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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황식 "나는 추대를 바라는 꼼수는 쓰지 않는다"

[취재파일] 김황식 "나는 추대를 바라는 꼼수는 쓰지 않는다"
미국에서 잠시 귀국한 김황식 전 총리 집에 가봤더니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지난달 말 미국으로 출국해 원래는 4월 중순까지 체류하는 일정이었습니다. 미국 UC 버클리대 로스쿨이 한국법 센터를 여는데, 거기서 수석 고문직을 맡아 몇 달 동안 일을 도와줘야 할 거 같다는 겁니다. 서울시장 선거가 코앞인데 미국으로 간다는 거는 결국 불출마하는 거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랬던 김 전 총리가 홀연히 귀국했다는 거는 뭔가 변화의 조짐이 있는 거 아니냐는 또 다른 해석을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김 전 총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외부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아파트는 과거 법조기자 시절, 국정원 도청 사건 때 중요 취재원을 만나기 위해 하염없이 '뻗치기'(기자들 말로 취재원을 무작정 기다리는 걸 의미합니다.) 했던 기억이 있는 바로 그 아파트였습니다. 방송사 카메라가 보이면 경비를 담당하는 분들이 바로 나오기 때문에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기도 어려웠습니다. 목소리도 못 들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생각하고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김 전 총리 목소리가 바로 들렸습니다. 뭐하러 집까지 찾아왔냐며, 빨리 돌아가라고 말했습니다. 자택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집이 지저분해서 안 된다며 완곡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리고는 차라리 전화통화를 하자고 말했습니다.

"나는 여권의 일원…제안이 오면 답을 할 것"

김황식 취파_500
단도직입적으로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물었습니다. 기본적인 생각은 조용히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조금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제안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거는 좀 그렇다는 말이 붙었습니다. 그러면서 제안이 오면 답을 주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선출직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몇달 전 발언에 비해서는 몇 걸음 더 나아간 겁니다. 

☎ 김황식 전 국무총리
= 저는 개인적으로 조용히 지내고 다른 역할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구체적인 제안이 없는 상태에서 제가 이렇다저렇다 말하는 것은 그렇고.. 구체적인 제안이 온다면 그때 나름대로 판단해서 답할 일이지 가정해서 이렇게 저렇게 말하는 거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혹시 여권에서 제안이 오면 그때 저도 여권의 한 일원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답을 할 겁니다.

"추대를 기다린다고? 그런 건 꼼수"

김황식 취파_500
여권에서는 김 전 총리가 꽃가마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종종합니다. 경선을 피하고 새누리당이 후보로 모셔가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희망하는 다른 여권 후보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생각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김 전 총리는 입장을 명확히 했습니다.

☎ 김황식 전 국무총리
= 일부에서는 제가 추대를 기다리는 거 아니냐는 말도 하는데요, 저는 그걸 표현한다면 꼼수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만약 나서게 된다면 당헌, 당규에 따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추대를 하라고 시간을 끌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정당의 후보자는 당연히 당헌, 당규를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이 말에는 추대라는 방식만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김 전 총리는 "하면 하고, 말면 말 거다"라는 인상적인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뭔가 의도를 가지고 지연 작전을 쓰는거 아니냐는 일부 시각에 불쾌한 듯 "나는 소위 작전을 쓰는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윤곽 드러나는 여권 서울시장 후보

김황식 취파_500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새누리당이 김 전 총리에게 후보 제안을 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 전 총리가 경선을 절대 못 한다고 부인한 것이 아닌 한 다른 후보들과의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은 여권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장 후보를 생각하는 여권의 다른 후보들도 큰 판이 벌어질지, 예의 주시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 여당에서 서울시장 후보에 나가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이혜훈 최고위원이 유일합니다. 나머지는 언론에서만 거론되거나 후보 출마의 생각만 가진 정도입니다. 결국 서울시장 선거는 박원순 현 시장과의 불꽃 튀는 대결이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여권에서는 어떤 후보가 확정돼서 본선에서 진검승부를 벌이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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