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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 대통령, 소통 간극 어떻게 메울까?

"국민들은 직접 듣고 싶어한다"

[취재파일] 박 대통령, 소통 간극 어떻게 메울까?
안녕하십니까? 청와대를 취재하고 있는 정준형 기잡니다.
취재파일로는 오랫만에 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다 아시는 것처럼 취임이후 첫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첫 기자회견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경제였습니다. 박 대통령이 밝힌 새해 국정운영 구상 내용의 3분의 2정도가 경제분야에 할애될 정도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새해 국정운영 최우선 목표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을 통한 경제 재도약과 한반도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제시했습니다. 평화통일 기반 구축과 관련해서는 "통일은 대박이다"라며 설 남북 이산가족 상봉도 제안했습니다. 이와함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과 개각 논란, 개헌 문제, 공기업 개혁 등을 비롯한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습니다.

또하나 그동안 꾸준히 논란이 돼온 이른바 '불통 논란'에 대한 입장도 적극적으로 밝혔습니다. 사실 어제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열린 계기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불통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입니다. 어제 회견으로 새해 국정운영 구상이나 각종 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이 어느정도 해소됐을지 궁금합니다만, 안타깝게도 오늘 아침 일부 조간 신문을 봐도 그렇고 대통령을 둘러싼 불통 논란은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장 야당인 민주당은 "대통령이 국민이 듣고 싶은 이야기 대신 일방적인 메시지만 전달했다"면서 "진정한 소통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더 큰 의문을 갖게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청와대 출입기자로서도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참 당혹스럽다고 할까요. 청와대는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박 대통령도 어제 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부족한 점은 있지만, 저는 우리 국민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그동안 소통해왔습니다. 틈이 나면 현장을 방문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각계 각층 대표들과 만나서 간담회를 해왔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청와대에 민원이 많이 답지하고 있고, 그런 민원을 해결하는데도 노력을 해왔습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대통령이 이런 말까지 했을까요.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소통 노력과 관련해 자주 드는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 언론사 보도.편집국장단, 논설실장단, 정치부장단을 각각 초청해서 2-3시간씩 자유롭게 간담회를 가지면서 어떤 질문이든 다 받았고 그 질문에 대해 가감없이 대답했으며, 이 내용이 언론에 다 보도됐다는 겁니다.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이렇게 언론인들과 자유롭게 몇시간씩 소통한 대통령도 드물다는 말로, 이런 것이야말로 진짜 소통이 아니냐는 겁니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이같은 반론에도 불구하고 왜 대통령을 둘러싼 불통 논란은 끊이지 않는 것일까요? 오늘 아침 국어사전에 '소통'이란 말을 찾아봤습니다. 이렇게 정의돼있더군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라! 흔히들 진정한 소통의 전제는 내가 말하는 것보다는 먼저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이라고 합니다. 회사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소통하자면서 자기 말만 다 해버리면, 상사는 실컷 부하직원하고 소통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부하직원은 돌아서서 상사만 욕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어제 대통령 회견에 대해 "소통이 아니다"라고 비판하는 분들은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요?
"대통령이 먼저 들으려고 하기보다 자기 말만 하고 말았다"는 생각 말입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이 어제 소통과 관련해 한 말 가운데 일부도 소통과 관련해 트집을 잡히는 빌미를 제공했을지 모릅니다.

"소통의 의미가 단순한 기계적 만남이라든지 또는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소통의 전제조건은 법을 지키는 것입니다. 불법 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소통이라면 먼저 만나서 상대방의 말부터 들어봐야하지 않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그게 무슨 소통이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한다면서 무슨 소통을 하느냐고 되물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또하나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사건을 비롯한 각종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 거의 변함없었다는 점도 반대 진영 분들에게는 여전히 '불통'으로 비춰졌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박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불통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까요?
그냥 이대로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소통 노력을 이해해줄 사람만 알아주면 된다는 식으로 가야할까요?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자 대한민국을 통합해서 이끌어야할 대통령으로서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소통하겠다며 자신 갖고 있는 생각을 무조건 바꿀 수도 없을 것입니다.

지난 연말 이런저런 송년 모임에 참석했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들 가운데 하나도 박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대한 생각들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 지인이 말한게 기억에 남습니다. 바로 이 말입니다.

"국민은 언론을 통해서도 대통령의 말을 듣지만, 그 보다는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듣고 싶어 한다."

어떤가요? 저는 지인의 이 말이 참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그렇구나. SNS 시대, 직접 소통에 익숙한 시대, 사람들은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듣고 싶어하는구나. 아마도 신문에서 활자로 보도한 내용들은 국민들의 가슴에 와닿지 않고, 방송뉴스를 통해 나가는 대통령의 말은 너무 제한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어제 첫번째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국민들이 국정전반에 대한 대통령의 말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겁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국민과 소통에 더욱 힘을 쓰려면, 자신이 하는 말을 국민이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또 국민들도 대통령의 말에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하고 그것을 온 국민이 함께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방식을 어떻게 만들어갈 지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몫일 겁니다.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이 일회성 기자회견으로 끝낼게 아니라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급적이면 온 국민이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고 끊임없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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