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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자동차 회사가 미술관에 200억 원 쾌척한 이유

[취재파일] 자동차 회사가 미술관에 200억 원 쾌척한 이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스에 실린 조인식 사진…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참석

현대자동차가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 88억 원(5백만 파운드)을 후원하기로 했다. 내년 2015년부터 2025년까지 테이트 모던 전시관 가운데 하나인 터빈홀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원금은 매년 가을 5달씩 열릴 전시에 지원된다. 터빈홀은 지난 2012년과 2013년 사이, 550만 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세계적인 전시장이다. 터빈홀은 지난 2003년 덴마크 출신의 설치미술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날씨 프로젝트’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세계적인 여성 작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나는 한다, 되돌린다, 다시 한다(I do, I undo, I redo)'라는 작품도 전시됐던 공간이다. 그야말로 가장 ‘핫(hot)'한 작가들의 ‘핫’한 작품들을 모아놓은, 세계 현대미술을 이끌고 나가는 곳이다. 현대차가 이렇게 세계적인 문화 공간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는 건, 단지 자동차로서가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개념이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권란 취재파일
                                         테이트 모던 홈페이지에 실린 터빈홀 모습

터빈홀은 원래 세계적인 기업 유니레버의 지원을 받아 왔다. 그런데, 이번 현대차의 결정처럼 ‘장기간’ 동안 ‘거액’의 지원은 테이트 모던 역사에서도 거의 전무한 일이라고 한다. 현대차의 지원은 ‘10년 88억’에서 그친 것이 아니다. 테이트 모던이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 9점을 구입하는 데에도 도움을 줬다고 한다. 백남준 작가야 자체로도 매우 유명하기도 하지만, 세계적인 미술관에 소장되면서 한국 미술을 좀 더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사실 현대차는 외국에만 지원한 게 아니다. 서울 삼청동 옛 기무사병원이 있었던 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관할 때, 10년 동안 12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이미 약속했다. 다른 요구 조건도 없었다. 단지 국내 작가들이 제작한 아트상품을 판매하는 아트숍을 운영하는 권한 정도를 받았다. 그야말로 ‘쾌척’인 셈이다. 결국 현대차는 국립현대미술관에 이어 테이트 모던까지, 미술관에만 모두 200억 원 정도를 지원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기업의 문화 경영일 수도 있고, ‘문화 융성’과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끊임없이 외치고 있는 정부에 발맞추려는 노력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간에, 지원이 절실한 미술관과 박물관에 도움을 준다는 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왜 꼭 ‘외국’이어야만 하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국내 문화 융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삼탄은 송은문화재단을 통해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미술상도 시상하고 있고, 한진, 금호, 태광 등도 문화재단을 만들어 공연, 미술 등의 분야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해외 지원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대카드는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지원하며, 국내 현대카드 사용자들이 무료로 전시를 볼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기자가 MOMA에 갔을 때 입장이 공짜라는 것도 좋았지만, 한국 기업의 이름이 전시장에 적혀있으니 왠지 모를 뿌듯한 기분도 느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런 어마어마한 지원이 국내에 좀 더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아쉬움이 남는다. 외국에 기업의 이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소득을 국내에서 올리고 있는 만큼, 국내 소비자를 위한 배려도 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오너 개인의 재산을 기부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돈을 내놓는 것인 만큼, ‘받은 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정한 수준에서 돌려주는’ 태도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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