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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취재파일] '동성애자' 조니 위어가 소치에 가는 까닭은?

[소치 취재파일] '동성애자' 조니 위어가 소치에 가는 까닭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당당히 밝히고, 동성 결혼까지 한 미국의 피겨스타 조니 위어(30)가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는 러시아의 소치 동계올림픽에 미국 NBC 방송의 피겨 해설자로 참여합니다. 

조니 위어가 소치로 간다는 소식에 동성애자들을 비롯한 성소수자 그룹(LGBT)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진정한 동성애자라면 소치 올림픽을 보이콧하고, 단체 행동에 가담해야 한다.”며 위어를 공개적으로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위어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동성애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올림픽은 제 인생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올림픽이 열리는 소치로 갑니다."

동성애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었지만, 올림픽은 스스로 선택한 목표였다는 겁니다. 둘을 똑같은 선택의 문제로 보지 말아달라는 겁니다.

조니 위어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과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미국을 대표했던 피겨스타입니다.

곱상한 외모와 우아한 연기로 여성 팬들도 많이 보유한 아이스쇼의 단골 손님이었습니다.

2008년 아이스쇼에서는 ‘피겨여왕’ 김연아의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명성을 쌓던 위어는 2011년 1월 자서전을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고백해 충격을 던졌습니다. 또 동성과 결혼했다는 사실까지 당당히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의 동성애 금지법이 세계적인 비난을 받던 지난해 위어는 부상을 이유로 소치 동계올림픽 대표 선발전인 미국피겨선수권 출전을 포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위어가 동성애를 금지하는 소치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습니다.

그런데 돌연 방송 해설자로 올림픽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동성애자들의 인권보호를 주장하며 소치 올림픽 보이콧을 외치던 이들은 배신(?)이라고 생각했겠죠.

위어는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며 선을 그었습니다.“올림픽은 많은 희생 끝에 도달할 수 있는 목표입니다. 저 또한 나 뿐만 아니라 부모님까지 많은 희생끝에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었습니다. 동성애자든 아니든 모두가 평등해야 하지만,  올림픽에서 내 이야기만 고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올림픽은 스포츠 이벤트이지 정치적인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위어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걸 공개하며 주위의 편견과 싸워 왔습니다.아니 싸웠다기 보다는 자신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삶을 당당히 인정받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과 같은 동성애자들의 또 다른 편견과 맞서고 있습니다. 동성애자이기 이전에 스포츠인이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죠.

위어는 자신의 행동이 오히려 더 큰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며 동성애자들을 위로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러시아 소치에 갈 겁니다. 동성애자들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동성애자가 버림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많은 나라의 정상들이 러시아의 반인권적인 '동성애 차별'을 비판하며 소치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어떤 거물들의 불참 소식 보다도 조니 위어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던지는 메시지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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