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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기념관 개관 소식 접한 안 의사 조카며느리

말없이 고개만 떨궈…안 의사 공적 알리다 40년 옥살이

안중근 기념관 개관 소식 접한 안 의사 조카며느리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시내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안중근 의사의 5촌 조카며느리 안노길(102) 할머니는 20일 안 의사의 기념관이 하얼빈역에 문을 열었다는 얘기를 듣고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궜다.

지난해 9월 이후 급격히 악화된 노환으로 거동은 물론 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안 할머니는 최근에는 감정 표현도 자연스럽지 않다.

안 할머니는 중국에서 안 의사의 공적을 알리다 1950년대 중국 당국에 의해 반혁명분자로 낙인 찍혀 40년간 옥살이와 강제노역을 했다.

황해도 사리원이 고향인 안 할머니는 17세에 헤이룽장성 하이룬현에서 안 의사의 사촌 동생 홍근(洪根)씨의 3남 무생(武生)씨와 결혼했다.

그러나 14년 만에 일제의 앞잡이에 의해 남편을 잃고 홀로 된 그녀는 삯바느질로 끼니를 연명하면서 태극기와 안 의사의 초상화를 들고 거리에서 안 의사의 공적을 알리는데 발 벗고 나섰다.

한국전쟁 이후 좌우 이념대립이 극심했던 1958년 안 할머니는 중국 당국에 의해 반혁명분자로 체포돼 네이멍구(內蒙古)의 노동교화감옥 등지에서 옥고를 치르다 1998년에야 풀려났다.

자유의 몸이 됐지만 거처가 없어 하얼빈 성당 등지를 전전하던 그녀는 2000년 우연히 알게 된 최선옥(76·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원장) 수녀에 의탁해 생활하고 있다.

안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추모사업이 벌어졌던 2010년에는 국내 언론매체들이 앞다퉈 안 할머니의 기막힌 생애와 안타까운 근황을 전하면서 뜻있는 인사들이 하얼빈을 찾아 그녀를 위로하기도 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과 하얼빈 현지의 몇몇 한국기업, 국내 독지가들이 할머니의 생활비를 보태는 것 이외에 방문객들의 발길은 끊긴 지 오래다.

안 할머니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안 의사의 순국일을 기억하고 집안 족보를 외울 만큼 정신이 또렷했지만, 지난해 9월부터 노환으로 건강이 부쩍 나빠졌다.

현재는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식사를 할 수 없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한다.

대화도 일상생활과 관련된 간단한 것 이외에는 동문서답이 되기 일쑤다.

안 할머니를 돌보는 최 수녀가 귀에 대고 큰 소리로 '한국에서 손님이 오셨어요'라고 알리자 눈을 뜬 할머니를 부축을 받고 앉기가 무섭게 "뭐 잡수실 것 있나? 과자 있나"며 손님부터 챙긴다.

정신이 온전하고 건강이 좋았을 때 현지 유학생들이 주말에 할머니를 찾아와 말동무를 해드리고 재롱을 부리면 몹시 즐거워하며 본인의 간식거리를 아낌없이 내주던 습관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했다.

안 할머니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겨 어머니처럼 모신다는 최 수녀는 "워낙 고령이시라 노환은 어쩔 수 없지만 '반짝 관심' 이후 할머니가 세상에서 점점 잊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 수녀는 2010년 안 할머니의 소식이 국내에 전해진 뒤 할머니를 찾아와 위로한 이들과 은행계좌로 몇 달에 한 번 1만 원을 송금하는 후원자들의 이름까지도 꼼꼼히 노트에 적어놓고 있었다.

평소 말수가 없는 할머니는 2010년 한국에서 찾아온 손님들과 휠체어를 타고 마지막으로 안 의사 의거 현장인 하얼빈역 1번 플랫폼에 갔을 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동행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최 수녀는 "말로 다할 수 없는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온 할머니를 멀리서 찾아와 위로하고 남몰래 정성을 보태는 분들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면서 "할머니에게 안 의사의 공적을 알리는 기념관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에 겉으로는 반응이 없으시지만 평생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던 분이니 마음속으로는 틀림없이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하얼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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