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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노인의 훈훈한 기부…"더 못해서 미안"

<앵커>

쪽방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을 기부했습니다. 벌써 6년째입니다. 무관심이 더 아픈 겨울인데, 어르신들의 나눔이 고맙고 또 죄송합니다.

채희선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단칸방 부엌에서 김재순 할머니가 찬물로 쌀을 씻습니다.

[(아침에도 썼는데 왜 안 나와, 또.) 어떻게 해, 밥해야 하는데?]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52살 딸과 이렇게 함께 산 지도 40년이 흘렀습니다.

정부 보조금과 갖은 일을 하면서 버는 한 달 수입은 20만 원 정도.

입에 풀칠하기도 부족한 돈인데 할머니는 이 돈을 쪼개 기부합니다.

[김재순/쪽방촌 주민 : 못 먹어서 죽어가는 애들이 너무 많잖아. 그걸 위해서 기부했는데 1만 원밖에 못 했어.]

김 할머니와 함께 쪽방촌 노인들이 모여 일하는 일터입니다.

하루 9시간씩 꼬박 볼펜을 조립해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10만 원 남짓입니다.

[김향자/쪽방촌 주민 : 한 달에 요즘은 10만 원 정도? (그럼 1만 원 큰돈이잖아요.) 그럼 큰 돈이지.]

어려운 삶이지만 십시일반 돈을 모아 기부한 지도 6년째, 늘 더 베풀지 못해 미안한 마음입니다.

[김금선/쪽방촌 주민 : 1만 원도 못했어요. 5천 원 했어요. (엄청 큰돈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조금 더 했으면 좋은데 그걸 못했다고요.]

볼펜 조립을 마치고 퇴근길에 폐지를 주워서 내다 파는 김향자 할머니는 지난해에는 폐지를 모아 돈을 좀 더 벌었다며 1천 원을 더 기부했습니다.

[(1천 500원.) 1천 500원 주셨어. 1천100원 줘야 맞는데…]

쪽방촌 노인들이 100원에서 1만 원까지 십시일반 모아 어려운 이웃에 전달한 성금은 110만 원입니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나눔의 마음만큼은 고액 기부자 못지않습니다.

[김향자/쪽방촌 주민 : 기부는 내가 활동할 때까지 더 많이 할 거예요. 내가 더 (돈을) 보태서라도…]  

(영상취재 : 김학모·신동환, 영상편집 :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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