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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택시가 없는 걸까? 아니면 안 태워주는 걸까?

특정시간대 택시 '수급불균형'이 근본적인 원인

[취재파일] 택시가 없는 걸까? 아니면 안 태워주는 걸까?
매일 밤 서울시내에서는 택시 타기 전쟁입니다. 저 또한 귀가가 늦어 밤 11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택시를 타려면 매번 겪는 일입니다. 심지어 집까지 거리가 가까우면 아예 택시 타기를 포기하고 20~30분씩 걸어서 가기도 합니다. 참 불편하고 불쾌하고 화나는 일입니다. 문제라고 그렇게 많이 지적했지만 달라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하나씩 생각해 보겠습니다.

ㅇ 승차거부만이 문제인가?

지금까지 택시난(亂)의 원인으로 ‘승차거부’가 가장 많이 지적됐습니다. 분명 이 승차거부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매일 밤 승차거부를 단속하고 있습니다. 강남역이나 종로, 홍대입구 등에는 단속반이 상주하면서 승차거부를 현장에서 단속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승차거부는 여전하다고 느껴집니다. 강남역이나 홍대 종로에 나가보면 타려는 손님은 많은데 분명 빈 택시가 보입니다. 그리고 빈 택시는 창문만 조금 내리고서는 손님을 골라 태우는 모습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현장에 있는 단속반원들은 뭐하는 걸까. 왜 이런 택시들을 단속하지 않는 걸까. 종로에서 단속반원이 취재팀에게 다가와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지금 보이는 빈 차들이 다 경기 인천 택시들이에요. 저 택시들이 서울로 들어와서 경기 인천쪽 가는 사람들 골라 태우니까 여기(종로)가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는 거에요. 저건 승차거부도 아니니 단속도 할 수 없고 정말 문제에요.”

택시 타기 힘든 시간인 밤 11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서울 도심에서 빈차로 손님을 골라 태우는 대부분의 택시는 경기와 인천 택시들이라는 게 서울시의 분석입니다. 택시는 서울택시, 경기택시, 인천택시 등이 있습니다. 각 지자체에서 택시 면허를 발급해 관리하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만 영업해야 합니다. 경기와 인천 택시가 서울시내에서 서울시내로 이동하는 손님을 태우고 영업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그 택시들이 도심에서 경기나 인천 방향의 손님을 태우려고 빈차로 승객들 사이를 다니는 게 승차거부가 아니고 단속 대상도 아니라는 겁니다. 

다시 서울시내 택시 문제로 돌아오겠습니다. 물론 서울시내 택시의 승차거부도 여전히 뿌리 뽑지 못한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그래서 단속도 하고 처벌 수위도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별 효과가 없어 보입니다. 승차거부가 줄어드는 것 같지도 않고 여전히 택시 타기는 힘듭니다. 그럼 승차거부나 택시 타기가 힘든 뭔가 다른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 겁니다.

ㅇ 특정 시간대 수급불균형이 또 하나의 핵심

생각해 봅시다. 승차거부는 왜 일어나는 걸까요. 물론 가장 중요한 원인은 택시기사들의 욕심입니다. 택시기사들의 근무여건이 열약해 손님이 많은 시간에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 장거리 손님을 태우려는 심리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나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기 때문에 비난받는 겁니다. 그런데 이 승차거부를 단지 택시 기사들의 문제만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분명 구조적인 문제도 있을 겁니다.

택시의 특정시간대 ‘수급불균형’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서울시가 서울시내에 있는 택시들의 시간대별 운행시간을 분석했습니다. 대부분 시간에는 택시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았습니다. 하지만,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그리고 아침 6시부터 9시까지 택시의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했습니다. 밤 9시부터 택시의 숫자가 줄기 시작하더니 자정에는 1만대 정도 줄었습니다. 반면 같은 시각 택시를 타려는 수요는 증가해 자정에는 1만 명 정도가 늘었습니다. 결국, 택시 타기 힘든 시간에 택시를 타려는 사람이 택시 보다 많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승차거부도 같은 맥락에서 원인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택시를 타려는 사람이 택시보다 많기 때문에 택시기사들이 손님을 골라 태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는 겁니다. 반면 낮에는 택시를 타려는 손님보다 택시가 많다 보니 서울역 앞에 택시가 길게 줄을 늘어서 있는 모습을 매일 볼 수 있습니다.

ㅇ 도심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택시

이런 수급불균형 현상이 현실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택시 한 대를 따라다녔습니다. 밤 11시쯤 택시는 서울 광화문에서 손님을 태웠습니다. 목적지는 경기도 일산 대화역이었습니다. 대화역에 도착해서는 손님을 태우고 서울 대방동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대방역에서 손님을 내려준 택시 기사에게 이제 어디로 갈 건지 물어봤습니다. 손님이 많은 강남으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가지 못해 여의도에 들어서자마자 또 손님이 택시를 잡았습니다. 행선지는 이대역이었습니다. 이대역에서는 다시 도심인 종로로 향했지만, 시청 근처에서 또 손님에게 잡혀서 결국 경기도 성남까지 갔습니다. 성남에 도착해 보니 이미 시간은 새벽 2시가 가까웠습니다. 분명 이 택시 기사는 손님이 많은 강남역이나 종로로 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계속 손님을 태우다 보니 그냥 지나치거나 들어가지 못하고 외곽으로만 도는 겁니다.

