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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풍랑 속 난파선 같은 회담…반기문 총장의 시련

이란 초청을 둘러싼 혼선..위기의 반 총장

[월드리포트] 풍랑 속 난파선 같은 회담…반기문 총장의 시련
'사망자 11만, 난민 4백만, 실종자 헤아릴 수 없음'

지난 3년 간의 내전으로 쑥대밭이 된 시리아의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들입니다. 카다피 축출 과정에서 너도나도 달려들어 반군을 지원했던 리비아 내전 당시의 상황과는 달리, 개입해도 얻을 게 별로 없다고 판단한 서방은 방관만 거듭했습니다. 그러다 참혹한 반인륜적 전쟁범죄가 횡행하는 현실과 국제적 비난 속에 뜨뜻미지근하게 발을 들여 놓기 시작합니다. 화학무기 사용을 이유로 군사개입을 압박했던 미국의 카드는 러시아의 적극 개입 속에 시리아 내 화학무기 폐기 협상이 타결되면서 무용지물이 됐고, 지난 해부터 시작된 평화회담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국면입니다.

시작부터 기대를 접게 한 2차 시리아 평화회담

지난 22일부터 스위스 몽트레에서 시작된 시리아 2차 평화회담에 대해서도 언론들의 평가는 차갑습니다. CNN과 알 자지라 등 대다수 언론들이 해 봐야 별 성과도 내지 못할 게 뻔하다는 뉘앙스가 강하게 느껴지는 리포트를 계속 방송하고 있습니다. 시리아 정부와 후견인 겪인 러시아,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시리아 반정부 세력의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한 쪽은 현 아사드 대통령의 배제를 전제 조건으로 평화회담의 진척을 구상하고 있고, 한 쪽은 정반대의 구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란 초청을 둘러싼 논란...도마에 오른 반기문 UN 사무총장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지지부진한 평화회담에 대한 혹평 속에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사태의 발단은 평화회담을 앞두고 벌어진 이란 초청 논란 때문입니다.

반기문 총장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강력한 후원자인 이란의 회담 참가를 초청했고 이란도 이를 수락하는 듯 했습니다. 아사드 정권에 대한 군 병력과 군수물자 지원은 물론 같은 시아파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개입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란의 참가 없이 평화회담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모양입니다.

모든 당사자들의 반발..사면초가

그러나 반 총장의 이란 초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상황이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격론 끝에 회담 참가를 결정했던 시리아 반정부 연합체가 이란 초청에 강력히 반발하며 보이콧을 거론하고 나선 것입니다. 반쪽 회담 우려도 다급해진 반 총장이 하는 수 없이 이란에 대한 초청을 취소하자 자존심 상한 이란은 이란대로 과도정부 구성 등 시리아 내 권력 이양 방안을 합의했던 지난 해 첫 평화회담의 합의안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불참을 선언해 버립니다.
시리아 반기문 캡쳐

시리아 외교장관의 직격탄 "당신은 뉴욕에 살지 않나..나는 시리아에 산다"

시리아 아사드 정부를 대표해 참가한 무알렘 외무장관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강력한 후원국인 이란의 참가 무산에 대한 오락가락 행보에 대한 불만 때문인지 무알렘 장관은 회담장에서 반기문 총장과 날이 선 대화를 주고 받으며 의사진행에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무알렘 장관은 발언 시간을 줄여 달라는 반기문 총장의 의사진행 발언에 대해 “당신은 뉴욕에 살지만 난 시리아에 산다.” “시리아는 발언을 할 권리가 있다”고 반발하며 서방과 주변국들이 시리아 내 테러리스트를 지원하고 있다는 비난을 포함해 20여분의 준비한 원고를 다 읽고 끝냈습니다. 이란 초청을 둘러싸고 꼬여버린 반기문 총장의 스탭이 결국 회담의 핵심 당사자 모두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리더십과 중재 역할에 대한 신뢰도마저 상처를 입은 모양새인 것 같습니다.
포린 폴리시 등 일부 언론들은 반 총장의 이란 초청 시도가 미국과 러시아 등과의 사전 조율 속에 진행됐는 데, 이란이 과도정부 이행 방안 등 지난 해 1차 평화회담 합의안을 수용한다고 공개천명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를 막판에 거부하면서 일이 틀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란은 반 총장에게 요구사항을 수용하겠다는 구두약속을 했다가 초청 번복 움직임이 나타나자 약속을 깼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너무 순진했다'...반 총장을 겨냥한 곱지 않은 시선

하지만 이란 초청에 대한 시리아 반정부 진영의 반감을 과소평가한 것이나, 초청 무산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습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반 총장이 너무 순진했다며 유엔 사무총장 7년 경력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꼬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또 한 명의 대통령으로 국민적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반기문 총장이지만, 냉혹하고 복잡다단한 국제사회의 현안들을 살얼음판 걷듯 조율해야 하는 반 총장에 대해 세계 언론들은 사안에 따라 대단히 냉정하고 차가운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특히 아랍권과 제 3세계를 중심으로 반 총장이 지나치게 친미, 친서방적이라는 거부감이 있어서 중재와 협상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거센 풍랑 속의 난파선을 이끌고 신대륙을 발견하는 일에 비견되는 시리아 평화회담에서 돌부리에 걸린 듯한 반기문 사무총장이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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