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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비리 수사 파문 확산…장관 2명 아들 구속

정부, 경찰간부 대거 파면 논란…경찰간부 1명 숨진 채 발견

터키, 비리 수사 파문 확산…장관 2명 아들 구속
터키 집권당을 강타한 사상 최대 비리사건 수사의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터키 검찰과 경찰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뇌물 혐의 등으로 체포한 주요 인사 52명 가운데 21일까지 구속된 피의자는 장관 2명의 아들을 포함해 24명에 이른다.

정부는 이번 수사와 관련된 경찰 간부들을 대거 파면해 수사를 방해한다는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이날 경찰 고위직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수사를 '더러운 작전'이라고 비난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연일 외세 개입 음모론을 주장하면서 미국 대사의 추방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터키 경찰과 사법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은 이날 이번 수사와 관련한 첫 영상 메시지를 내고 집권당에 저주를 퍼부었다.

이스탄불과 앙카라, 안탈리아 등 대도시에서는 신발상자를 쌓아 두고 에르도안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도 잇따랐다.

경찰은 할크방크 행장의 집에서 현금 450만 달러가 담긴 신발상자를 압수한 바 있다.

◇장관 2명 아들·국책은행장 등 24명 구속 터키 언론의 보도로는 이날 이스탄불 법원에서 열린 구속적부심에서 무암메르 귤레르 내무부 장관과 제페르 차을라얀 경제부 장관의 아들 2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또 이란과 불법 자금거래와 관련한 뇌물 제공 혐의로 체포된 아제르바이잔 출신 기업가 레자 자라브와 할크방크 슐레이만 아슬란 행장 등도 구속돼 지금까지 구속된 피의자는 24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건축허가 비리로 체포된 에르도안 바이락타르 환경도시부 장관 아들과 건설업계 거물인 알리 아아올루, 이스탄불 파티흐구의 무스타파 데미르 구청장 등 23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검찰은 의회에 아들이 체포된 장관 3명과 유럽연합(EU) 담당인 에게멘 바으시 장관의 면책특권 박탈을 요청했다.

터키는 대통령제가 가미된 의원내각제로 장관은 의원직 신분이며 면책특권이 부여된다.

경찰은 귤레르 장관 아들의 집에서 현금 등 증거를 압수할 수 있었지만 차을라얀 장관 아들의 집은 아버지 명의라서 수색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야당은 연일 사상 최대 비리사건이라며 아들이 체포된 장관은 물론 에르도안 총리도 사퇴하라고 공세를 폈다.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공화인민당 대표는 이날도 "에르도안 총리가 국가 내부의 불법 갱단을 보고 싶다면 국무회의를 소집하면 된다"며 정의개발당 정부는 이미 신뢰를 잃었으니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18일 이번 수사를 두고 "매우 더러운 작전이 벌어졌다"며 "국가 내부에 불법 갱단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수사방해 논란 가열…귤렌 "도둑 대신 경찰 잡나" 비난 귤렌 측을 지지하는 신문인 자만은 정부가 지난 18일 이스탄불과 앙카라, 이즈미르, 부르사, 카이세리 등 주요 도시의 경찰청 간부 46명을 직위 해제하는 등 수사를 방해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19일에는 이번 수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이스탄불 경찰청장을 전격적으로 경질했고 20일에는 앙카라 경찰청 등에서 간부 17명을 추가로 직위 해제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 18일 경찰의 대대적 인사조치는 "권한을 남용했기 때문"이라며 다른 도시의 경찰청으로 확대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인사조치를 두고 논란이 거센 가운데 이날 앙카라 경찰청의 밀수·조직범죄 담당 국장이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도안뉴스통신은 경찰의 초동보고에서 이 국장이 권총으로 자살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보도했다.

야당과 국제사회가 공정한 수사를 촉구한 데 이어 집권당 소속 의원도 정부의 개입을 거세게 비판했다.

정의개발당 에르투룰 규나이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경찰 간부들을 직위 해제해서는 안 된다"며 "부패와 뇌물 혐의를 받는 장관들은 공정한 수사가 진행되도록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자진 망명 중인 귤렌은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영상에서 "그들은 도둑을 잡지는 않고 도둑을 잡으려는 사람들을 잡고 있으며 그들은 살인을 보지 못하고 결백한 사람들만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귤렌은 매우 격앙된 어조로 "신께서 그들의 집에 불을 내리고, 그들의 집을 망가뜨리고, 그들의 단결을 부숴버릴 수 있기를"이라며 저주를 퍼부었다.

이번 수사는 이슬람 보수주의 집권층의 양대 축인 에르도안 총리와 귤렌 사이의 갈등이 최근 극에 달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게 전반적인 관측이다.

반면 베키르 보즈다 부총리는 "이 수사의 목적은 비리 조사가 아니라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의개발당을 공격하려는 것"이라며 "과거에도 이런 더러운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했듯이 이번 역시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리, 미국대사 추방 가능성 경고…'신발상자 시위' 잇따라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도 외세 개입 음모론을 거듭 주장하면서 주터키 미국대사의 추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는 이날 흑해 연안 도시 삼순의 공항에서 한 연설에서 "최근 아주 이례적으로 일부 대사들이 선동적인 행동에 관여하고 있다"며 "당신의 일이나 하라. 정부의 사법 영역을 침범한다면 정부는 당신을 이 나라에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대사를 지칭하지 않았으나 이날 친정부 성향의 신문인 예니샤파크가 프랜시스 리치아돈 미국 대사가 이번 수사와 연관됐음을 시사하는 보도가 나왔다는 점에서 미국 대사를 언급한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또 "매우 더러운 동맹이 있다. 새로운 터키를 참지 못하는, 큰 터키를 참지 못하는 어둠의 세력들이 있다"며 "터키는 이런 부도덕한 공격에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리치아돈 대사는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예니샤파크의 보도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이번 수사와 미국은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집권당의 음모론 주장에도 현지 언론들은 구체적인 증거들을 제시하면서 장관들의 비리를 폭로했다.

자만은 레자 자라브의 통화와 문자메시지 녹취록을 입수해 차을라얀 장관에 현금과 수억원대의 파텍필리페 시계를 건넸다고 보도했으며 귤레르 장관이 아들과 통화에서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다는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정부가 귤렌 지지층을 탄압하려는 대책을 세웠다는 비밀 문건을 폭로했던 타라프의 메흐메트 바란수 기자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이번 수사와 관련한 자료를 공개했으나 정부가 접속을 차단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비리를 비판하는 시위도 주요 도시에서 벌어졌다.

이날 앙카라에서 500여명이 총리와 내각 사퇴를 촉구하면서 신발상자를 쌓아두는 시위를 벌였고 이스탄불과 이즈미르 등지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22일에도 이스탄불 카드쿄이에서 대규모 시위가 예정됐으며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시위에 참여하자는 글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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