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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中 고위직 "담배 끊어, 줄 서, 돈 내"…아! 옛날이여

[월드리포트] 中 고위직 "담배 끊어, 줄 서, 돈 내"…아! 옛날이여
제가 머물고 있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지나다 보면 꼭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차가 있습니다. 유명한 벤츠입니다. 중소형도 아닌 대형차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사려면 족히 7~8천만원은 줘야합니다.
그런데 이 벤츠는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쓰고 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았는지 바퀴의 바람이 빠져 주저 앉았습니다. 제가 이 아파트에 처음 왔던 10개월 전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모습으로 서있습니다. 그렇다고 다 쓰고 버린 차는 아닙니다. 오히려 한 번도 몰아보지 않은 듯합니다. 새 차가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고물로 변하고 있습니다.

아는 중국인에게 이 벤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중국인은 무릎을 치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 차는 아마도 그 아파트에 살던 고위 공직자가 선물로 받았을 거야." 무슨 소리? 선물로 받은 차를 왜 손도 대지 않은 채 고물로 만들고 있지? "고위 공직자에게 고급차를 선물로 주면서 그 사람 직장으로 가져가 보여주고 '받으세요' 하겠어? 그렇게 티 나게 주고 받지 않아. 그냥 차를 그 공직자의 집 주차장에 세워 놓은 뒤 차 열쇠와 세워놓은 장소를 적은 쪽지만 조용히 전달하지. '정성입니다' 하면서. 그런데 건망증이 심한 고위 공직자의 경우 깜빡 차를 받은 사실을 잊는 수가 있어. 선물로 고급차를 많이 받다보면 왕왕 그런 경우가 생기지. 그러면 멀쩡한 고급차가 주차장에 방치된 채 그렇게 썩어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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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벤츠가 실제 고위 공직자가 받은 선물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중국의 고위 공직자(당과 정부, 각종 정부 유관 단체, 국유기업의 간부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썼습니다)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쉽게 축재할 수 있는지 느껴졌습니다. 지난 8월13일 월드리포트에 쓴 바 있죠.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약 20년 동안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달아난 중국의 '먹튀' 공직자가 1만6천명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1인당 평균 80억원을 들고 갔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양심만 던져 버리면 권력자는 큰 돈을 부록처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고위 공직자의 그런 호시절은 지나갔습니다. 적어도 공공연하게, 스스럼 없이 뒷돈을 챙기기는 힘들게 됐습니다. 설사 검은 돈을 받더라도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취임하면서 외친 '호랑이도, 파리도 다 때려잡겠다'는 공언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어서입니다.

요즘 중국 신문에서는 하루에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성급 고위 간부가 부패 혐의로 당적과 직위를 박탈당하는 이른바 '쌍개' 처분과 함께 조사받고 있다는 기사를 접합니다. 심지어 베이징시 경찰청의 부청장도 수갑을 차고 구치소에 들어갔습니다.

해외 합자 회사에서 대관 업무(대정부 로비)를 하는 한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입니다. "시 주석 취임 초반만 해도 중국 고위직들은 반부패 드라이브를 잠깐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여겼다. 한 반년 몸 조심하고 엎드려 있으면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얼마전 연말 인사를 하려고 찾아가겠다 했더니 손사래를 쳐. 취임 때보다 더 분위기가 살벌하다며 당분간은 안 만나는게 서로 좋다고. 얼마나 오랫동안 조심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기약이 없다고 하더라."

최근 이런 엄중한 분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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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 판공청이 고위 공직자에게 내린 '금연' 지시입니다. 중국은 '흡연자의 천국'입니다. 중국인을 만나면 우선 담배부터 권합니다. 담배를 피지 않는 저로서는 곤혹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함께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서로에 대한 벽을 허무는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담배를 공공장소에서, 또 공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는 피우지 말라고 고위 공직자들에게 특별 지시를 내렸습니다.

