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경북과 전남의 도당 위원장 두 분이 다 계신데요. 여기서는 ‘도당’이라고 하면 못 알아듣습니다. ‘도땅’이라고 해야 알아듣지요.”
전남 신안군의 하의도. 인구 2055명의 이 작은 섬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태어난 곳입니다. 지난 15일, 하의도에 특별한 손님들이 방문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호남 지역구 의원 9명과 새누리당 소속 경북 지역구 의원 11명이었지요.
어업 지도선을 타고 하의도에 들어가는 도중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도당’의 발음에 대해 말했습니다. 호남에서는 ‘도당’을 ‘도땅’이라고 발음해야 사람들이 알아듣는다는 것이었지요. 20명의 의원들은 웃음으로 화답했습니다. 하의도에 도착해 김 전 대통령의 생가에서 여야를 대표해 몇몇 의원들이 모두발언을 했습니다. 몸에 밴 듯 새누리당 의원들은 ‘도당’을 ‘도당’으로 읽고, 민주당 의원들은 하나같이 ‘도땅’으로 읽었습니다.
하의도에 간 의원들은 지난해 말 출범한 ‘동서화합포럼’ 소속 의원들입니다. 말 그대로 한국 정치에 뿌리 깊은 지역주의를 해소하기 위해 영호남 의원들이 모여 만든 포럼입니다. 포럼의 영호남 의원들은 지역갈등 해소의 첫 걸음으로 DJ 생가를 방문한 것입니다. 실제 경북 의원들이 단체로 하의도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포럼 소속 의원들은 오는 3월에는 경북 구미에 있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의 지역주의 해소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권력구조 개편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 문제를 두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요. 폐지에 대한 찬반을 떠나 정당공천제가 우리나라의 지역주의를 심화시킨 한 원인이란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지방 의원은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쉽습니다. 기초의원 당선을 위해 지역구 의원에게만 잘 보이면 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호남의 대표적인 광주광역시의회 22명의 의원 중 새누리당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대구광역시의회의 29명 의원들 중에도 야당 의원은 전무하지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는 위헌 시비, 정당의 책임성 등 다양한 논거로 폐지 여부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지만, 한국 사회의 지역주의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논의가 진행되고 있진 않지만, 개헌의 오랜 논란거리였던 선거구제 개편도 지역주의 해소의 해법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 선거구에서 한 명만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에서는 다른 당의 텃밭에서 승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의 개편이 지역주의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라는 주장합니다. 적어도 현행 소선거구제로는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극복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대선 공약이었지만 현재도 공방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선거구제 개편도 꾸준히 논란이 됐지만, 여야 모두 정치적인 득실을 이유로 흐지부지 논의를 중단했지요. 물론 제도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이 동서 화합을 위해 상징적으로 모인 장소에서조차 ‘도당’과 ‘도땅’ 발음 차이가 확연히 달랐던 것처럼 한국의 지역주의는 뿌리가 너무 깊습니다. 동서화합포럼 소속 여야 의원들의 여행 일정은 잡혔지만, 우리나라의 지역갈등 해소까지는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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