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피가로의 기사 요지는 이렇습니다. 2013년 런던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1600만 명을 넘어섰다는 겁니다. 영국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런던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280만 명이었습니다. 석 달에 대략 427만 명이 놀러 온 셈입니다. 2012년 대비 11%가 증가했습니다. 놀라운 성장세입니다. 파리는 2012년에 외국인 방문객이 1590만명었으니까, 이런 추세라면 런던이 1위, 파리가 2위, 방콕이 3위가 된다는 거죠. 늘 1위였던 파리가 진 겁니다.
![빅밴](http://img.sbs.co.kr/newimg/news/20140120/200718126_500.jpg)
르 피가로 기사가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파리시청 관광 책임자는 “뉴스를 듣는 순간 사무실로 달려갔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파리에서 관광 정책은 매우 민감한 주제라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빨리 확인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르 피가로 기사를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우선, 기사에 등장한 통계자료의 기준이 잘못됐다고 했습니다. 런던은 2013년 자료인데 파리는 2012년 자료를 인용해 비교했다는 겁니다. 또, 파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590만명이라고 보도했는데 근거가 뭐냐고 되물었습니다. 파리시는 외국인과 내국인을 더한 총 관광객 수만 발표했다는 거죠. 2012년 내,외국인을 포함한 관광객 수에서 파리는 2900만명, 런던은 2760만명으로 여전히 파리가 앞섰다고 했습니다. 2013년 통계치는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데, 파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2012년 보다 5%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힌트를 준다면 지난해 에펠탑 방문객 수가 역대 기록을 깼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런던은 아직 파리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파리 시의 반박으로 볼 때 르 피가로가 불확실한 통계치를 인용해 결과적으로 오보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기사 때문에 런던의 급성장을 확인한 파리시 당국자들은 식은 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2012년 올림픽의 후광 효과가 반짝하고 끝날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런던의 관광 인프라가 만만치 않습니다. 런던은 파리보다 더 많은 박물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물관 수에서 런던은 240개, 파리는 153개라고 합니다. 더구나 파리는 유료 입장인데, 런던은 무료 입장이 많습니다. 뮤지컬 등 문화 상품에서 파리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쇼핑하기 좋습니다. 프랑스어보다 접근하기 쉬운 영어를 쓴다는 점도 근본적인 강점으로 꼽힙니다.
그렇다고 낭만의 도시 파리가 1위 자리를 쉽게 내줄 것 같지도 않습니다. 파리의 매력은 여전하고 누가 뭐라해도 세계 최고 수준이니까요. 그동안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런던이 무섭게 따라 붙으면서 ‘에펠탑’과 ‘빅밴’의 자존심을 건 대결은 이제 볼 만한 싸움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