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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고병원성 AI 유력 용의 '새'는 철새?

조류학자들 반발에 진실공방 벌어져

[취재파일] 고병원성 AI 유력 용의 '새'는 철새?
해마다 겨울이면 진객으로 환영받던 철새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습니다. 청정한 우리나라에 AI 바이러스를 몰고 온 나쁜 '새'로 말입니다. 수십 만 마리가 떼지어 나는 모습도 더 이상은 아름다운 '장관'이 아니라 커다란 '위협'이 됐습니다. 그런데 철새가 정말 몹쓸 '새'가 맞긴 맞는 걸까요?

정부의 발표를 가만히 지켜보던 조류학자들이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과학적으로 납득할 만한 근거 없이 원인을 철새로 '몰아간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지난 4차례의 고병원성 AI 때도 철새를 원인으로 돌렸었는데, 철새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AI가 전파됐다고 하면 누군가 그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라는 뼈 있는 말도 들렸습니다. 자칫 진실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의견 대립 양상입니다.
 
우선 정부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과거 4차례에도 AI는 철새가 원인으로 추정됐다. 최초 AI가 발병한 전북 고창의 종오리 농장과 가창오리가 떼죽음한 저수지가 5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떼죽음한 가창오리 조사 결과, 동일한 H5N8형 고병원성 AI로 밝혀졌다. 고로 고창과 부안에서 발생한 오리농장의 고병원성 AI는 야생 철새로부터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정부로서도 억울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정부는 단 한 번도 철새가 그랬다고 못 박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능성이 클 뿐이고, 가능성마저 염두에 두고 방역대책을 펴야 하는 입장인만큼 숨길 수도,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반면, 조류 전문가들은 다소 과학적인 이유를 들어가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철새들은 대부분 몽고나 시베리아에서 번식한 후 월동을 위해 한반도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많게는 5-6개 나라를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AI 발생보고가 전혀 없었다. 또, 11월 중순 이후면 국내로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철새가 AI를 국내로 유입했다면 그 때쯤 집단폐사 사례가 나타났어야 한다.

내용은 다소 다르지만, 한 수의과대학 교수는 철새가 바이러스를 직접 유입했다면 집단 폐사가 나타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농식품부 발표처럼, 철새의 분변에 의해 AI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면, 해당 철새는 이미 몸 속에 이번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떼죽음과 같은 결과는 일어날 수가 없다는 얘깁니다.

AI 방역 캡쳐_5


그래서 오히려 가창오리가 아니라 다른 철새가 유입했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가창오리는 조심성이 많아 함부로 나다니는 새가 아닌데, AI에 노출됐다는 것은 저수지에 있는 다른 철새로부터 전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정확한 원인은 수 개월간의 역학조사를 통해서도 안 나타날 수 있습니다. 철새가 유력 용의자에서 '범인'으로 드러날 지, 애꿎은 희생양일지는 지켜봐야할 문제입니다. 어떤 교수는 이미 AI가 발생한 농장에서 흘러 나온 폐수가 저수지를 오염시켰고, 그에 따라 가창오리의 떼죽음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저수지 물이나 주변이 오염됐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저수지에 대한 조사는 물론, 죽은 채 발견된 다른 철새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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