택시 한 대의 하루 이동 경로로 모든 택시의 이동경로를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서울시의 택시통합시스템을 통해 시청 담당 공무원과 함께 분석해 봤습니다. 택시통합시스템은 택시에 달린 미터기와 카드단말기를 통해 택시의 이동경로와 승차와 하차 기록 등 택시의 운행기록을 저장하고 있습니다. 이 택시 통합시스템에 접속해 무작위로 택시들의 야간 이동경로를 살펴봤습니다. 비슷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한 택시는 남부순환로를 통해 사당역을 지나 강남으로 이동을 하다가 사당역에서 손님을 태우고 관악구 일대를 도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기점인 사당역에 직접 가봤습니다. 사당역에서는 남부순환로를 통해 봉천동쪽에서 넘어오는 빈 택시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물론 사당역에서 기다렸다 손님을 태우는 택시들도 있겠지만, 상당수의 택시가 손님이 많이 몰려 있는 강남 방향으로 이동을 하지만, 강남역까지 가기 전에 손님들이 있어 또 다른 방향으로 이동한다고 했습니다. 경북궁역에서는 자하문터널에서 빈 택시들이 수 없이 몰려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이 택시들도 종로까지 가기 전에 약 2km 안에 손님을 태우고 다시 외곽으로 빠진다고 기사들은 이야기 했습니다.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택시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강남역이나 종로 같은 지역을 제외하고도 서울 전 지역에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택시들이 결국 도심의 중심까지 가지 못하고 다시 주거지가 많은 외곽으로 이동한다는 겁니다.

ㅇ 왜 밤이면 택시 숫자는 줄어드는 걸까?

개인택시 운전자의 고령화가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하루에 운행하는 서울시 택시는 개인과 법인택시를 포함해 약 5만대 정도입니다. 이 중에서 약 3만대 정도가 개인택시입니다. 그런데, 이 개인택시 운전자의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의 고령자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녁 9시만 되면 이분들이 퇴근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9시부터 개인택시의 숫자가 줄기 시작해 손님이 가장 많은 자정에는 1만 대 정도의 택시가 운행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택시 캡쳐_500


ㅇ 수급불균형의 해소가 대안이다

특정 시간대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하는 게 서울시내 택시난(亂)을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결국, 수요를 줄이거나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택시의 전체적인 공급은 이미 과잉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택시발전법을 통해 전국에 있는 택시의 20%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래도 특정시간의 공급이 줄어드는 건 문제입니다. 주된 원인으로 개인택시의 고령화가 지목되지만 개인사업자인 개인택시 운전자들에게 왜 밤에 영업하지 않느냐고 다그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리고 이미 개인택시 면허증은 개인의 재산이 된 만큼 특정한 나이가 넘으면 개인택시 면허를 반납하라고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개인택시 중에서 심야에만 운행을 하는 심야전용택시 제도를 운영해 공급을 늘려보려고 하지만 당장 부족한 공급을 채우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럼, 수요를 줄이는 방법이 남았습니다. 이 방법이 시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심야버스의 운행입니다. 야간에 사람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심야버스를 운행하면서 택시 수요를 분산시키는 겁니다. 그런데, 서울시내 버스는 공영제입니다. 심야버스를 늘리면 그만큼 심야버스 운영에 따른 세금이 추가로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시민들이 일정부분 부담해야 할 몫이 늘어나다 보니 막무가내로 늘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감한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요금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자는 겁니다. 택시도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지급하는 일종의 경제활동입니다. 따라서 요금을 올리면 택시를 타려는 수요가 줄어들고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기 때문에 공급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가 혼잡통행요금제입니다. 남산 터널에 낮 시간대에 혼잡통행료를 받으면서 도심으로 들어오는 차량의 수를 줄여 사회적 비용을 낮추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요금을 올리는 것은 서민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요금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습니다. 낮 시간에는 손님이 없어 빈 택시가 많으니 이 시간에는 요금을 좀 낮추고 대신 손님이 많은 시간대인 밤에는 요금을 좀 올리자는 겁니다. 물론 요금 인상에 따른 효과는 일시적일 수도 있습니다. 요금이 조정된 순간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곧 그 요금에 적응을 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정책을 추진하는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리고 요금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극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서울시 택시관련부서가 공무원들이 가장 가기를 싫어하는 3대 부서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만큼 관심도 많고 문제도 있지만, 답을 내놓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선 택시발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가장 큰 승차거부에 대한 처벌 기준이 강화돼 운전자의 사업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된 만큼 승차거부가 더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서울시내의 특정시간대의 수급 불균형 현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승차거부가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택시 타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정시간대에는 기본적으로 택시의 숫자가 적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데이터를 축적하고 연구하는 겁니다. 운영 초기인 택시 정보시스템을 보완해 택시의 운행행태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어떤 방향이든 객관적인 자료와 치밀한 연구만이 시민과 업계 모두를 설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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