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전력사용량 최고치 경신에도 쉬쉬하는 속내

전기 절약 의식 확산 꺾을까 걱정돼

[취재파일] 전력사용량 최고치 경신에도 쉬쉬하는 속내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전력사용량이 사상최대를 기록했지만 전력당국의 대처모습을 말하는 것입니다. 기록경신에 어떤 조치도, 심지어는 공식 발표 조차 없었습니다.

어제(21일) 전력사용량은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 7,675만KW까지 올라, 지난해 1월 3일의 7,652만KW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어제 기온이 낮시간동안 영하 5~6도로 지난 주에 비해서는 낮지 않았던 점을 보면, 예상치 못한 기록경신입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매주 금요일에 다음주 전력수급을 예측해 내놓습니다. 지난주에 나온 이번주 전력사용량 예측치는 7,350만~7,650만KW 수준입니다. 더 추웠던 지난주에 전력사용량이 예상을 밑돈 점이 감안된 듯합니다.

전력사용량 사상최고 경신을 확인하는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전력당국은 우선 "순간 사용량 사상최고를 기록한 것은 맞지만, 전력경보의 기준이 되는 1시간 평균은 기록을 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습니다.

어제 순간사용량이 오전 10시 59분 7,718만KW로, 지난해 1월 3일의 사상 최고 7,693만KW를  월등히 앞섰는데, 1시간 평균 사용량이 사상 최고를 경신하지 못했다는 점은 납득이 안됐습니다. 확인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전력거래소에서는 이 부서 저부서 핑퐁을 하다, "난 말단 직원이고, 담당자는 외부에 회의 참석했다"라며 확인을 거부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담당부서에 어렵게 연결이 됐고,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사실을 비로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년여만에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전력당국은  큰 문제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두가지 이유가 제시됐습니다. 

먼저 지난해 사상최고 기록은 전력사정이 나빠 정부가 집중적으로 수요를 관리한 가운데 나온 기록이라는 것입니다. 당시 수요관리로 절감한 전력량을 감안하면 지난해 1월 3일 전력사용량('알수요'란 용어를 쓰던군요)은 7,827만KW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전력공급 능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괜한 불안감을 조성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비슷한 논리로 올 겨울 전력수급 관리는 지난해 보다 많이 완화됐습니다. 공공부문의 실내온도는 규제하면서도, 민간 부문은 자율에 맡기고 있는 게 대표적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기록경신 여부'가 아닙니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자칫 전기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을 갖게 할 수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일 것입니다. 

한번 바뀐 소비성향은 쉽게 바로잡기 힘듭니다.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깨끗한 전기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과거 원전을 한꺼번에 지으면서 막대한 전기가 남아돈 적이 있습니다. 전기사용이 권장됐습니다. 요즘은 골치덩이가 돼버린 심야전기 사용장력책도 이때 나왔습니다. 전기가 값싸고 깨끗하고 편리한 에너지라는 인식도 이런 덕분에 자리잡았습니다. 전기 소비는 빠르게 증가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더 많은 원전과 송배전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잘못 굳어진 전기 소비성향이 원전을 둘러싼 각종비리나 발전소와 송배전 시설 입지을 놓고 발생하는 막대한 사회비용의 출발점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행히 2011년 9.15 대정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는 가급적 전기를 아끼자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조금씩 자리잡고 있습니다.

올 겨울엔 전기부족으로 이렇다할 고통을 겪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온갖 부조리와 의혹에 멈춰섰던 원전들이 차례로 재가동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여유가 생겼다는 이유가 최근 나타나고 있는 전기절약에 대한 긍정적 인식전환에 변화를 주어선 안될 것입니다. 에너지 백년대계를 위해서 하는 말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