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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화부 기자가 되다.

[취재파일] 문화부 기자가 되다.
2013년, 저는 보직이 두 번 바뀌었습니다. 뉴욕특파원으로 있다가 들어와서 경제부의 실물경제 담당 데스크로 열달쯤 일했고, 이달부터는 문화과학부의 데스크 겸 문화팀장이 되었습니다.

‘데스크’라는 직책은, 일반 기업이나 기관에는 잘 없지 싶습니다. 직책 이름이 ‘책상?’ 좀 이상하죠. 밖으로 취재를 다니는 대신 내근을 하면서 부서의 취재상황을 종합하고, 기사 판단과 발제, 교정 등을 담당하는 기자를 ‘데스크’라고 부릅니다. 축구로 치면 코치 쯤 되겠네요. 제가 사건기자를 하던 90년대 중반에는 경찰서 형사계에 가면 높은 책상에 앉아 그날 그날의 당직사건 처리를 감독하는 고참 형사를 ‘데스크’라고 불렀었는데, 지금도 그런 호칭이 경찰서에서 쓰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저로서는 입사 20년만에 첫 문화부 기자 생활입니다. 언론사에선 ‘문화부 기자’에 대한 로망 같은 것이 있습니다. 험한 취재현장에 덜 다니고, ‘우아하게’ 공연이나 전시 많이 보러 다니고, 책과 영화를 보는 것이 노는 게 아니라 ‘일’로서 존중된다는 점 때문에 그런가 봅니다. ‘좋아하는 것’이 ‘업무’가 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많이들 얘기하지만, 그래도 남들의 부러움을 살 만 하지요.

그렇지만  ‘데스크’ 업무의 특성상 제가 밖에 취재를 다니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회사 내에 머물면서 음악 (순수/대중), 연극, 뮤지컬, 미술, 문화재, 출판,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기사를 현장취재 기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다듬고 있습니다.  SBS 문화과학부의 문화팀에는 저 말고 4명의 기자가 더 있어서, 위에 열거한 다양한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분야의 수보다 담당기자 수가 적지요? 그래서 다들 몹시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문화 쪽은 주말에 기사수요가 더 많고, 많은 경우 밤에 공연 등이 열리는데다 주말에 벌어지는 행사를 취재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서, 남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한가롭게 살지는 못합니다.

8뉴스에 문화 관련 리포트를 내는 것이 저희가 가장 공들이는 일입니다. 전시나 공연을 잘 보러 가지 않는 분들도 관심 가질 만한 이야기, 해당 문화계의 경계를 넘어서 다른 분야에도 시사점을 가질 만한 사안, 또는 문화산업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 등이 제가 8뉴스 거리를 찾을 때 눈여겨보는 기준입니다. 최근에는 미술과 문화재를 담당하는 권 란 기자의 활약으로 문화재 부실 관리 실태를 지적하는 보도를 잇따라 내기도 했습니다.

저희 기자들은  매일 낮 12시 뉴스를 통해서 분야별로 한 주간에 볼 만한 공연이나 전시, 책 등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지난주부터는 SBS의 마감뉴스인 ‘나이트라인’ 금요일자에 공연과 영화를 한번 더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매주 월요일 낮 12시 뉴스에 나가는 책 소개를 담당합니다.

월초에 업무를 인수받고서 ‘왜 내근데스크가 주간 신간도서 소개를 맡게 되었을까’  생각해 봤는데, 궁금증은 바로 풀렸습니다.

취재파일
이 사진은 제 책상 옆에 매일같이 도착하는 우편물입니다. 바로, 출판사들이 찍어낸 따끈따끈한 신간 도서들입니다. 주로 누런 서류봉투 안에 담겨 있고, 간혹 표지를 바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비닐 포장해 보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책은 출판사들이 직접 보내는 것은 아니더군요. “여산통신”이라는 회사가 있어, 출판사들이 새 책을 그리로 보내면 그 회사에서 각 언론사 출판담당에게 배포한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 이틀 간격으로 신간 도서가 오는데, 금방 한 무더기가 쌓입니다. 1주일이면 적게는 70, 많게는 100권 정도 쌓이는 것 같습니다. 주말 중에 하루 빼고 6일 일한다고 해도 하루에 10권 이상 봐야 된다는 얘기인데, 책만 읽고 살 수는 없는 팔자다 보니 고민이 많습니다.

혹자는, 어차피 방송에 소개할 수 있는 책은 제한적인데, 대충 보고 넘기라고 하십니다만, 그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책 봉투에는 ‘출판사의 땀입니다. 희망을 선물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우편봉투 뜯을 때 마음이 무거워지게 만드는 힘이 담긴 문장입니다. 출판사의 담당자들이 정성들여 보도자료를 만들어 주시지만, 자료만 봐서는 그 책의 느낌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에 가급적 모든 책의 서문과 목차, 그리고 중간 중간 몇 장 정도는 읽어보며 책 맛을 가늠해보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섯 권을 추려냅니다. 책 하나에 두 문장씩 할애해도 월요일 낮 12시 리포트에 배당된 2분이 금방 찹니다. 뭔가 기준을 세워야 하겠길래, ‘월요일 낮 12시에 TV 본방을 보시고 있을 분들이 누굴까’를 생각하면서 책을 고르고 있습니다. 다른 신문들의 서평에 자주 소개된 책들은 일부러 빼고 있습니다. 저의 미력을 보태 드리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잘 팔릴 것 같아서입니다. 12시 뉴스에 소개하진 못했지만 제가 그냥 넘어가기 아까운 책들은 인터넷을 통해 따로 소개해볼 생각입니다.

아, 그리고, 제가 직접 담당하는 업무는 신간소개이지만 실제 저의 주특기(?)는 공연 감상입니다. 문화팀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아무래도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많으니, 공연에 관한 얘기도 가끔 나눌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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