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집권당이 '비리 스캔들' 정국을 돌파하고자 대폭 개각을 단행했으나 리라화 가치가 또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은 이틀째 약세를 지속했다.
터키 리라화는 26일(현지시간) 달러당 2.091리라로 개장하고서 장중 하락세를 타면서 오후 한때 달러당 2.103리라로 또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라화 가치는 지난 16일 달러당 2.027리라였으나 검찰과 경찰의 대대적인 체포 작전으로 정국이 혼란에 빠지자 23일 사상 최저인 2.092리라로 떨어졌다.
터키중앙은행이 24일 60억달러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 방침을 밝혀 2.077달러로 잠시 반등했으나 전날 사퇴한 환경도시부 장관이 총리도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한 여파로 약세로 돌아섰다.
이스탄불증시의 대표지수인 BIST100도 이날 0.36% 하락한 65,861을 기록했다. BIST100 지수는 지난 16일 74,843이었으나 정국 혼란으로 8거래일 동안 12% 급락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전날 심야에 압둘라 귤 대통령과 회동을 마치고 각료 25명(부총리 4명, 장관 21명) 가운데 10명(부총리 1명, 장관 9명)을 교체하는 대폭 개각을 단행했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병행하는 터키는 각료를 총리 추천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며 각료는 대체로 의원이 임명하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의원에 준하는 자격을 갖추면 장관으로 임명될 수 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경찰을 담당하는 내무부 장관에 정의개발당(AKP) 의원이 아닌 에프칸 알라 총리실 차관을 임명했다. 알라 신임 장관은 총리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알라 장관의 발탁을 두고 총리가 경찰조직을 장악하고 정부 안에 딥 스테이트'(deep state)를 만들어 통치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딥 스테이트'는 터키 정계에서 쓰이는 용어로 반민주주의 성향의 영향력이 큰 지하조직을 일컫는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에르도안 총리는 그에게 아무런 반대를 못 하는 내각을 구성했다"며 "에르도안 총리와 정의개발당은 딥 스테이트를 갖고 있으며 에프칸 알라는 딥 스테이트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했다.
정치관측통들은 이번 비리 수사를 터키의 보수 이슬람 집권층인 에르도안 총리와 미국에 자진 망명 중인 페툴라 귤렌 지지층 사이의 권력 다툼 양상으로 진단하고 있으며 귤렌 지지자들은 경찰과 사법부 요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정의개발당 내부에서도 에르도안 총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들이 건설허가 비리로 불구속 입건된 에르도안 바이락타르 환경도시부 장관은 전날 검찰의 수사대상인 건설허가는 대부분 에르도안 총리의 지시였다며 총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에르도안 총리가 이스탄불 시장을 지냈던 1990년대부터 가까운 사이였던 이드리스 나임 샤힌 정의개발당 의원도 전날 전격적으로 탈당을 발표해 집권당에 충격을 줬다.
샤힌 의원은 탈당하는 이유는 정의개발당 정부가 과두정치 양상을 보여 일부 장관과 보좌진들이 정책을 결정함에 따라 국민의 요구와 뜻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번 수사가 아들을 통해 자신을 겨냥한 것이지만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아들이 이사로 있는 교육재단의 빌딩 건축과 관련한 조사도 이뤄졌다며 이 건축 허가에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날 이스탄불 카드쿄이 지역에서는 수백명이 모여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터키기자협회는 기자의 경찰서 출입금지 조치를 철회하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집권당의 비리 스캔들과 관련한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터키, 대폭 개각에도 리라화 가치 또 사상 최저
집권당 내부도 총리사퇴 촉구·과두정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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