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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식당 정수기 의무화…수돗물 불신 해소할까?

관광객들 배탈 '일쑤'…길거리 음식에는 '장염 주의보'

멕시코, 식당 정수기 의무화…수돗물 불신 해소할까?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한 가지 있다.

식당에서는 반드시 생수를 시켜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수기를 제대로 갖춘 식당이 없는데다가 녹슨 상수관과 낡은 물탱크 등에서 양산되는 해로운 미생물이 수돗물에 득실댄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교민들이나 한국의 주재원 등도 익히 아는 사실이다.

멕시코시티 시내에서 생수병을 들고 다니는 외국인 관광객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멕시코시티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모든 식당에 정수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최근 마련했다고 AP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달 말 법안이 발효되면 멕시코시티의 6만5천여개 식당들은 6개월 이내에 정수기를 설치해 무료로 손님에게 물을 제공하고 보건 당국의 점검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규정을 어기면 과태료도 내게 된다.

호세 아르만도 아우에도 멕시코시티 보건장관은 "새로운 물 소비문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수 천 개가 넘는 멕시코시티의 길거리 음식점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가판 음식점에서 멕시코 전통 음식인 '타코'를 먹었다가 장염에 걸리기 때문에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한국인들 사회에서는 필수적인 생활 상식이다.

상수도의 구조적인 문제의 근원은 1985년 멕시코시티의 대지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진 때문에 상·하수도관의 상당 부분이 파열됐고 이후 수인성 질병이 번졌다.

시설이 제대로 복구되지 않으면서 1990년대에는 콜레라까지 창궐하기도 했다.

아우에도 보건장관은 멕시코시티 수돗물의 95%가 염소처리 공정을 통해 정화된다고 설명한다.

비록 그렇다 해도 낡은 상수관이나 옥상 물탱크에 남아있는 미생물들이 시민의 입에 들어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심지어 지은 지 20년 가까운 아파트에 사는 한국 상사의 한 주재원은 집안에서 하는 양치질도 생수로 한다.

탁한 색깔의 물이 수돗물에서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멕시코인들은 1인당 매년 79갤런(260리터)의 물을 소비한다고 AP통신은 음료 컨설팅업체의 보고서를 인용해 추산했다.

대체로 식당이나 가정으로 배달되는 20리터(5갤런)짜리 생수병을 통해서다.

미국인들은 연간 1인당 31갤런(116리터)을 마신다.

멕시코인들의 생수 소비량은 미국인들의 배가 넘는다.

생수가 그렇게 싸지도 않다.

멕시코인들의 하루 평균 급여가 3달러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50센트에서 1달러까지 하는 1리터짜리 생수는 비싼 편이다.

멕시코의 작년 생수시장 규모는 50억 달러에 달했다.

멕시코시티의 수돗물이 정수된다 해도 멕시코인들이 수돗물에 대한 오래된 불신을 쉽게 없앨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위생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동안 굳어져 온 습관의 문제라는 것이다.

멕시코시티 식당협회측은 이미 손님들이 생수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가 실효가 없을 것이라는 불만도 제기한다.

일부 식당은 자외선 필터가 있는 고급 정수기를 설치해 손님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주전자 물을 마실 수 있게 유도하기도 한다.

멕시코시티는 수돗물 소비를 권장함으로써 청량음료 등의 과소비에 따른 국민 비만율을 낮추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인 10명 중 7명은 과체중이다.

비만율은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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