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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야릇한 선곡에 부부싸움…경찰까지 출동

[월드리포트] 야릇한 선곡에 부부싸움…경찰까지 출동
흔히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들 말합니다. 어렸을 때는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부부의 인연은 물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서로 싸움을 벌여도 칼로 물을 베는 것처럼 부부의 연을 끊을 수 없다.' 그런데 당연히 이런 의문이 뒤따랐습니다. '그렇다면 이혼을 하거나 원수처럼, 또는 남남처럼 냉담하게 변하는 부부는 뭐지? 전설적인 고수가 경천동지할 내공을 쌓아 물을 베어내는 것처럼 부부간의 미움이 너무 커지면 불가능한 일을 해내는 것인가?'

후에 결혼 생활을 하면서 제가 그 속담을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물 베기'는 '불가능한 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무익한 일'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부부가 싸움을 벌여 상대방에게 자신의 요구를 억지로 관철시키려는 것은 칼로 물을 베듯 소용 없는 짓'이라는 뜻이라 생각됩니다.

왜 그럴까요? 부부간 싸움의 원인이 대부분 자존심과 관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하신 분이라면 가만히 돌이켜보시죠. 부부 사이에 대단한 가치 판단의 차이로 인해, 철학이나 이념의 차이로 인해 싸우셨나요? 그저 자존심을 세우려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무너진 자존심에 분노하며, 상대방의 자존심에 자꾸 생채기를 내다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았나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싸움의 시작은 별 일 아닙니다. 섭섭한 말 한마디, 무신경한 태도, 불쑥 튀어나온 이기적인 관점 등입니다. 그냥 흘려 넘겼거나 조용조용 항의해도 됩니다. 문제는 자존심입니다. 감히 내 자존심을 건드리다니. 그런데 자존심을 내세운 싸움은 해결도 쉽게 안됩니다. 싸움의 발단은 워낙 하찮아 입에 올리기도 부끄럽습니다. 반면 자존심에 입은 상처를 해결하지 않고 넘어가면 계속 다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입니다. 물러설 명분을 만들기도 어렵고, 특히 감정적으로 용납이 안됩니다. 협상의 여지가 없다보니 사생결단하게 됩니다.

최근 중국 푸젠성 푸저우에서 벌어진 일은 이런 부부 싸움의 특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가오 선생과 정 여사 부부는 캠퍼스 커플, 같은 과 동기입니다. 며칠 전 신년을 맞아 열린 과 동기회에 함께 나갔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부부는 기분 좋게 음식을 즐기고 술도 마셨습니다. 그리고 모두 함께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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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2차 자리에서 정 여사가 노래를 부르면서 사단이 납니다. 마이크를 잡은 정 여사는 '可惜不是ni‘라는 곡을 골랐습니다. 2005년 양칭뤼라는 여가수가 부른 노래로 당시 중국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소라의 '난 행복해'급 곡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 여사는 멋들어지게 소화했고 동창생들의 엄청난 박수와 환호를 끌어냈습니다.

그런데 정작 남편인 가오 선생은 노래가 진행될수록 낯빛이 험악해졌습니다. 애꿎은 술만 연신 들이켰습니다. 왜 그럴까요? 노래의 내용이 문제였습니다. '可惜不是ni‘를 직역하면 '너가 아니여서 가슴이 찢어져'쯤 됩니다. 헤어진 첫사랑을 생각하며 아쉬움, 미련, 가슴 아픈 추억을 절절히 호소하는 노래입니다.
정 여사는 학창 시절 과에서 초절정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과 동기들 중에서 정 여사에게 구애를 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실제 사귀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 여사가 굳이 이 노래를 선택한 것은 결혼하기 전에 만났던 누군가를 여전히 못잊음을 표현하고 있다고 가오 선생은 받아들였습니다. 자신과의 결혼을 후회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동기들은 그런 가오 선생의 속도 모르고 연신 농을 던졌습니다. "야, 니 아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에 달리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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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잔뜩 취한 가오 선생은 집에 돌아와 그만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정 여사를 힐난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누구냐고. 처음에는 그저 노래였을 뿐이라고 웃어 넘기려던 정 여사도 반복되는 추궁에 같이 폭발했습니다. 싸움이 커지더니 가오 선생은 술김에 정 여사의 따귀를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곤하게 자고 있던 이 부부의 딸에게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습니다. 큰 소리가 나고, 물건이 깨지더니, 급기야 아버지가 손찌검까지 하자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아빠가 엄마를 때리고 있다고 빨리 와달라고.

결국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가오 선생은 파출소로 끌려갔고, 정 여사는 병원으로 후송됐습니다. 가오 선생은 술에서 깬 뒤 후회하고 반성을 했습니다. 정 여사의 상처는 심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의 중재로 부부는 서로 화해하고 함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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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오 선생의 행위는 크게 잘못됐습니다. 아무리 화가 나고, 술에 취했더라도 폭력을 휘두른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정 여사도 조금은 무신경했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하고 많은 노래 가운데 하필 그 노래를 불렀을까요? 남편이 얼마나 자존심을 상할지 고려하지 않은 처사입니다.

알량한 자존심이 밥을 먹여주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자존심 때문에 다툼을 벌이는 일은 참으로 무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참기 어렵습니다. 감정이 북받치고 이성을 잃습니다. 인간의 속성이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부부 사이에도 편하다고, 익숙하다고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말고 상대방의 자존심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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