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태극무늬…송광사, 엉뚱한 보수공사

<앵커>

문화재 보존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또 엉뚱한 보수공사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보물로 지정된 사찰 법당의 문이 공사를 거친 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권란 기자입니다.



<기자>

큰 스님을 많이 배출해 '승보' 사찰로 불리는 순천 송광사에는 보물 제302호 약사전과 303호 영산전이 있습니다.

인조 때 지어져 병자호란 때 소실됐다가 1700년대 후반에 다시 지은 전각들입니다.

원래 이 전각들의 문에는 삼태극 문양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지난 1995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발간한 책, 1976년 사진과 실측도, 일제 때 기록 등 모든 자료에는 태극문양이 있었던 걸로 나옵니다.

그런데, 이 태극 문양을 지금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벗겨진 단청 사이로 희미하게 삼태극무늬가 눈에 띕니다.

이 태극무늬 위로 단청을 새로 씌웠다는 증거입니다.

문살의 모양도 과거 사진과 달라졌습니다.

지붕 공포 사이 비어 있던 공간엔 오히려 그림이 새로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1997~8년의 보수공사 때 일어난 일로 추정되지만, 문화재청은 당시 공사 기록에 단청 부분이 아예 없어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우실하/한국항공대 인문자연학부 교수 : 건축물로 (문화재) 지정이 되니까, 거기에 장식 되어 있는 태극문양이라던지 이런 건 별도로 관리를 하지 않고 소홀히 하는 게 아닌가.]

현행 문화재 보호법에선 문화재의 보존 관리에 있어 원형 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