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과거 비슷한 소송의 결과가 관심을 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제기된 담배소송은 총 4건으로 이 중 2건이 현재 대법원에, 1건이 고등법원에 각각 계류돼 있다.
나머지 1건은 항소 포기로 원고의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 소송들은 모두 오랜 기간 담배를 피우다가 폐암에 걸린 사람과 그 가족이 흡연에 따른 질병·사망을 주장하며 국가와 KT&G(옛 한국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지금까지 원고 측이 승소한 경우는 1·2심을 통틀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기존 하급심 판례들로 미뤄 볼 때 흡연자가 담배회사에 승소하려면 크게 '위법성'과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성공해야 한다.
국내 첫 담배소송은 15년 전에 제기됐다.
1963년부터 36년 동안 하루 1갑씩 담배를 피운 외항선 기관사 김 모(사망 당시 56세)씨가 니코틴 중독으로 폐암이 발병했다며 소송을 냈다.
김 씨는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지 사흘 만에 사망했고 그의 가족이 소송을 이어받았다.
유족은 담배의 제조·판매 자체가 위법하고 고인의 폐암 발병과 사망도 담배의 유해성 탓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흡연과 폐암 발병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담배 제조가 위법하거나 그 자체에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이후 비슷한 소송이 줄을 이었다.
1999년 말에 1건, 2004년과 2005년에 각 1건의 소송이 추가로 제기됐다.
1999년 말 김 모(72)씨 등 7명이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4명에 대한 흡연과 폐암·후두암 발병의 개별적 인과관계가 처음 인정됐으나 담배회사의 불법 행위는 끝내 인정되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오는 24일 이사회를 열어 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소송의 실익을 두고 견해가 엇갈린다.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건보공단이 개별적 인과관계를 밝히더라도 담배회사의 고의·과실이나 위법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공단이 2조 원에 가까운 소송을 낸다고 하는데 승소 가능성을 고려할 때 결국 변호사들만 덕을 보게 된다"며 "수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담배소송이 지금까지와 다른 양상을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공단이 소송 대열에 합류하면 위법성 입증에 필요한 담배회사 내부 문건의 공개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15년 전부터 담배소송에 관여해온 배금자 변호사는 "미국에서 내부 문건이 공개된 후 개인들의 승소가 늘었다"며 "우리도 집요하게 공개를 요구하면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담배 소송, 흡연 피해자 승소는 '산 넘어 산'
위법성·인과관계 입증 어려워…"미국처럼 이길 수 있다" 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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