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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神의 직장 공기업, 신들의 파티는 누가 열었나?

[취재파일] 神의 직장 공기업, 신들의 파티는 누가 열었나?
"이제 파티는 끝났다"

최근 카드사 개인 정보 유출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으로 설화에 오른 현오석 부총리가 지난해 11월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에 던진 메시지입니다. 당시 현 부총리는 공공기관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해 국민 불신과 각계의 공분을 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한탄했습니다. 현 부총리는 공공기관에 대해 부채, 비리, 임금, 성과급, 복리후생, 단체협상, 권한남용 등 A에서 Z까지 모두 살펴보고 정상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인식이 과거에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정부는 이번에야말로 공공기관을 근본적·제도적으로 변화 시키겠다고 강한 개혁의지를 밝혔습니다. 이후 정부는 공공기관들에게 혁신적인 정상화 대책을 제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특히 부채와 방만 경영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된 38개 기관에 대해선 1월말까지 경영 정상화 계획을 내라고 압박했습니다.

사실 공기업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기업이 천문학적 부채를 지고 위기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도 임직원은 안정된 신분과 높은 보수, 복리 후생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일부 기관은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고용 세습과 과잉 복지로 도덕 불감증에 빠졌다는 비판이 되풀이 돼 왔습니다. 민간 기업이었다면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의 칼바람이 몇 차례 불었을 상황인데도 공기업은 개혁의 칼을 교묘히 피해왔습니다. 그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구직자들 사이에 공기업은 취직하고 싶은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졌고, 神의 직장으로까지 불리게 됐습니다.

대통령까지 나서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공공기관 개혁을 선언한 만큼 이제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뼈를 깎는 경영 혁신안을 내놔야 할 상황에서 공공기관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과도한 부채와 방만 경영의 책임을 모두 공공기관 탓으로 돌리는 게 억울하다는 겁니다. 부채가 늘어난 이유는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지 경영 잘못 때문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정부 재정이 투입돼야 할 사업에 공기업을 무리하게 동원하면서 부채가 쌓였다는 겁니다. 밖에서 손가락질 하는 과잉 복지 역시 전체 규모로 봤을 때 미미한 수준이라는 겁니다. 때문에 공공기관의 정상화 대책과 관련해 어떤 노사 협의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노조도 꽤 억울한 모양입니다. 자기들이 파티를 주최한 것도 아닌데 흥청망청 파티의 주인공으로 낙인찍혔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신의 직장인 공기업에서 열렸던 파티, 과연 누가 열었던 걸까요?

노조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증가한 공기업 금융부채 115조원 가운데 71%인 82조원이 정부 사업과 공공요금 통제, 해외 사업 때문에 발생했단 겁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사업과 보금자리 주택, 혁신도시 건설 등으로 인해 5년 동안 공공기관의 부채가 200조 가까이 늘어났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원가보상에 필요한 공공요금 인상은 최소화하고, 그 부담을 공공기관에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정부의 정책이란 이름 아래 공기업을 앞세워 추진해놓고 실패한 정책과 늘어난  부채에 대해선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결국 해당 기관에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단 겁니다. 그런 사이에 대기업만 특혜를 받아, 30대 대기업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3조 8천 억원의 전기요금을 할인받았고, 코레일 적자 5,700억원 가운데 대기업 관련 화물운송 적자는 4,000억에 이른다고 합니다.

노조는 또 정부가 요구하는 임금과 복리후생비(퇴직금, 교육비, 의료비 등)를 포함한 각종 경비 삭감은 공공기관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결코 부채 감축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합니다. 부채 중점 관리 대상인 10개 기관의 판매관리비(인건비 및 각종 경비 포함)는 부채 대비 1.28%에 불과해 아무리 절감해도 부채문제를 결코 해소할 수 없다는 겁니다. 또, 공공기관의 임금은 정부 예산편성과 집행지침으로 결정되고, 경영평가에서 지침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임금 상승분을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공공기관 자체의 임금 결정권한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방만 경영이나 과잉 복지로 지적받은 점에 대해선 개선 의지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전문성 없는 정치인 출신들이 수장으로 등용되면서 정권 중점사업의 무리한 추진이 부채 증가를 가속화 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국민이 공공사업에 대한 정보나 이해가 부족한 점을 악용해 비난의 화살을 공공기관 종사자에게 돌려 부채증가의 실제 원인인 정책실패를 숨기려는 거라고 주장합니다. 공공사업 영역을 축소하고 그 자산과 사업을 민간에 매각 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민영화의 사전작업이라는 겁니다.

노조 역시 공기업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개혁의 필요성에는 동감합니다. 복지 제도 역시 수술이 불가피하단 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부채의 근본 원인은 방만 경영과 과잉 복지가 아닌 정책 실패와 낙하산 인사에 있는 만큼 정부와 노조의 직접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공기업 중간평가가 예정된 3분기에 즈음해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이제 38개 중점관리 공공기관의 정상화 계획 제출 시한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공기관 노조는 경영평가를 위한 노사 합의엔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신들의 파티를 누가 열었는지 그 책임은 누가 져야하는 지에 대해선 노조와 정부, 회사 측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 파티를 끝내야 한다는 점에 대해 파티를 지켜봤던 국민 모두가 깊이 공감하고 있단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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