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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창틈으로 찬공기가…노후주택 개선 시급

<앵커>

단열이 제대로 안된 집에선 아무리 난방을 해도 찬 기운만 돕니다. 저소득 가정에 난방비만 지원할 게 아니라, 곳곳에 새는 열을 막아줘야 하는 이유죠.

에너지 복지 연속 기획, 오늘(12일) 마지막 순서로 에너지 효율이 크게 낮은 저소득층의 주거 환경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곽상은 기자입니다.



<기자>

권춘희 할머니는 지은 지 40년 지난 산동네 허름한 집에 살고 있습니다.

장애인인 딸과 함께 지내는데, 겨울마다 웃풍 탓에 고역을 치릅니다.

[권춘희/서울 노원구 덕릉동 : (보일러를) 겨우 얼지 않을 정도만 틀고 그렇게 해도 한 달에 등유 한 드럼(200리터)은 들어가더라고요. 방은 방대로 춥고 그런데도…당뇨가 있고 그러니까 발이 엄청 시려요.]

밀폐 정도를 알아보려고 창문 밖에서 연기를 피웠더니 창 틈으로 연기가 바로 새어 들어옵니다.

찬공기가 쉽게 실내로 들어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열화상 카메라에는 단열시공이 안 된 벽과 이음새 부분이 시퍼렇게 나타납니다.

벽 온도는 외부 기온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장칠용/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 : 이 집이 단열이 많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보일러를 가동해) 실내 바닥은 20도로 데우는데도 불구하고 공기 온도는 10도 미만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거죠.]

1979년 전엔 국내에 주택건축 단열기준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과거에 지어진 주택은 대부분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집니다.

이렇게 1970년대 이전에 지어진 주택이 우리나라엔 무허가 주택을 빼고도 135만 호나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에너지 빈곤층 대부분이 이런 노후 주택에 살고 있어 난방을 해도 추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농어촌 사정은 더 심각합니다.

오상철 할아버지가 노모와 함께 사는 이 집은 6·25 직후 지어진 전형적인 시골집입니다.

흙벽에 비닐과 보온 덮개를 겹겹이 댔지만 외풍을 막기엔 역부족입니다.

[오상철/전라북도 무주 : 바늘구멍이 소바람 들어온다고 하잖아요. 소바람이 문제가 아니라 태풍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촌사람들은 돈이 없으니까 (보수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거지. 억지로 거예요. 촌늙은이들이.]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해 7년 전부터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주택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는 건 한해 3만 가구에 불과합니다.

[박광수/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저소득 가구일수록 주거환경이 열악해서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는 이런 구조는 매우 심각하고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집들을 개선해 새는 에너지를 막아주면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절감된 연료 지원 예산만큼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현재 산업부나 복지부, 국토부 등에서 각기 따로 진행하고 있는 주택개선 사업을 일원화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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