고위 공직자는 앞으로 학교와 병원은 물론 공원과 운동장에서도 담배를 피우면 안됩니다. 회의를 하면서 담배를 빼무는 것도 금지입니다. 어길 경우 '비판 교육'은 물론 엄중한 법적 조치를 받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2015년까지 연차적으로 담배 소비를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2015년에는 모든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하겠다고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계획표는 지금 현재 상황으로 보면 달성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아직도 식당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아무 제약이 없습니다. 너무나 스스럼 없고 자연스러워 감히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요구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우선 고위 공직자에게 솔선수범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윗 사람들이 피우지 못하면 아랫 사람도 그 앞에서 담배를 입에 대기 힘들고 이런 풍조가 자연스럽게 일반 서민들에게까지 퍼져나가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각종 법규를 서민들에게는 지키도록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은 무시하기 일쑤였던 고위 공직자들이 거꾸로 가장 먼저 제제의 대상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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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얼마전 시진핑 주석이 만두 가게에서 직접 음식을 시켜 먹고 간 행위입니다. 시 주석은 지난 28일 베이징 시내 한 만두가게에 예고도 없이 들렸습니다. 그리고 손님들과 함께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고기 만두 6개, 볶음 간 요리 한 접시, 야채 볶음 등을 주문하고 21위안, 우리 돈 약 3천6백50원을 직접 계산했습니다. 시 주석은 쟁반에 만두를 직접 받아들고 탁자로 가 일반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식사했습니다.
우리도 대통령이 시정 탐방을 하면서 재래 시장 같은 곳에서 떡볶이를 사먹는 일이 있습니다. 정치적인 모양내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언론들은 이 '사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시 주석이 중국의 고위 공직자들에게 '줄을 서서', '직접 음식을 주문하고', '자신이 돈을 내라'는 경고를 했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고위 공직자가 허름한 만두 가게에 갈 일도 없겠지만, 설사 민간 식당을 가도 으레 특별 대접을 받습니다. 보통 비서를 통해 예약하고, 설사 예약을 못했더라도 기다리는 순서를 무시하고 바로 식사할 수 있습니다. 음식 주문은, 당연히 접대에 나선 상대방이 합니다. 아니면 비서가 미리 주문을 해놓습니다. 식사비 역시 접대자가 계산하거나 비서가 공금으로 결제합니다. 시 주석이 고위 공직자들에게 이 세 가지를 하지 말라는 특별 지시를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이 두가지 '사건'을 놓고 보면 중국 수뇌부가 고위 공직자들에게 요구하는 태도가 명확해집니다. 특권의식을 버리고 대신 솔선수범 하라입니다. 모범을 보여 맑은 윗물이 돼달라입니다.

시 주석은 왜 이렇게 공직자의 부패 근절에 이전 정권보다 더욱 열을 올릴까요? 시 주석이 더 도덕적이라 그럴까요? 아닙니다. 절박한 속사정이 있습니다.
아시는대로 중국은 지난 1978년 개혁·개방에 나선 뒤 고도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급속히 국력을 키워 왔습니다. 중국의 서민들은 이런 빠른 경제 개발 국면에서는 부패 문제에 관대했습니다. 나도 언젠가 경제 성장의 과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나 역시 저런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특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점차 둔화되고 대신 빈부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공직자의 부패와 특혜에 대한 반감과 불만이 점증하고 있습니다. '경제 개발', '국력 신장' 등의 실적에서 확보해온 정권의 정당성을 이제는 '도덕성', '청렴성'에서 찾아야만 했습니다. 낮은 신뢰와 낙후된 사회 체제가 경제에 주는 부담이 이제는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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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정권의 생존을 위해 반부패의 기치를 높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비리 공직자 척결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습니다. 시진핑 정권이 이에 실패하면 중국의 성장은 정점을 지난 하락세로 접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강대했던 역대 왕조가 어떻게 쇠락하고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는지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수뇌부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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