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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새누리당엔 대변인이 없다?…신년회견장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취재파일] 새누리당엔 대변인이 없다?…신년회견장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이 14일 열렸습니다. 새누리당의 올해 첫 대국민 공식행사이자, 지방선거가 열리는 해라 국민적 관심이 쏠린 기자회견 이었지요. 하지만, 순조로운 시작은 아니었습니다.
장소 선정부터 난항이었습니다. 당초 새누리당은 '경제'와 관련된 내용이 중심이라 중소기업회관에서 회견을 열어,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회관에 당 대표가 서는 것이 '대선출마선언' 같은 이미지를 줄 거라는 이유로 (실제 지난 2007년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했던 곳이 중소기업 회관이었지요. 그래도 이게 신년 기자회견 장소를 변경한 이유라니..) 의원회관 대회의실을 고려하다가 전날 민주당이 기자회견을 열었던 장소에서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이유로 결국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기로 했습니다.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날에야 장소가 결정된 겁니다. 일반적으로 방송사가 생중계하는 기자회견의 경우 방송장비나 중계차 설치 문제 때문에 최소한 3~4일 전에 공지되는 관례를 볼 때, 막판까지 우왕좌왕 했던 것이지요.

장소가 비좁아 지미 집(크레인 등에 설치된 무인 카메라) 등 생중계 장비가 다 들어오지 못했고, 앉을 자리조차 부족해 각사 1명의 취재기자도 앉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기자회견이 열리는 새누리당 당사 4층 기자회견장이 좁아, 방송사들은 기자회견장의 현장 분위기를 전할 수 없는 2층 강당에서 새누리당 홍보 플랜카드를 배경으로 중계차를 타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새누리당은 ‘국민과 소통하는 선진정당’임을 강조했지만, 적어도 국민과 소통의 매개체가 되는 언론과는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기자회견장에서는 사진기자들이 움직일 공간이 부족해, 신체접촉은 물론 고성이 오가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기자회견 내용을 두고서도 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최종적인 연설문이 작성되기 전에 내용 일부가 당 대변인을 통해 일부 언론에 공개되면서 황우여 대표가 대변인을 질책했고, 부랴부랴 원고는 다시 수정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최종 연설문을 작성하는 과정에는 결국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변인이 배제된 채 황 대표 혼자 마무리했습니다.

당 대표와 대변인 간의 불협화음은 비단 이번만이 아닙니다. 새누리 당과 민주당 모두 당 대변인과 원내대변인으로 ‘투 트랙’으로 이뤄집니다. 당의 입장과 원내 입장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역할을 명확히 구분한 겁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역할 구분이 모호해졌습니다.

황우여
지난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나, NLL 대화록 문제, 코레일 파업 사태 등 굵직한 이슈가 있을 때, 당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할 때마다 당 대변인이 나서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윤상현 원내 수석 부대표의 일요일 기자간담회입니다. 새누리당의 입장이나 향후 행보에 대한 취재를 할 때, 기자들은 대변인들보다 원내수석부대표인 윤상현 의원의 입만 쳐다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의제들에 대한 반응도 대응보다는 방어에 치중하다보니, 야당에 맹공을 퍼붓거나, 저격수 역할은 원내대변인인 김태흠 의원이 맡게 되는 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주말 간담회나 브리핑은 한 주간의 정치 현안들을 정리하고, 주초에 눈여겨 봐야할 쟁점사안들에 대해 기자들과 이야기하는 자립니다. 그래서 주말에는 대변인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브리핑을 하거나, 기자간담회를 열지만 당번을 맡아도 국회에 아예 오지 않거나 전화조차 받지 않는 경우가 생기다 보니, 기자들이 대변인보다 원내 지도부를 찾는 일이 생긴 겁니다.

밤낮 주말 가릴 것 없이 이슈가 터졌던 지난 연말의 경우, 메인 뉴스 노출 빈도를 보면, 지난 11월과 12월을 기준으로 윤상현 의원이 15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2013년 11월~12월. SBS 8시 뉴스 기준. 윤상현 의원 15건, 김태흠 의원 4건, 유일호 의원 3건, 민현주 의원 2건)

하지만, 8월부터 석 달 가까이 매주 기자간담회를 이어가던 윤상현 의원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혈액형 표기 여권’ 논란부터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검찰 수사 상황을 언론에 노출하는 등 실언이 반복되자 이를 중단하게 됐고, 대신 사무총장, 최고위원들이 돌아가며 간담회를 열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대변인 역할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입니다.

대변인의 역할 부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최근 대변인 교체설이 진지하게 거론됐습니다. 새 대변인 후보의 이름이 거명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당 대표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변인 교체가 주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황입니다.

대변인은 당의 정책과 방향성을 국민에 알리고, 설득하는 막중한 책임이 부여된 자립니다. 또 비공식적인 언론과의 접촉에서 당 내부 이야기부터 정치계 소식들을 두루 전하는 당과 언론을 잇는 가교 역할도 하고 있지요. ‘소통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대변인이 정작 ‘불통’의 주범이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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