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진/사회자:
확 바뀐 삼성그룹의 채용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올해부터 삼성은 신입사원 공채 때 대학총장추천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삼성이 각 대학에 대학별 추천 인원을 할당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기업이 대학을 줄 세우게 한다, 여성과 지역을 차별했다, 이런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관련해서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지금 가장 많이 나오는 비판이 기업이 대학을 서열화 한다는 것인데요. 일단 교수님은 이런 지적에 동의하세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그렇죠, 서열화라는 것은 여러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삼성이 지금 그런 것을 내놓기 전에, 그러면 한국 대학에 서열이 없었는가, 이런 것은 좀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삼성이 분명히 서열화를 하고는 있지만 그 서열화라는 개념이 기존에 있는 서열화와 다른 서열화 아니겠습니까. 그런 면들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삼성의 이번 할당제로 인해서 한국 대학에 어떤 서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 이런 것들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죠. 다시 말하면 서열화는 서열화인데 기존과는 다른 서열화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성균관대가 가장 많이 할당 받았고. 다음으로 서울대, 한양대가 똑같이 110명. 연대, 고대, 경북대가 100명. 소위 SKY라고 불리는 기존 명문대 순서와는 다른데. 아니 그러면 독립적으로 기준 만들었다고 잘 했다고 해야 하는 건가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그건 뭐, 잘했다고 말 할 수 없겠지만요. 대학이 어떻게든 관습적이지만, 서열화가 되어 있었지 않습니까. 그 서열화와 다른 서열화를 내놓은 것이죠, 삼성이. 그래서 사실 지금 서열화를 한다는 논의만 부각되면 기존에 있는 대학 서열화는 괜찮다, 라는 생각들을 할 수 가 있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서열화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죠.
▷ 한수진/사회자:
어떤 점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건가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아무래도 대학의 목적이라는 것이 사실 취업에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너무 지나치게 취업 경쟁이 강화되었을 때, 대학 교육 자체가 붕괴될 수가 있죠. 사실 삼성의 할당제가 공개화 되면서, 사실 이게 상당히 재미있는 게 원래 과거에 있던 관행들이 사실 부활된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물론 그건 총장추천제는 아니었지만, 이전에 입사원서 같은 것이 각 대학별로 할당이 됐었습니다. 그게 대학교 서열화를 부추긴 측면이 굉장히 크거든요. 그때는 SKY중심의 어떤 입사원서들이 배급이 되고 그랬죠, 각 기업들로.
그런 어떤 실재적 문제들이 지적되지 않고, 이번에 삼성이 그런 할당제를 내놓으면서 노골적으로 그런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서열화 자체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다른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야말로 삼성식의 줄 세우기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나왔어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그 부분은 일종의 동의를 할 수 있죠. 삼성이 가지고 있는 어떤 권위, 이런 걸 이용해서 대학을 또 다시 서열화 시키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을 복합적으로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총장추천권 한 장이라도 더 따내려고 각 대학들이 물밑작업 아주 치열하게 했다는 것 아니에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결국 대학이라는 것이 취업, 어떤 경쟁의 장이 되다보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아요. 일단 총장 입장에서도 자기 대학이 그런 데에서 약간 할당을 적게 받았을 때 학교에 전체적인 어떤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죠. 그런 부분들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 그런 부분들 때문에 사실은 할당을 통한 서열화, 이런 문제들이 심각하게 제기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삼성에 많이 입사시키는 것이 대학들로서도 상당히 자랑스러운 일이 된 것인가 봐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그렇죠, 학생들이 굉장히 취업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에 요즘 취업률 자체가 대학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 버렸거든요. 그러니까 당연히 그렇지 않겠어요? 그래서 이런 세태들은 상당히 문제가 있죠.
▷ 한수진/사회자:
교수님 소속되어 있는 경희대는 몇 장이나 받았던가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웃음) 60장 받았는데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명문대 되는 건가요? 삼성식 명문대에요?(웃음)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100장 제한에서 60장이니까 상당히 우수이지 않겠어요? (웃음)
▷ 한수진/사회자:
이런 평가에 동의하세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삼성이 내놓은 해명을 보면, 일단 제가 볼 때는 경희대가 사실 공대가 그렇게 강하지 않은 대학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공 계통을 많이 썼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죠. 그래서 그런 것들이 명문대 순서와는 달라졌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고. 경희대는 아무래도 인문학 쪽을 많이 강화해 왔기 때문에.
▷ 한수진/사회자:
성균관대나 한양대, 경북대, 인하대는 삼성과 산업협력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도 있고?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그렇죠, 해명을 내놓았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지금 또 지역이나 여성 차별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잖아요. 일단 여대 적고요, 지역도 호남 쪽이 적다면서요. 이건 오해다, 특별한 의도가 없었다, 이렇게 해명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삼성 입장에서는 이공계 인력을 뽑는 게 목적이니까 아무래도 이공계 여학생이 별로 없지 않느냐, 라는 것인데요. 이런 것들도 사실 제가 볼 때 궁색한 변명인 것 같아요. 할당제를 하겠다면, 말 그대로 할당제를 해야 하는 겁니다. 공평한 원칙에 맞추어서 해야 하는 것인데, 그냥 본인들 편의대로 이공계를 많이 뽑았다, 그러니까 나머지들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식의 이야기들은 사실 좀 궁색하죠.
