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이 사건을 접한 건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였습니다. 내용은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13개월 된 남자아이가 보육교사에게 상습적으로 학대를 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해 우리 사회에서 불거진 가장 큰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아동 학대’였습니다. 사회적 공분은 법 개정(아동학대로 형이 확정된 사람은 10년 동안 어린이 관련 시설에 취업할 수 없음)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일이 발생할까 반신반의했습니다.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피해 아동 어머니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말도 못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지켜주지도 못한 엄마가 무슨 염치로 얘길 하겠습니까? 그리 별일도 아니고, 다 제 잘못입니다.”
하지만, 오랜 설득 끝에 어머니는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아이가 평소와 달리 주변 사람을 때리거나 꼬집고, 소리치고, 머리로 세게 들이박고, 잠도 안자고.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전 어린이집에 가서 CCTV 영상을 보고, 정말 머리의 피가 거꾸로 솟는 줄 알았습니다.”
CCTV 영상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심각했습니다. CCTV에 등장한 보육교사는 누워 있던 아이가 일어나 자신에게 손을 뻗자, 돌아누워 아이의 얼굴을 때렸습니다. 아이가 일어서 다가가려고 하자, 수차례 팔꿈치로 밀쳐내기도 했습니다. 기어서 벗어나려는 아이를 다시 붙잡아서 끌어당긴 뒤, 강제로 눕히기도 했습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제가 확보한 CCTV 영상이 고작 3일 분량이었다는 점입니다. (피해 아동은 지난 10월부터 석 달 동안 어린이집을 다녔습니다.)
[8시 뉴스] 팔꿈치로 아이를 '쿵'…어린이집 교사 수사
취재 결과, 해당 보육교사는 58살 김 모 씨로 확인됐습니다. 김 씨는 손자 또래 아이를 왜 그렇게 다뤘을까요? 어린이집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하지만, 이 일이 있고 나서 김 씨는 유치원을 나오지 않고 있었습니다. 대신 어린이집 원장을 통해 입장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원장은 일반적인 보육과정이었을 뿐 때리거나 폭행한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뉴스 리포트에선 기사 분량상 원장의 해명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장이 제게 설명했던 말을 그대로 전해 드립니다.
<어린이집 원장 해명>
“의식적으로 선생님이 아이를 때리는 경우는 없습니다. 이 아이 몸무게가 12kg이에요. 그만큼 아이가 무겁습니다. 무거운 아이를 선생님이 정말로, 정말로 잘 키우다 보니까, 선생님이 잠시만 자리를 비워도 넘어져서 울어요. 선생님은 화장실도 제때 못 가요. 엄마가 안고 잘 키운 아이들이 엄마가 안 보이면 우는 것처럼, 우리도 아이를 그만큼 잘 키웠다고 볼 수 있는 거예요.
이 선생님이 그날 하루 뭐 운이 안 좋았는지, 여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몸이 안 좋은 그때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선생님이 아이 세 명을 한꺼번에 봅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이 아이가 자다가 깨서 일어났어요. 그래서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이 깰까 봐 (제 팔을 툭툭 치면서) 이렇게 한 거예요. 이렇게 툭툭 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이 아이가 건강한 아이라서, 벌떡 일어나서 또 옆으로 뛰어가요. 그래서 선생님이 어쩔 수 없이 잡았던 거예요. 선생님이 이 아이를 한 번에 안을 수가 없으니까, 딱 잡아서 끌고 갈 수도 있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기어가는 아이를 잡아당겨야 하는데 두 손이 못가면 한 손이 가게 되고, 옷자락을 잡을 수도 있고. 그래서 아이를 끌고 갔다 이겁니다. 뺨을 딱 때리고, 콱 쥐어박고 그런 건 아니고요, 상처가 난 것도 아니고 그런데 그렇게 일이 커진 거예요.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이게 해프닝으로 끝날 일인데, 이걸 어머니가 문제 삼았다 이렇게 나오는 거고요. 경찰에 가면 모든 게 다 밝혀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급성스트레스 장애’-‘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
전문가의 의견은 어땠을까요? 정신건강전문의가 내린 진단은 ‘급성스트레스 장애(Acute stress reaction)’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였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는 겁니다. 당장 겉으로 드러나는 외상은 없지만, 아이가 정신적인 큰 스트레스와 충격을 받았고, 그로 인해 앞으로 행동이나 정서적인 면에서 후유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피해 아동 부모는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를 아동 학대 등의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도 어린이집 CCTV 영상을 확보하는 등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제 막 조사가 시작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린 아이가 몸과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문제를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비판적인 시각으로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 취재과정에서 이준영 서울대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홍순범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한민경 아동학박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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