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軍, 여론에 떠밀려…사과한 것 아니다"
'성관계 요구 문자' 피해 군인 어머니 인터뷰
Q. 서두원/사회자: <SBS전망대>에서 어제(26일) 아침 이 시간에 11년 전 군 의문사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출연한 바 있습니다. ( 26일 방송 보기 : "헌병대 수사관이 성관계 요구" 아들은 12년 째 냉동고에… ) 당시 헌병대 수사관이 그 어머니에게 계속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방송되었는데요. 어제 방송이 나간 이후, 국방부는 서둘러서 대변인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 사과문 보기 : 軍, '성적인 만남요구 문자' 10년 만에 뒷북사과) 성관계를 요구하는 문자를 보낸 적이 전혀 없다, 전혀 사실 무근이다, 이렇게 주장해온 국방부가 10년 만에 사과를 한 셈입니다. 그러면 의문사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과연 국방부의 사과문,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을까요? 어제에 이어서 오늘, 다시 의문사로 아들을 잃은 그 어머니를 전화로 연결합니다. 오늘도 가명과 음성변조로 방송을 진행하는 점 청취자 여러분들의 양해 바랍니다.
"국방부 10년 만의 사과문, 진정성 없어"
Q. 서두원/사회자: 국방부의 사과, 어떻게 받아들이셨습니까?
A. 사망 군인 어머니 (음성변조, 익명): 저는 이것을 사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론에 떠밀려서 어쩔 수 없이, 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가면서 유야무야,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넘어가려고 하는 한 행태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Q. 서두원/사회자: 이 사건이 처음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였는데요. 당시에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다가, 어제 저희 <SBS전망대>에 직접 출연하신 것을 듣고서 서둘러서 사과문이 나온 것 같은데, 어제 인터뷰에선 국방장관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시지 않으셨습니까?
A. 사망 군인 어머니: 맞습니다.
Q. 서두원/사회자: 그렇다면 대변인 명의의 사과로는 되지 않는다?
A. 사망 군인 어머니: 대변인이라서가 아니고, 사과문에 진정성이 없다는 말입니다.
Q. 서두원/사회자: 혹시 국방부가 대변인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직접 유가족 어머니께 전화를 해서 그런 뜻을 밝히진 않았습니까?
A. 사망 군인 어머니: 절대적으로, 지금까지 저한테는 단 한 번도 국방부에서 전화가 온 적이 없습니다.
Q. 서두원/사회자: 국방부 대변인 명의의 사과문 일부를 잠시 읽어드리면요. “2002년 발생한 군 사망 사고의 재조사 과정에서 군 조사관이 유가족에게 성적 유혹 문자를 발송하여 군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로 인해 심적 고통을 받아온 유가족께도 깊은 송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런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국방부에서는 해당 조사관이 유가족 어머니께 그런 성관계 요구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지난 10년 동안 부정해오지 않았나요?
A. 사망 군인 어머니: 맞습니다.
"국방부, 모욕적인 문자 메시지는 인정"
Q. 서두원/사회자: 그러니까 이번에는 최소한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 모욕적인 고통을 준 점, 그것 하나는 인정한 셈이네요?
A. 사망 군인 어머니: 그렇죠. 10년 만의 인정입니다.
Q. 서두원/사회자: 어제 발표한 사과문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문제의 헌병대 수사관이 지난 24일에 그런 문자 보낸 것을 시인했다, 방송에 출연하신 것이 어제 26일 이었고요, 엊그제는 성탄절, 그러니까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성탄절 이브에 시인한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인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사망 군인 어머니: 항상 국방부가 사건에 있어서 조사기록이나 모든 것을 봐서 시간이나 날짜가 일치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시간이나 날짜는 지네들이 임의로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고,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국방부입니다.
Q. 서두원/사회자: 그 수사관은 원사로 전역을 했다, 국방부가 밝혔는데요. 개인의 일탈 행위로 마무리하려는 인상이 들기도 하는데. 그 수사관의 태도나 자세를 볼 때 군 수사체계 시스템 상의 문제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어제 이렇게 말씀하셨죠. 개인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 점을 강조하셨어요.
A. 사망 군인 어머니: 네, 이건 제가 봤을 때는 군 체계상의 문제이고 수사상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방부가 독점하고 있는 현 조사 제도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제가 불이익을 당연히 받지 않을까, 저는 염려스럽기도 하지만, 지금 군 수사에서 국방부가 독점하고 있는 이 무소불위(無所不爲) 권한, 이 권한이 주어졌기 때문에 이런 패륜 문자를 당당하게 저한테 보낼 수 있고. 생각하면 저한테만 보냈을까 과연, 다른 유가족들에게는 안 보냈을까 하는 의아심도 생깁니다. (그래서) 이것은 절대적으로 국방부에서 혼자 독점해서 되는 제도가 아니고 정말이지, 공정하고 객관적인 민관합동의 외부조사기구를 만드는 것이 이 문제를 제기한 진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저희가 사고가 나서 육군 본부에 재조사를 신청해도 자살로 결론이 나고, 또 다시 국방부에 2차 재조사를 요청해도 결론은 자살로 납니다.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바꾸어주려고 생각 자체를 안 합니다. 그렇다면 너무도 이렇게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완전히 이것은 국방부만의 독점인데, 이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고. 정말 외부에 조사 기구를 만드는 것이 제가 이 문제를 제기한 진짜 이유인 것입니다.
