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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명훈 미공개 연주 동영상 독점 공개!

- 건반이 부르는 노래의 여운

지휘자 정명훈의 피아노 독집 음반 “Piano (ECM 발매)”는, 대가가 연주하는 소품의 미학을 여실히 보여준 좋은 음반이다. 이 음반에는 귀에 익은 소품 10곡이 실려 있다.  ▶ 필자의 글 참조 (클릭)

정명훈 선생은 지난달 24일, 삼성동 마리아칼라스 홀에서 이 음반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마리아칼라스홀은 관람객이 30여명 들어갈까 싶은 작은 홀이다. 여기에 그랜드 피아노를 놓고 정명훈이 직접 수록곡을 들려주며 발매 취지 등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내근 데스크로 일하는 필자는, 이 날처럼 현장 취재하는 후배기자가 부러웠던 적이 없다. 정명훈의 피아노 독주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니!

게다가, 원래 예정은 음반 수록곡 10곡 중 2곡 정도를 맛만 보여주는 것이었다는데, 정명훈은 실제로는 10곡 모두를 들려주고도 모자라 최종적으로 음반에 싣지 않은 곡까지 연주해 주었다. 나중에 취재영상을 보았는데, 혼자 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기자회견 내용과 음반 소개는 24일 8뉴스에 방송되었지만, 뉴스시간 관계상 대부분의 내용이 편집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소개하는 정명훈의 미공개 연주 동영상.

첫번째는 쇼팽의 발라드 1번이다. 녹음을 하였으나 최종적으로 음반에는 넣지 않았다는 그 곡이다. 처음에는 조용히 시작하여 아주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낭만적인 곡인데, 스케일도 크고 기교적으로도 대단히 어려운 작품이다.



동영상을 보면, 복잡한 음계 등 몇 곳에서 본인 스스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표정을 짓는다. 매일 몇 시간씩 연습하는 전업 연주자는 아니다보니 본인 스스로 흡족할 만한 기술적 완벽함을 구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주는, 발라드 1번만이 갖고 있는 극적인 정취, 악절 곳곳에 숨어있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을 대단히 아름답고도 당당하게 풀어내고 있다.

쇼팽의 발라드1번이 이번 음반에서 최종적으로 빠진 이유는 앨범의 컨셉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은 ‘할아버지가 두 손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이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담긴 곡들이 실렸는데, 발라드 1번은 그에 비해 너무 장대하고 드라마틱하고 조금은 어둡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는 앨범의 발매 취지에 딱 맞는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이 곡을 쳐 본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정명훈이 연주하는  ‘엘리제를 위하여’는 내가 치는 것과 어떻게 다를까? 음 하나 하나의 강약 조절과 이음새, 악절을 어떻게 노래하게 만드는지 등에 귀를 기울여 들어보시길 바란다.


이어지는 곡은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우리말로 ‘꿈’). 슈만의 <어린이 정경> 에 수록된 이 곡은 초등학생도 칠 수 있을 정도로 악보 자체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음표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크나큰 감동을 빚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곡이다.  화선지에 수묵화를 그리듯, 빈 공간을 소리의 여운으로 채워나가는 정명훈의 마법에 따라 각자의 어린시절의 정경을 회상해 보시길.

이렇게 ‘여운’을 즐길 수 있는 곡으로,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가을의 노래’를 빼놓을 수 없다. 40년전 젊은 정명훈이 구소련에서 열린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연주했던 곡으로, 현지 청중들의 큰 지지와 사랑을 얻었던 본인의 추억이 담긴 곡이다. 


느리고 조용한 것으로 두 곡을 들었으니 이번에는 좀 빠른 곡을 하나 들려드린다.
슈베르트의 즉흥곡 G플랫장조 D899의 3번으로, 이 곡 역시 피아노 배우는 초등학생들이 한번쯤 거쳐가는 곡이다. 피아노라는 악기를 어떻게 ‘노래하게 만드는지’ 보시면 좋을 듯 하다.


정명훈 선생은 피아노 독주 공연을 열 생각은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연습을 좀 더 해서, 본격적인 피아노 독집 음반을 하나 더 낼 생각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도 이번에 수록곡에서 빠진 쇼팽 발라드 1번을 포함, 쇼팽 곡 만으로 음반을 구성할 생각도 있다고 하니, 음악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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