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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쉐룽호를 통해 본 남극 조난사

[월드리포트] 중국 쉐룽호를 통해 본 남극 조난사
중국의 쇄빙선인 쉐룽호가 남극의 얼음에 갇혔습니다. 먼저 유빙에 막혀 오도가도 못하게 된 러시아의 탐사선 '아카데믹 쇼칼스키'호를 구조하러 나섰다가 같은 처지에 빠졌습니다. 쇼칼스키호의 선원 52명은 쉐룽호가 보낸 구조 헬리콥터에 의해 호주의 '오로라 오스트랄리스'호로 무사히 대피한 상태입니다. 쉐룽호가 구조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고는 자신들이 곤경에 처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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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방송들은 쉐룽호를 매시간 연결해 현재 상황을 전하고 있습니다. 쉐룽호 선원들은 아직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운동도 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겉으로 표시하지 않아도 불안감이 없을 수 없습니다. 연료나 식량이 아직 충분하고 통신도 원활하게 연결되니 극한의 상황은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갑자기 기후 조건이 악화되고 거대한 빙산이 흘러와 배에 부딪히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또 마냥 얼음속에 갇혀 있을 수 만도 없습니다.

바람 방향이 바뀌어 유빙이 조금 흩어지면 돌파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다만 쉽지 않으리란 전망입니다.


그래서 이 두 배를 구하기 위해 미국 쇄빙선인 '폴라 스타'호가 나섰습니다. 지난 5일 시드니를 출발해 현재 쉐룽호 등이 묶여 있는 남극 커먼웰스 베이 해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쯤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폴라스타호는 1.8 미터 두께의 얼음을 깨면서 3노트의 속도로 운항할 수 있습니다. 속도를 낮추면 6미터 이상 두꺼운 얼음도 깨면서 나갈 수 있다고 합니다. 현존 최고 수준의 쇄빙선입니다. 현재 쉐룽호가 갇혀 있는 유빙의 두께가 4미터 정도라고 하니 일단 조난 해역에 도착하면 쇼칼스키호와 쉐룽호를 모두 무사히 구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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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강대국들이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만든 쇄빙선도 남극의 환경을 이겨내기는 만만치 않습니다. 그만큼 남극의 추위는 가혹합니다. 기상 관측 사상 지구에서 가장 추운 날씨가 지난 2010년 남극 동쪽에서 기록됐는데요, 영하 94.7도였습니다. 한순간에 사람의 눈과 기도, 폐를 얼려버리는 살인적인 기온이라고 합니다.

추위도 추위지만 더 무서운 것은 바람입니다. 남극 대륙에서는 어렵지 않게 태풍급인 초속 40미터 넘는 폭풍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남극 하면 하늘을 가득 매운 눈보라를 떠올리실텐데요, 남극은 일부 지역의 경우 지난 200만년 동안 강수량이 0을 기록할 만큼 건조한 곳입니다. 눈보라는 하늘에서 눈이 내려서가 아니라 강한 바람에 눈과 얼음이 하늘로 떠올라 형성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 번 이런 폭풍이 일면 화이트 아웃(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서 원근감, 거리감, 방향감을 상실하는 현상)으로 활동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극한의 환경 때문에 남극 대륙은 1900년대 초까지도 무인 대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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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시는대로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한 탐험가는 노르웨이의 로알 아문센입니다. 당시 아문센과 남극점 도달을 두고 경쟁을 벌인 이가 있었습니다. 영국의 로버트 스콧입니다. 같은 시기에 거의 같은 코스를 통해 두 명이 이끄는 탐험대는 각각 남극점 정복에 나섰습니다. 아문센은 에스키모 개 150마리를 이용한 썰매를 이용한 반면 스콧은 초반에 몽고 조랑말을, 그리고 나중에는 순전히 탐험대원들이 썰매를 끌고 나갔습니다. 물론 먼저 남극에 도착한 사람은 아문센이었습니다. 하지만 좀더 순수한 사람의 힘으로 남극점에 도전했던 스콧으로 인해 아문센은 이후 두고두고 박한 평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스콧의 무모하디시피 한 도전은 결국 비극으로 끝났습니다. 아문센에 이어 두번째로 남극점을 밟은 뒤 기지로 돌아오는 길에 스콧 자신을 포함해 5명의 탐험대원들이 모두 숨졌습니다. 부족한 식량에, 혹독한 추위로 인해 탈진해 동사했습니다. 그만큼 남극 대륙은 무서운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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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의 조난과 관련해 또하나의 전설적인 일화가 있습니다. 영국의 극지탐험가 섀클턴과 27명의 대원이 남극에서 거의 2년 가까이 조난을 당하고도 모두 살아서 돌아온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1914년 남극 대륙 횡단에 도전하기 위해 남극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남극 대륙에는 발도 올려보지 못했습니다. 배가 쉐룽호와 같이 얼음에 갇힌데다 난파되면서 유빙으로 몸을 피해야 했습니다.

구조는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1차 대전에 묶인 영국은 사고 발생 초기에 구조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이들의 구조를 부탁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두 나라도 자신들의 국민도 아닌 탐험대를 구출하기 위해 막대한 인력과 자원을 쓸 리가 없었습니다. 이들은 결국 50마리의 에스키모 개와 함께 얼어붙은 바다 위를 전진했습니다.

극지에 사는 펭귄과 물개를 잡아먹으며 버텼습니다. 비타민 부족으로 전원 괴혈병과 각기병에 시달리고, 동상으로 손·발가락이 떨어져나가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출발했던 에스키모 개 50마리도 모두 잡아 먹어야 했습니다. 길이 6미터의 구명 보트 한 척과 도끼 한 자루, 간단한 탐험 도구만으로 얼음 바다와 얼음산을 넘어 끝내 애초 출발했던 사우스 조지아 섬의 기지에 도착했습니다. 634일 만이었습니다. 그리고 급파된 칠레 군함 덕분에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남극에서 조난을 당하자 러시아와 중국, 호주, 미국이 모두 내 일처럼 나서는 것은 이런 선배 탐험가들의 불굴의 의지와 인류애의 전통을 이어 받아서일 것입니다. 쇼칼스키호나 쉐룽호 모두 아무 탈 없이 구난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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