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에도 안 터지는 에어백…'성능 기준' 없다

<앵커>

운전자의 안전을 지켜주는 자동차의 에어백이 정작 큰 사고가 났을 때는 터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노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달리던 승용차가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다시 가로등과 충돌합니다.

운전자는 심하게 다쳤고, 차도 완전히 부서졌지만 에어백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전용식/사고운전자 남편 : 당연히 터졌을 거라고 생각해야 될 에어백이 안 터졌을 때 좀 화가 많이 났었어요. 터졌을 때 터지면 좀 적게 다치지 않았을까….]

에어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불만은 1년에 100건 이상 접수됩니다.

하지만 제조사들 입장은 한결같습니다.

[자동차 회사 직원 : 지금 고객님 차량은 에어백이 전개될 만큼의 어떤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제가 말씀을 드린 거죠.]

지난해 7월, SUV 차량이 바위에 부딪혀 운전자가 숨졌는데, 에어백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사고가 나면서 에어백 센서 배선이 파손됐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박병일/자동차 명장 : 센서가 웬만한 충격에서 감지했지만 배선이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되는데 센서가 감지하기 전에 이미 배선이 먼저 끊어지고 센서가 감지하는 거가 되니까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다라는 게 문제가 있고요.]

더 큰 문제는, 에어백과 센서에 관한 성능 기준 자체가 없어서 제조사 각자 기준대로 에어백을 장착한다는 겁니다.

표준화된 기준이 없어 사고가 나도 피해 운전자들이 제조사의 책임을 규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탑승자 체중이나 자세를 고려해 터지는 4세대 에어백 장착을 당장 의무화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표준화된 에어백 성능과 장착 기준 마련이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