▷ 한수진/사회자:
오해도 좀 있는 것 같아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그렇죠. 일단 삼성 입장에서는 좀 답답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지금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세태가 그렇죠. 이공계 기피 현상도 있었고 또 일단 여학생들이 이공계에 많이 진출하지 않고 이런 것들이 있잖아요. 이런 부분들 때문에, 본인들이 필요한 인력을 뽑는 것인데 사회적인 문제도 감안해야 하니까 거기에 대한 곤혹감들도 삼성 입장에서는 있다고 생각이 되죠.
▷ 한수진/사회자:
상대적으로 대기업 입사 어려움 겪는 지방대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반길만한 소지도 있는 것 아닌가요, 어떻게 보세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저는 그런 부분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지금 사실 부산대나 경북대 같은 경우는 상당히 많은 할당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지방 대학입장에서는 반기고 있겠죠.
▷ 한수진/사회자:
어쨌든 보면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와 대학 교육의 인재가 좀 다르다, 대학 교육에서 실제로 인재를 길러내는 방식에 기업들이 불만이 많다, 이런 보도가 많지 않았습니까?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네, 사실 거기에 가장 앞장섰던 기업이 삼성이에요. 삼성 덕분에 맞춤형 교육이라는 것도 생겼고요, 기업 맞춤형 교육이라는 진로도 만들어졌죠.
▷ 한수진/사회자:
아, 그것도 삼성 때문인가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그렇죠, 삼성이 처음으로 그런 문제를 많이 제기했고요. 아예 지금 삼성 같은 경우는 사실 지금 총장 추천으로 추천 자체가 입사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 한수진/사회자:
일단 서류 전형을 면제해 주는 것이죠.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그렇죠. 직무적성검사라는 것을 봐야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삼성직무 적성검사(SSAT)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SSAT라는 것이 사실 문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미국 수능 시험이에요. 어떻게 보면 한국 대학이 부여하고 있는 자격증들을 인정하지 않겠다, 라는 기본적인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거든요. 본인들이 만들어낸 기준을 통과할 경우에만 뽑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여기서부터 삼성은 한국 대학 교육과의 각을 세우고 있는 거죠. 이런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할당제보다는 사실 이런 문제들이 더 심각하다, 한국 대학 교육이 의미가 없는, 말 그대로 졸업장 따는 그런 교육으로 전락하고 있는 그런 것들에 기업들이 기여하고 있는 측면들이 있죠.
▷ 한수진/사회자:
삼성은 우리 대학교육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어떤 뼈아픈 현실의 반영이다, 이렇게 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여기에는 상당히 기업이 조성하는 것도 있다고 봐요, 꼭 삼성만이 아니라 한국의 기업들이, 사실 본인들이 인재를 뽑아서 본인들이 교육을 시켜야 하죠. 본인들의 자금을 들여서 수습사원들을 정식사원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교육의 책임들이 기업들에게 있는데, 그 책임들과 비용을 사실은 대학과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이런 어떤 방식들이거든요. 사실 문제는 대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에 큰 거예요. 기업들이 사실 해야 할 일을 교육자들에게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한 각성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한수진/사회자:
꼭 대학 교육의 탓만으로는 볼 수 가 없다, 기업들도 문제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늘 대학생 당장 뽑아서 쓸 수 없다, 이런 불만들 많이 이야기하는데, 그렇게만 동의할 수 없다?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기업이 키워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걸 대학이 해줄 수는 없는 거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자, 지금 학생들이 삼성 입사를 대단히 많이 원한다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삼성이 인사정책을 취하는 것이 어떤 여파를 미칠까, 하는 점도 또 여러 가지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다른 그룹이나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을 봤을 때 확대될 가능성도 있을까요?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한국은 삼성이 하면 다른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하기 때문에요. 사실 지금 삼성이 내놓은 할당제는 서류전형도 부활시켰고요. 과거의 방식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때는 이제 입사원서를 주어서 그걸 가지고 했었지만, 당시에 입사원서는 쉽게 말하면 지금 총장추천제에 해당되는 그런 것들을 할당 했었어요.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지금의 대학 서열을 만드는 것에 굉장히 큰 기여를 하거든요. 예를 들면 지방대는 50%밖에 할당을 안 했다든가 이런 게 있었죠.
▷ 한수진/사회자:
마지막으로요, 짧게 한 마디만 부탁드릴게요. 그러면 이번 총장추천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보세요? 거부하는 것은 어떨까요, 대학 측에서?
▶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그건 저는 어려울 거라 보고요. 오히려 삼성이 내놓은 할당제를 계기로 해서 좀 더 다양한 방식의 채용들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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