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너무 일찍 뜨긴 했어” 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대선까지는 4년 가까이 남았으니까요. 오랫동안 정치권을 관찰해 온 제 관점에서 보면 시간이란 정치인에게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선이라는 빅 매치에서 너무 일찍 주목 받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는 굳이 누구 누구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다 아는 일입니다.
‘크리스 크리스티(Chris Christie)’ 그는 탁월한 정치감각과 친근한 대중적 이미지로 위기에 빠진 미 공화당의 구원투수로 급부상한 인물입니다. 재작년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가 뉴저지 해안을 강타했을 당시 동분서주하며 현장을 누비던 모습은 아직도 미국인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선거 운동의 일환으로 피해 지역을 찾은 오바마 대통령을 포옹하는 배포 또한 그의 넉넉한 체구만큼이나 두둑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소속 정당보다는 국민이 유권자가 우선한다는 이미지는 단번에 그를 전국구 정치인으로 끌어 올렸습니다.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 오바마 재선의 일등공신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지기는 했지만 크게 연연해 하지 않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마침내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호감도 1등 정치인으로 올라섰습니다.
그런 크리스티가 지금 정치생명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의 측근이 선거운동을 돕지 않은 민주당 소속 시장을 골탕먹이기 위해 뉴욕으로 들어가는 조지 워싱턴 다리의 교통을 일부러 통제했다는 이른바 ‘브리지게이트(Bridge-gate)가 터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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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물론 전혀 몰랐고 과잉충성이 빚은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이 적지 않습니다. 정치인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유권자의 발을 묶었다는 것은 의혹만으로도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초특급 악재임에 틀림없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붙었습니다. 샌디 피해 당시 현장을 방문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지원을 약속했고 그 후 연방정부로부터 2천5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는데 그 중 일부를 다른 곳에 썼다는 것입니다. CNN 보도를 보면 크리스티측이 2천500만 달러 가운데 470만 달러를 뉴저지주 관광 홍보 비용으로 사용했으며 홍보 회사를 선정하는 과정 역시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아 연방정부가 감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오기 까지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차기 대선 후보 선정을 위한 공화당 경선이 한창일 때 감사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건 지금 일이 터지는 것 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크리스티가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 허리케인 ‘샌디’가 자칫하면 그의 대권가도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악재의 연속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티가 ‘끝났다’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습니다. 오늘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그에 대한 호감도는 지난 달 65%에서 59%로 6% 포인트 떨어졌을 뿐입니다.”도의적 책임은 인정하지만 나는 몰랐다”는 그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 추가 물증이 아직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미국이 워낙 넓은 나라이다 보니 뉴저지의 교통체증 문제가 대다수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크리스티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공화당 주류에서 그를 보호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크리스티에게는 이번 일인 악재가 아닌 호재일 수도 있습니다. 외부로부터의 공격이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공화당으로서는 좋든 싫든 전국적 지명도를 갖춘 후보 한 명이 사라지는 것은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때문에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의 공세가 거세 질수록 크리스티에 대한 공화당의 보호본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는 알 수 없는 것이고 앞으로 남은 시간이 크리스티에게 “약이 될 지?” “독이 될 지?” 역시 예단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월드리포트] 크리스티는 과연 살아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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