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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안녕 대자보'에 대처하는 새누리당의 자세

무시·무대응 전략 탈피 조짐…26일 최고위원 회의 주목

[취재파일] '안녕 대자보'에 대처하는 새누리당의 자세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는 대자보 열풍이 빠르게 번지고 있습니다. 대학가에 국한된 유행에 그치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야당 대변인, 시민단체의 논평에도 유행어처럼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한 운동'한 의원과 보좌관들이 많은 만큼, 국회에도 대자보가 상륙했습니다. 시작은 민주당 의원들 쪽이었습니다. 원혜영 의원과 유은혜 의원이 의원회관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자보를 붙이고 '안녕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자성과 반성의 글을 올렸습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이렇다할 당 차원의 공식적인 대응이나 반응은 없었습니다.

의원들 개인적으로는 몇몇 반응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대자보 논란에 처음 입장을 밝힌 새누리당 의원은 하태경 의원입니다. 그는 지난 1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자보의 팩트가 왜곡됐다고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직위해제' 당한 코레일 노조원들이 마치 '해고'돼 거리에 나앉게 됐다는 자보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 의원은 "대학생들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촉발했다는 점에서는 대자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대자보의 기본이 돼야할 팩트 부분이 잘못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자보 현상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대자보를 부착한 주모군이 노동당(옛 진보신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철도노조에 야권이 개입되어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홍 의원의 발언은 최고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한 것인 만큼, 그나마 가장 공식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것도 홍 최고위원 개인의 의견이지 대변인 등을 통한 당차원의 입장은 아닙니다.

가장 화제가 된 버전은 김무성 의원의 '소자보'일 듯 합니다. 김 의원은 대선 1주년인 19일, 기념행사가 열린 여의도 당사 1층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자보를 붙였습니다. 김 의원의 자보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제목만 '안녕들 하십니까'에서 따왔을 뿐 한창 유행 중인 대자보들과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당장 야권에서는 김 의원 버전의 대자보를 조롱하고 비난하는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에게 자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그 역시 "작성자가 옛 진보신당 당원"이라며 평가절하했습니다. "이러다 촛불집회처럼 번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단호히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치적 파장을 분석한 뒤 내린 판단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도 상황을 놓고 보면 새누리당의 대자보 열풍에 대한 지금까지의 대응은 '무시' 내지는 '무대응'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조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안녕 대자로로 상징되는 청년 세대의 불안과 불만을 가만히 보고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당내 여론이 일었고, 오는 26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청년대표를 초청해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 겁니다. 대표,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참석하는 당 최고 회의 기구에 청년 대표를 불러 '안녕 대자보'가 촉발한 청년 세대의 문제제기를 직접 들어보는 자리가 될 듯합니다. 앞서 황우여 대표는 대선 1년 기념일인 19일 오찬에 손수조 미래세대위원장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을 불러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팩트가 잘못됐다고, 작성자의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고 역공을 펼치거나 대응을 늦추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안녕 대자보에 반응하는 순간,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관계가 맞는지 여부, 정치적 의도, 정치적 외풍 영향의 여부와 상관없이 어떤 현상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고 있다면 그 배경과 원인을 분석해 볼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의 이면엔, 읽는 이들이 '나도 안녕하지 못하다'고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무대응도 좋지만 "왜 다들 안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지 그 원인을 찾아보고 대응책을 찾는 게 우선입니다.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년대표들이 당 핵심에 어떤 진언을 할지, 당이 이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결과에 따라 안녕 대자보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도 보다 명확해질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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