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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세먼지를 바라보는 환경부의 자세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위험 '기준치'를 정해야

[취재파일] 미세먼지를 바라보는 환경부의 자세
'ALARA'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의 줄임말인데 ‘합리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 정도로 풀이됩니다. 방사능이나 미세먼지 등 자연적 · 인공적 환경 요인이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치를 정할 때 이 말이 적용되지요.

예를 들어 사람이 만들어낸 방사성 물질, 세슘 137의 경우 우리나라는 1백 베크렐(Bq), 중국은 8백 베크렐(Bq), 미국은 1천2백 베크렐(Bq)로 기준치가 정해져 있는데 각 나라마다 ‘ALARA’를 염두에 둔 결과라고 하네요. 베크렐이 궁금하실 겁니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베크렐은 방사능 물질이 방사선을 방출하는 강도를 나타낸 국제 표준 단위라고 나와 있습니다. 1베크렐의 경우 1초에 원자 한 개가 붕괴돼 나오는 방사선 양입니다. 우리나라가 식품 내 방사성 위험 기준 수치를 1백 베크렐로 강화한 건 불과 작년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3백70베크렐이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기준치를 강화한 겁니다.

요즘은 미세먼지가 화두죠. 중국에서 불어오는 각종 먼지, 자동차 배출 가스 등 사람이 만들어낸 유해 물질 중에 이토록 우리를 가까이에서 위협하는 게 또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환경부 따로 기상청 따로 예보 시스템을 가동하다보니 정밀한 예측이 어려웠고(1월14일부로 기상청이 통합 관리하기로 했지요.) 대책 또한 황사 마스크를 쓰거나 외출을 자제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게 없어 정부는 계속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죠. 그런 와중에 얼마 전 환경부가 오는 3월부터 대중교통의 실내 미세먼지 농도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도시철도의 경우 기존 2백50㎛/㎥까지 허용되던 미세먼지 농도를 2백㎛/㎥로, 철도와 시외버스는 2백㎛/㎥에서 1백50㎛/㎥로 각각 기준치를 내린 것이지요. 실외 대기 중의 미세먼지 농도가 1백50~2백㎍/㎥ 정도일 때 ‘나쁨’이라고 하니 폐쇄된 공간에서 저 정도면 어느 정도 강화된 기준치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홍콩과 우리나라 말고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대중교통의 실내 미세먼지 기준을 정한 곳이 없다고 하니 어떤 면에서는 진일보한 대책인 셈이기도 하고요.
대중교통 미세먼지

그렇다면 과연 우리 대중교통의 미세먼지 농도는 어떨까요? 일단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로 농도를 직접 재봤습니다. 대부분이 환경부가 제시한 기준치보다 조금씩 낮게 나왔습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도대체 그 기준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 기준점 아래에 있으면 정말 안전하긴 한 걸까.’ 환경부에 문의했습니다. 대화를 요약해보겠습니다.

Q: 대중교통의 실내 미세먼지 농도 기준을 마련했는데 그 기준의 근거가 무엇인가요? 예를 들면 저 정도 농도에 한 시간쯤 노출되면 건강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분석 자료나 의학 보고서 같은 게 있는지 궁금해서요.

A: 그 기준치가 인체에 미치는 건강 상 영향에 대해 따로 조사한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2006년부터 8차례에 걸쳐 대중교통의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우리가 이번에 정한 기준치 이상의 농도 분포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보다 낮춰서 기준을 정한 겁니다.

Q: 평균치보다 낮게 잡은 걸 기준치라고 하면 정부가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기준을 잡은 게 아닌가요? 만약 대중교통 사업자가 그 기준치를 못 지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A: 꼭 주먹구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평균치라는 자료가 있고 그보다 더 낮게 잡았으니 오히려 강화된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대책은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는 건 사실입니다.

기준치를 정하긴 정했는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평균치보다 낮게 잡았으니 강화한 거다라는 게 핵심이죠. 현 정부 정책에 무작정 비판부터 하자는 건 아닙니다. 방사능 위험 기준치와 미세먼지 농도 기준치 모두 시기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기준치를 국민이 납득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부만 믿고 따라오라고 요구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겁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다고 기준치를 3백70베크렐에서 100베크렐로 강화했는데 그 정도로 낮춰 잡으면 인체에 무해한 건가요? 그럼 기준치가 바뀌기 전까지 3백 베크렐 정도의 식품을 먹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미세먼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지하철 안의 미세먼지 농도를 2백50㎛/㎥에서 2백㎛/㎥로 강화했다는데 이 정도면 우리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치인가요? 2백㎛/㎥ 농도는 바깥으로 치자면 '나쁨' 수치인데 지하철 타고 2시간 가까이 이동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Reasonably Achievable(합리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에서의 ‘합리적’이라는 건 바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기준치를 의미하는 것이지, 환경부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그 ‘합리적’은 분명히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이 '비합리적'인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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