Q. 서두원/사회자: 재조사를 요구하고 나서 수사관의 노골적이고 모욕적인 성희롱, 성관계 요구 문자를 계속 받으시면서, 바로 반발하거나 이러지는 못하셨다구요?
A. 사망 군인 어머니: 당연히 못하죠. 이 사람들이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데, 감히 어떻게 대응을 하겠습니까, 제가.
Q. 서두원/사회자: 남편이나 주변에 알릴 수도 없으셨고요?
A. 사망 군인 어머니: 당연히 못 알리죠.
"객관적인 조사 기구가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밝혀야"
Q. 서두원/사회자: 국방부가 진정한 의미의 사과를 했다고 인정할 정도가 되려면, 어떤 방식,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A. 사망 군인 어머니: 제가 생각할 때는, 정말 어제 같으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면, 군 수사체계가 이렇게 되었기 때문에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다, 이것은 군 수사체계의 문제점이기 때문에 군 수사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 전면적으로 개편해서 모든 유가족들이 갖고 있는 한 점의 의혹도 없는 조사를 할 수 있는, 군이 가담하지 않은 객관적인 조사 기구를 만들어서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밝혀주겠다, 이렇게 답변을 했어야 하는 것이 저는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생각합니다.
Q. 서두원/사회자: 의문사 조사를 외부의 객관적인 조직이나 체계로 수사를 해야 한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그런데 그건 우리 형법상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 것은 아시죠?
A. 사망 군인 어머니: 그게 정말 힘든 것입니다. 저희가 아들 때문에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관계자들하고 면담하고 할 때마다 하는 말이, 법을 바꾸어라, 군 체계상 지금은 방법이 없다, 법을 바꾸어오랍니다, 저희보고. 유가족들 보고.
Q. 서두원/사회자: 군 형법상 군 내부에서 일어난 일들은 일반 사법체계의 영향을 안 받고 군 내부에서 처리하게 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수사를 부실하게 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죠. 서양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인데요.
A. 사망 군인 어머니: 제가 참고적으로 국정감사에서 나온 자료이지만, 2006년부터 2011년 사이 군에서 768명이 사망을 했습니다. 이 중에 안전사고 267명, 군기사고 9명을 제외한 492명이 자살로 처리되었습니다. 비 전시인데도 1년에 거의 1개 중대 병력이 사망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죽음입니까, 왜 죽였습니까, 우리 아들들을, 왜 죽였습니까. 오늘도 어느 부대에선가 우리 아들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왜 자꾸만 죽이는 겁니까. 국방부 관계자, 지들, 지 자식들은 소중하고 우리 서민들 자식, 힘없고 빽 없어서 군대 보내야 하는 우리 서민들의 자식은 이렇게, 아무렇게나 죽여도 되는 겁니까? 네? 창으로 꿰다 죽여가지고 자살했다고 오명을 씌우고. 이렇게 개죽음을 시켜야 되는 겁니까? 너무 억울합니다, 너무 억울하고 분합니다, 제발, 제발 진실을 알 수 있게 도와주세요. 우리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정말 알고 싶습니다. (울음)
"아들은 12년째 냉동고에…보러 갈 면목없어"
Q. 서두원/사회자: 12년 째 아드님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했는데요. 지금 아드님이 어디에 안치되어 있는 상황이죠?
A. 사망 군인 어머니: 군 병원에 있습니다. 냉동실에 아직 있습니다.
Q. 서두원/사회자: 가끔... 만나러 가보시나요?
A. 사망 군인 어머니: 아니오, 가지 않습니다. 갈 수가 없습니다. 아들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12년 동안 억울한 누명도 못 벗기고, 엄마로서 무능력한 것 같아서, 아들을 보러갈 면목이 없습니다.
Q. 서두원/사회자: 어머니로서 원하는 것은 큰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들이 어떻게 세상을 그렇게 일찍 떠나야 했는지, 그 진실을 알고 싶을 뿐 아니겠습니까. 언제쯤 장례식을 치를 수 있을까요?
A. 사망 군인 어머니: 저는 장례 치르지 않을 것입니다,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저는 장례 치르지 않을 것입니다.
Q. 서두원/사회자: 어제 이 시간에 세 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첫째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낱낱이 알고 싶다는 것, 그리고 그 성관계를 요구한 조사관에 대한 엄중한 처벌, 그리고 세 번째 국방장관의 성의 있는 사과, 그 세 가지 중 아직 한 가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시는 거네요?
A. 사망 군인 어머니: 다,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Q. 서두원/사회자: 어제 국방부 대변인 명의의 사과문이 발표 되었습니다만, 유가족으로서의 입장 표명을 이 시간에 분명히 해주셨습니다. 앞으로 그 세 가지에 대해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기대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머니, 오늘 용기를 내서 다시 한 번 방송에 출연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A. 사망 군인 어머니 (음성변조, 익명):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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