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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학교 급식 먹고 '뇌사'…음식 알레르기 쇼크 대책 전무

[취재파일] 학교 급식 먹고 '뇌사'…음식 알레르기 쇼크 대책 전무
 특정 음식을 먹으면 피부발진과 구토,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거나 심하면 숨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음식 알레르기 환아입니다. 12살 미만 아이 7명 가운데 한 명 정도가 이런 음식 알레르기를 겪었거나 겪고 있다고 합니다. 또, 최근 10년 동안 음식 알레르기 인구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교육기관은 아직도 대책이 걸음마 수준입니다. 음식 알레르기 환아와 그의 부모들이 매일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실제 9살 찬희의 가족은 이 때문에 안타까운 일를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3일 찬희는 학교 급식으로 나온 카레를 먹고 ‘뇌사’에 빠졌습니다. 의식불명 상태로 10개월 째 중환자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뇌사의 원인은 카레가 아니라 카레에 30% 넘게 들어 있던 우유였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찬희는 심각한 우유 알레르기를 앓고 있었습니다.
채희선 취재파일

 쉰 넘어 어렵게 얻은 아들이 ‘혹시 깨어나서 엄마를 찾지는 않을까’ 찬희 엄마 김정순 씨는 10개월 동안 중환자실 소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김 씨는 “찬희 사고가 나기 전으로 돌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카레를 절대 먹지 못하게 하겠다”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또, 김 씨는 “학기 초에 찬희가 우유 알레르기가 심해서 절대 우유가 피부에 닿거나 우유를 먹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학교에 알렸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학교에서 보관하고 있는 학생기초상담조사서를 확인한 결과, 찬희 부모의 말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학교 측은 “음식 알레르기가 이정도로 위험할 줄을 몰랐다”며 “25년 교직 생활 동안 처음 겪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무상으로 아이들에게 급식이 제공되기 때문에 예산이 늘지 않는 한 음식 알레르기 환아를 위해 대체 급식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해명했습니다.  
채희선 취재파일

 음식 알레르기 때문에 큰일을 겪은 아이는 찬희뿐만이 아닙니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5살 현중이도 지난 8일 어린이집에서 준 순두부를 먹고 전신 피부발진과 호흡곤란까지 겪었습니다. 순두부가 뜨겁다며 조리사가 우유를 부어 준겁니다. 어린이집 측은 현중이가 우유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깜박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채희선 취재파일

 한 아이의 생명이 달린 문제인데 지나치게 안이하게 여기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나 대책이 허술하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일 것입니다.  미취학 아동의 15.1%, 초등학생의 15.2%가 음식 알레르기를 겪었거나 겪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고 합니다. 지금 상황이라면 결코 적지 않은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 위험에 빠질지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현중이도 결국 지금 다니던 어린이집을 그만뒀습니다. 현중이 엄마 한은진 씨는 “학교든 어린이집이든 알레르기 사고에 대한 인식이나 대책이 전무하다”며 “이 아이가 또 위험에 빠질까 두려워서 어린이집을 그만 두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채희선 취재파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음식 알레르기 환아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까지 있습니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곳을 따로 만들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한영신 삼성서울병원 환경보건센터 박사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음식 알레르기 환아를 위한 대체 급식을 제공하고, 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관련 법까지 마련했다”며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8시뉴스 리포트] 학교 급식 먹은 뒤 '뇌사'…음식 알레르기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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