소원'을 너무 감동적으로 봤어요. 또 전 경구 형의 연기가 너무 좋다고 느꼈거든요.
A.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요. 흥행은 잘 안됐지만, 그 영화는 배우 황정민이 아니라 인간 황정민에게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에요. 영화가 만들어진 계기가 특별하거든요.
당시 태풍 매미 때문에 강원도가 쑥대밭이 됐어요. 사람들이 자원봉사하는 모습을 뉴스에서 보는데 '왜 난 여기 있지?' 이 생각이 들면서 제 자신이 창피한 거에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저 사람들이구나 싶었어요. 술을 마시면서 제작자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모태가 돼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시놉시스가 만들어졌고, 영화가 탄생했어요. 그분들에게 "당신이 이 나라의 슈퍼맨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에요. .
Q. 영화에서 태일은 호정을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잖아요. 황정민 씨 인생을 바꾼 결정적 순간을 꼽자면 언제였을까요?
A. 음... 30대 초반쯤. 이제 연극을 그만하자고 결심했던 그때였던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제 개인을 위한 삶이었다면 그땐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아보자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판에 뛰어들었고, 지금까지 온 거죠.
Q. 연기를 시작할 때 2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 적 있나요? 있다면 그때의 상상과 현재의 모습이 비슷한지 어떤지 궁금 하네요.(나예리)
A. 내가 마흔쯤 되면 어떤 배우의 모습일까 궁금해했던 것 같아요. 그땐 마흔이 큰 나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마흔이 되고 나니 내 스스로가 좀 편해졌다고나 할까요. 30대까지는 안달복달하면서 경주마처럼 달렸어요. 그러나 이제는 욕심을 내려놓고 즐기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일하는 게 너무 신나고 재밌어요. 아마 이런 걸 느끼고 싶어서 막연하게나마 마흔을 꿈꿨나 봐요.
A. 10년 정도 내내 그랬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잘한다"고 하지만 스스로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있었죠. 스스로 해소되지 않은 목마름도 있었고요. 하루에 3~4시간 정도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데 그때마다 스스로와 얘기를 많이 해요. '지나가는 사람 10명에게 물어봐. 황정민 연기잘해?라고 물으면 대부분 잘한다고 할 거야. 그러니까 이제 좀 즐겨' 이런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 있는데 그때부터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Q. 이번 영화가 타인과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 등 사랑을 다룬 영화인만큼 원초적인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황정민 씨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채리 수현)
A. 사랑하면 유치해져요. 그건 배운 사람이든 아니든, 돈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마찬가지죠. 요즘 연인들 보면 밀당하고, 간 본다고 하는데 그거 재미없어요. 사랑하면 자신에게 가장 솔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전 아내에게 밥 한끼 얻어먹으려고 잘했던 남자고, 지금도 그래요. 아내 말은 항상 잘 들어야죠.(웃음) 그런 면에서 태일이와 좀 비슷한 면이 있죠.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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