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공천 폐지 약속을 지킬 거냐, 말거냐를 두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지루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사실상 공천을 유지하기로 입장을 정함에 따라 여야 협상도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여의도 정국의 가장 핫한 이슈인데, 선거법과 관련한 복잡한 내용이다보니 국민도 이 뉴스를 바라보는 데 피로감을 호소할 법도 합니다. 취재하면서 보고 들은 내용을 토대로 Q&A를 정리해봤습니다.
Q. 기초선거 정당 공천제가 무엇인가요?
A. 기초선거는 기초의회와 기초단체장을 뽑는 선거를 말합니다. 기초의회는 특별시, 광역시의 경우 구의회, 일반시(군)의 경우 시(군)의회를, 기초단체장은 서울(특별시, 광역시)의 경우 구청장, 일반시는 시장을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지금 논란의 핵심은 이들 특별시나 광역시의 구의원, 일반시의 시의원, 구청장, 시장을 정당이 공천을 할거냐 말거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겁니다.
Q. 모든 선거는 정당이 후보를 공천하는 것 아닌가요?
A. 현행 선거법은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시도지사, 시.군.구의원까지 정당이 후보를 공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91년 처음 기초선거가 도입된 뒤 2002년까지 시군구 의원은 정당 공천이 금지됐었습니다. 이후 2006년 지방선거부터 기초 선거까지 정당 공천을 허용하는 현행 선거법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2006년 이후 허용했던 기초의회 정당공천을 다시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겁니다.
Q.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지난 선거 대선 공약 아니었나요? 공약으로 내건 이유는 뭔가요?
A.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 안철수 의원 모두 기초 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가장 먼저 제안을 했고 문재인, 박근혜 당시 후보가 뒤따랐는데요. 기초의회 정당공천의 폐해가 너무 크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거나 국회의원과 후보자간 돈거래 같은 공천으로 인한 비리를 없애자는 차원입니다.
Q. 공약이면 다 같이 폐지하면 될 건데, 왜 한다 못한다 말이 나오는 건가요?
A. 현재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는 공약대로 폐지하자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새누리당인데요, 새누리당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공천을 폐지하면 위헌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부작용도 커질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Q. 왜 위헌이고, 어떤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거죠?
A. 1998년 지방선거에서 공주시의회 후보로 입후보한 최모씨는 자신이 자유민주연합의 지지를 받는 것처럼 사무실과 차량, 명함 등을 꾸몄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습니다. 당시 선거법은 정당의 지지를 받는다고 표방하는 걸 금지했는데, 이걸 위반했다는 겁니다. 최씨는 1심에서 유죄를,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다시 유죄취지로 판결이 났고, 파기환송심을 맡은 고등법원이 헌재에 위헌 제청을 냈습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003년 최씨를 처벌한 정당의 지지표방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어느 정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걸 밝히지 못하게 한 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본 것 등이 이유였습니다.
문제는 2003년 헌재 결정에서 '정당공천'제 자체에 대해 위헌인지 합헌인지 판단을 받은 바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다만 당시 주심 재판관이던 송인준 변호사가 지난달 국회 공청회에서 "당시 정당의 지지표방 금지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리면서,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서도 내부 논의에서 위헌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이에 대해 헌재의 공식 입장은 "정당공천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은 내린 적 없다"는 것입니다.
위헌 가능성 외에도 정당공천을 폐지하면 지역 토호들이 대거 지방의회를 장악할 수 있고, 여성 등 소수자의 지방의회 진출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꼽습니다.
Q. 새누리당은 그냥 약속을 깨고 말겠다는 것인가요?
A. 새누리당은 공약이라 하더라도, 위헌 가능성과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다른 대안을 찾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를테면 공천 관련 돈 거래를 하다가 적발되면 정계에서 영구 퇴출하는 방안, 기초의회와 광역의회를 통합해 광역의원들이 기초단체까지 감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내놨습니다만, 민주당은 약속대로 공천을 폐지하자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Q. 공약 파기라면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이 궁금한데요, 청와대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A. 이 부분이 저희 정치부 기자들도 가장 답답하게 느끼는 부분입니다. 자신의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위기에 놓였는데 청와대는 아직 이렇다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당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공약 파기를 시인하고 깨끗이 사과한 뒤 솔직한 이해를 구하는 편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재오 의원 등 공개적으로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고요.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여야가 잘못된 공약에 대해 함께 사과하고, 대안을 마련하자"고만 했을 뿐. 명확한 사과 계획은 아직 없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Q. 정당공천을 하자 말자를 두고, 각 정당의 입장이 다른 데에는 속사정도 있지 않나요?
A. 이번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폐지하면, 투표용지에 새누리당 홍길동, 민주당 임꺽정 식으로 나오지 않고 홍길동, 임꺽정 이렇게 이름만 나옵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 25개 구청장 중 21개(새누리당 4개), 인천 10개 구청장·군수 중 6개(새누리당 1개), 경기 31개 시장·군수 중 19개(새누리당 10개) 등을 가져갔는데요. 이들 중 상당수는 이번 선거에 재출마할 걸로 보입니다. 이 경우 정당 표식을 떼고 이름 석자만 놓고 나온다면 현직 기초단체장들이 현역 프리미엄을 누려서 재선 가능성이 큽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입장 그 이면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유불리 계산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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