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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황우여표 청사진…선언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정치권 공수표 또한 '금단의 사과'

[취재파일] 황우여표 청사진…선언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13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에 이어 집권 여당 대표로서 신년 정국운영 구상을 밝히는 자리였습니다. 삼권분립 원칙이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들이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황 대표의 회견 중 상당 부분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과제를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를테면 경제혁신, 공기업 개혁, 통일 대비 등을 강조한 부분이 그렇습니다. 황 대표는 경제혁신을 위해 경제혁신위원회를 만들고, 그 아래 공기업 개혁위원회와 규제개혁 위원회를 만들어 공기업 개혁과 규제 혁파에 성과를 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황 대표는 각종 위원회와 특위 설립을 내걸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공기업 개혁위원회와 규제개혁위원회 말고도 국민 건강과 보건의료 서비스를 개선할 '국민건강특별위원회', 사회적 갈등을 조정할 '국민갈등조정위원회', 통일에 대비해 남북통일을 연구할 여의도연구원내 '통일연구센터', 국회 차원의 지방자치 발전 특위, 지자체별 청년 일자리 전담 부서, 지역별 원탁회의 등 새로 만들자고 제안한 특위와 위원회 등이 9개에 달합니다.

청사진은 훌륭한데, 이 구상 중에 얼마나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새누리당은 당장 설이 지나고 2월에 접어들면 6.4 지방선거에 올인해야 합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모두 승리했지만 6월 지방선거에서 야당에 패할 경우 박근혜 정부의 정책 추진력은 큰 타격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격전지인 서울, 수도권에서는 현역 민주당 단체장을 꺾을만한 이렇다할 강력한 후보군이 아직 등장하지 않아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경기지사와 서울시장 후보로 애타게 바라보고 있는 김문수 지사나 정몽준 의원은 불출마를 공언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황우여 대표의 임기는 오는 5월 중순 끝나고, 새누리당은 새 지도부를 맞을 채비를 해야 합니다. 임기를 4개월 정도 남긴 당 대표가 국정 전반에 걸쳐 파급력 있는 약속을 한 셈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 중에 하나인 기초의회 정당공천 폐지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도 논란이 불가피합니다. 황 대표는 "제도적인 일률적 무공천이 헌법에 위반된다 하여 입법으로 채택되지 않더라도 당은 철저한 상향식 공천을 통해 공천의 폐해를 제거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이 정당 경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개방형 예비경선을 여야가 함께 입법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당내에선 위헌이 불보듯 하기 때문에 대선 공약이어도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율사 출신을 비롯해 법률 전문가들이 다수 포진한 최대 정당에서 위헌 여부도 가늠하지 않고 무턱대고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누군가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황 대표는 안철수 의원 측과 민주당의 선거 연대 가능성에 대해 "선거는 정당의 최대 임무이고, 기능이기 때문에 각 정당이 자기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선거만을 위해 연대하는 것은 마치 보기 좋고 먹을 만 하고, 지혜롭게 할 만해서 따먹은 금단의 사과"라고 일갈했습니다. 우리 정치가 불신을 받는 이유는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국민과 약속하고 흐지부지 없던 일로 만들기, 지키지 못할 공약 내걸기, 공약 내걸고 사정이 변했다며 슬그머니 철회하기 또한 정치권이 피해야할 '금단의 사과' 아닐까요.

오히려 경제, 통일, 국민행복 처럼 거창한 약속이 아니더라도 황 대표의 연설 중에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국회에서의 막말 청산, 의원 해외출장의 윤리성 제고,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법 회피 방지 같은 국회 선진화 방안들입니다.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니고, 여야가 합의해 뚝딱 실현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어찌됐든 황우여 대표는 새누리당의 대표로서 국민을 상대로 약속을 했습니다. 개인 황우여가 아닌 집권여당 대표로서의 약속인만큼 최대한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지방선거 국면에서도 진행 경과를 수시로 국민에게 보고하고, 차기 당 지도부도 황 대표의 약속을 이어받아 추진하겠다는 다짐을 받도록 하는 것도 방법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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