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노조인 전국금속노조(NUMSA)가 제이콥 주마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내년 총선에서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26만명의 조합원을 지닌 NUMSA는 남아공의 최대 단일 노조이면서 약 200만명의 회원을 지닌 남아공노총(COSATU 코사투)의 최대 가맹단체다. 코사투는 여당 ANC, 과거 민주화 투쟁을 함께한 공산당(SACP)과 이른바 삼각동맹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이는 지난 1994년 민주화 이래 ANC가 집권해온 기반이었다.
NUMSA의 촉구에도 코사투가 삼각동맹 관계를 단절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ANC로서는 내년 4월께 예정된 총선을 앞두고 최근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타계에 이어 중대한 악재를 만나 이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주목된다.
◇ '주마 사퇴·여당 결별' 왜?
어빈 짐 사무총장이 NUMSA의 ANC 관계 단절뿐 아니라 코사투에 ANC와의 결별을 촉구하고 주마 대통령 사퇴를 주장한 것은 직접적으로는 코사투 내 갈등과 연계돼 있다.
코사투는 지난 8월 약 14년 동안 사무총장 자리를 유지해온 즈웰린지마 바비를 정직 조치했다. 바비가 코사투의 직원인 한 유부녀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났고 이는 코사투에 불명예를 안겼다는 이유에서다.
코사투는 그러나 바비 전 총장을 지지하는 산하 노조와 반대파 노조 간에 갈등을 겪어왔으며 이런 구도가 결국 바비의 낙마로 이어졌다. 특히 바비 반대파는 시두모 들라미니 코사투 회장이 이끌고 있으나 그의 배후에는 주마 대통령이 있는 것으로 바비 측은 의심하고 있다.
NUMSA의 짐 총장은 대표적인 바비 지원세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짐 총장 측은 바비가 낙마한 데 이어 주마 대통령이 권력기관을 동원해 사찰하는 등 짐 총장을 중도하차시키려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바비 전 코사투 사무총장은 당초 주마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2009년 주마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노동자 이익을 옹호하기 위한 좀 더 급진적인 개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며 주마 정부를 비판해왔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주마 대통령이 범여권 내부 결속을 위해 바비 총장을 제거한 것으로 정치평론가들은 분석해왔다.
남아공은 국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한다. 주마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서 ANC가 승리해야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 이날 금속노조 짐 총장의 주마 대통령 사퇴 촉구와 ANC 지지 철회 선언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짐 총장이 코사투에 특별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바비 총장을 복권시키도록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 남아공 정치판도 변화 몰고 오나
NUMSA의 ANC 지지 철회 선언이 당장 지난 20년간의 남아공 지배 구도에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전망이다. 남아공노총인 코사투가 NUMSA의 요구에도 당장 ANC와의 관계를 단절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사투 최대 가맹 노조인 NUMSA가 이후 코사투를 탈퇴하고 다른 노조들이 그에 동조할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NUMSA는 코사투가 특별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기까지 약 80만랜드(약 9천만원)의 매월 회비도 집행을 보류한다고 했다.
더욱이 NUMSA가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모색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남아공은 만델라 전 대통령이 이끈 ANC가 20년 동안 집권해왔으나 장기 집권에 따른 국민의 염증도 점차 커져왔다. 더욱이 지난 2009년 들어선 주마 대통령 정부는 여러 부패 의혹과 권력 남용 스캔들에 시달리고 빈부 격차가 더욱 악화하면서 지지율이 떨어져 왔다.
지난 10일 요하네스버그 FNB 경기장에서 열린 만델라 추모식에서는 그가 경기장에 입장하거나 연설하려 할 때 일부 관중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에서 ANC의 총선 득표율이 처음으로 60%를 밑돌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제1 야당인 민주동맹(DA)이 그동안 세를 불리고 있고 아항(AGANG), 경제자유투사당(EFF) 등 여러 신당이 창당돼 내년 총선에 대비하고 있다.
NUMSA가 내년 총선에서 ANC뿐 아니라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다른 노조와 함께 신당 결성이나 특정 정당을 밀 경우 정치판도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주마 대통령과 ANC가 만델라 타계에 이어 터진 악재를 어떻게 대처해나갈지 주목된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남아공 최대 노조 여당과 결별…정치판도 변화 오나
여당 ANC·남아공노총·공산당 20년 집권 구도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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