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토피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이 자칫 아이에게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 가운데 30% 정도가 특정 음식을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알레르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 알레르기는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캐나다에서 15세 여자아이가 남자친구와 키스를 한 후 숨진 적이 있는데 원인이 ‘음식 알레르기’로 조사됐습니다. 이 여아가 땅콩 알레르기가 있었는데, 남자 친구가 키스하기 전 땅콩을 먹었던 거죠.
처음엔 저도 ‘설마 음식 알레르기가 그 정도로 위험할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취재하면서 알레르기의 실체를 알게 됐습니다. 우유와 콩 알레르기가 있는 5살 정우 얘기입니다. 한 번은 우유 한 방울이 정우 머리에 떨어졌는데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결국 응급실까지 가야했다고 합니다.
아이가 아토피인 줄만 알았던 정우 엄마가 음식 알레르기 검사를 하게 된 이유입니다. 이후 정우는 철저하게 콩과 우유를 피했고 지금 이 아이는 언제 피부염을 앓았느냐는 듯이 뽀얗고 예쁘게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정우 엄마 조혜원 씨는 “정우가 콩 알레르기가 있는 줄 모르고 몸에 좋다는 발효식품을 먹었던 때가 떠오른다”며 “아토피 악화 요인은 아이마다 다르다는 걸 엄마들도 꼭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음식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계란, 콩, 우유뿐 아니라 이를 가공해서 만든 두부, 요거트, 간장까지 어떤 사람에게는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무턱대고 이런 음식을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에게 먹였다가는 피부염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심하면 아이가 숨질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지, 또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음식이 뭔지 검사를 통해 확인한 뒤 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합니다.
문제는 많은 업체들이 아토피 특효약이라며 근거 없는 처방들로 엄마들을 유혹한다는 겁니다. 아토피 아이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한 한 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아토피피부염 관련 쇼핑몰 직원은 다짜고짜 “병원부터 딱 끊으라”고 말했습니다. 대신 이 업체 직원(코치)이 수시로 아이 상태를 상담해 준다는 겁니다. 그것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아이 사진을 보면서 말입니다. 확인 결과 담당 코치라는 사람들은 전문 의료진도 아니었습니다. 이 업체 직원은 코치에 대해 "자신 회사의 제품과 비법으로 아토피를 치료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심쩍다 못해 위험한 상담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이 회사 제품 때문이었습니다. 아토피 만병통치약이라는 화장품과 입욕제의 성분은 수십 가지 약초였습니다. 상담을 받은 아이가 풀 알레르기가 있다는데도 회사 직원은 “발효시켰기 때문에 전혀 상관없다”며 “본인 회사 제품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이 발생하면 책임지는지에 대해서는 “의료진이 아니고 피부 관리를 할 뿐”이라며 발을 뺐습니다.
아이를 하루라도 빨리 낫게 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클수록 업자들의 상술에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저기 떠도는 근거 없는 치료 비법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도해보고 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어떤 이에게는 특효일지 몰라도 내 아이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안강모 삼성서울병원 환경 센터장은 “아토피가 불치병이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정체불명의 치료법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인내심을 갖고 아이가 왜 아픈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