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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美 쇠고기의 영토 확장…韓 30개월령 족쇄 푸나

[취재파일] 美 쇠고기의 영토 확장…韓 30개월령 족쇄 푸나
지난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 청정국 지위를 얻은 미국이 쇠고기 수출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걸고 있습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을 대폭 완화했고, 우리 이웃 중국에 채워진 10년 수입금지 빗장도 열어 제꼈습니다.

현재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도 30개월령의 제한을 풀라고 미국이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그런 요청을 공식적으로 했다면 ‘2008년 촛불’ 정도는 아니더라도 시끌벅적한 논란은 촉발될 것입니다. 미국이 자국의 수입규제를 완화하든 중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사들이든 알 바 아닙니다만 만에 하나 다음 수순이 우리나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제 완화라면 신경을 안 쓸 도리가 없습니다. 어떻게 될까요?

● 중국, 미국산 쇠고기 10년만에 수입 재개

지난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중국은 과감하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시켰습니다. 미국과 더불어 G2 대국인데다 중국인들이 쇠고기를 많이 먹는 편도 아니어서 미국 눈치 볼 필요 없이 과감하게 내린 조치였습니다. 이후 10년 동안 중국은 꿈쩍도 안했습니다.

최근 들어 중국의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중국 국민들의 소득이 늘면서 쇠고기 소비량이 급증한 것입니다. 중국의 쇠고기 수입량은 현재 연간 25만톤 수준인데 2018년이면 50만톤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입니다. 중산층 증가로 중국 소비자들의 쇠고기 소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생산량은 소비 증가 추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현재도 중국은 미국산 쇠고기를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식 무역라인이 아니라 밀수 방식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직접 중국 밀수를 주선해 본 국내 쇠고기 유통업자들 말로는 중국이 베트남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를 사들인다고 합니다. 베트남 북부 지역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사들인 뒤 가까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공급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중국의 쇠고기 수요는 밀수가 책임지기엔 한계가 분명하겠지요.

지난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연례 통상 회의에서 중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촉진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30개월령 미만 어린 소의 살코기만 수입할지, 월령 기준 자체를 두지 않을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어찌됐든 내년쯤엔 미국산 쇠고기의 중국 진출이 재개될 전망입니다. 중국의 수입재개는 당연히 우리나라의 ‘30개월령 이상 수입 금지’라는 수입위생조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 美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타깃은 한국?

미국은 지난 11월 자국이 수입하는 쇠고기의 수입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OIE가 정한 광우병 위험등급 중 위험무시국과 위험통제국의 쇠고기의 경우 월령과 부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수입하겠다는 겁니다. OIE도 위험무시국과 위험통제국의 쇠고기는 월령과 부위에 제한을 두지 말라고 규정했는데 이를 따른다는 논리입니다.

미국이 스스로 OIE 기준에 따라 모든 나라의 쇠고기를 수입하겠다는 것은 다른 나라도 이런 기준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우리 정부는 뜨끔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광우병 위험무시국인 미국의 쇠고기를 특정위험물질을 제외한 30개월령 미만 살코기만 수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고집해서 미국과 맺은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의 30개월령 기준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때 30개월령 기준 변경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상당히 비과학적으로 정해졌습니다. 미국이 자국의 수입 정책과 ‘과학적인’ OIE 기준을 들이밀면 우리나라로서는 방어할 논리가 없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나 미국 농무부의 고위직들이 “한국도 쇠고기 수입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언급은 했지만 현재까지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수입위생조건을 논의해보자는 공식 요청을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농림부에 문의하면 “미국 요청이 지금까지 절대 없었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습니다.

● 30개월령 철폐...실익은 없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30개월령 규제를 철폐하라는 요청을 아예 안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으로서도 실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 소비자들의 인기를 잃어서 현재도 호주산 쇠고기에 완연히 밀리고 있습니다. 한-호주 FTA 체결로 호주산 쇠고기가 더 저렴해질 전망이어서 미국산 쇠고기의 이점은 더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 축산업계는 굳이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심기를 건드려서 그잖아도 시원찮은 미국산 쇠고기의 신뢰도를 더 악화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쇠고기 수입업계 말도 같습니다. 30개월령은 상징적인 기준일 뿐이지 30개월령 이상은 상품성이 떨어져서 미국 입장에서도 팔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더욱이나 늙어서 질긴 쇠고기를 사들일 실익이 없습니다. 위생적인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 워낙 정치적인 고기여서 피하고 싶은 겁니다. 우리나라가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에 진입하기 위해 ‘입장료’로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 개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우리나라, 미국 모두 실익 없는 교역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관측입니다. 광우병 청정국 미국이 자국 쇠고기의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는 있지만 현재까지 판세로는 우리나라에까지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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