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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집권당, 대형 비리사건 수사로 위기

야당, 총리 사퇴 촉구…이스탄불 증시 이틀째 급락

터키 집권당, 대형 비리사건 수사로 위기
터키 사상 최대 비리사건 수사로 정의개발당(AKP) 정부가 집권 11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검찰과 경찰이 장관 3명의 아들을 포함해 고위 관리와 기업인을 대거 체포해 사실상 정권에 반기를 들자 정부는 18일(현지시간) 이번 수사를 지휘한 경찰 고위직을 포함해 5명을 파면하는 대응에 나섰다.

현지 언론들은 검경이 현직 장관들도 소환할 방침이라고 보도했으며 야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는 집권층인 이슬람 보수주의 진영의 양대 축인 에르도안 총리와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 사이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한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번 수사에서 이란과의 불법 자금거래도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이 터키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수사 대상 장관들로 확대"…경찰 고위직 5명 파면

검경이 전날 대대적인 검거에 나선 국책사업 허가와 관련한 뇌물 등의 고위층 비리사건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현지 방송사인 카날디는 검찰이 현직 장관 4명을 소환조사하고자 의회에 면책특권 박탈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검경은 아직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았지만 수사 대상이 전날 체포한 82명보다 늘어날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예측했다.

일간지 휴리예트 보도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1년에 걸쳐 준비한 것으로 3개로 나눠 진행됐다.

첫 번째 수사는 아제르바이잔 출신 사업가인 레자 자라브가 범죄조직을 운영했다는 첩보에서 시작됐다.

자라브는 불법 자금거래와 자신과 가족들의 시민권 획득, 범죄조직의 비호 등을 대가로 고위 관리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자라브는 터키 국책은행인 할크방크와 이란 간 자금거래에 관여했으며 지난해 불법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번째 수사는 에르도안 바이락타르 환경도시부 장관 아들의 범죄조직 구성과 뇌물 수수가 대상이다.

바이락타르 장관의 아들은 환경도시부의 규제 대상인 지역에서 건설허가를 내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전날 체포자 가운데 22명이 이 사건과 관련됐다.

마지막 사건은 이스탄불의 대표적 관광지인 술탄아흐메트가 있는 파티구의 건축허가 비리다.

무스타파 데미르 파티구청장은 최근 해저터널을 개통한 마르마라이선 인근에 호텔 건설 허가와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교통부는 파티흐구청에 호텔 공사로 해저터널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사 내용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 에르도안 총리는 전날 "일부 어둠의 세력"이 국가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이에 야당은 수사를 지휘한 검사가 해임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으며 사둘라 에르긴 법무부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오전 전격적으로 이번 수사와 관련된 이스탄불 경찰청의 국장 5명을 파면시켰다.

민족주의행동당은 파면 조치가 보도되자 "법치에 항거하는 쿠데타"라며 거세게 비난했고 메흐메트 심섹 재무부 장관도 "파면이 비리사건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시도라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집권당 분열 조짐"…귤렌 측 의원 탈당

현지 언론들은 2002년부터 3차례 총선에서 승리한 정의개발당이 이번 사건을 전후해 분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집권당의 내분은 에르도안 총리가 귤렌 지지자들의 기반 가운데 하나인 입시학원을 폐지하는 정책을 추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지난여름 반정부 시위 때부터 에르도안 총리 측과 귤렌 측이 이견을 보이면서 갈등을 빚었고 지난달 입시학원 폐지로 전면전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귤렌 지지층이 보유한 여러 언론사는 최근 한 달 정도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냈으며 정부가 '귤렌 조직 대응책'을 마련했다는 비밀 문건을 연일 폭로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국가안보위원회의 문건을 보도한 일간지 타라프와 기자를 겨냥해 '반역죄'를 저질렀다고 비난했고 타라프는 총리가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을 했다며 총리를 고소하겠다고 맞섰다.

에르도안 총리 진영과 귤렌 지지층의 갈등이 첨예해지자 정의개발당 소속 하칸 슈큐르 의원이 지난 16일 밤 전격적으로 탈당을 선언했다.

그는 귤렌이 벌인 교육·사회봉사운동인 '서비스운동'을 사랑해왔다며 정부의 입시학원 폐지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슈큐르 의원은 에르도안 총리가 영입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정계에 큰 충격을 줬으며 에르도안 총리는 탈당만 하지 말고 의원직도 사퇴하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지난달에도 정의개발당 소속 이드리스 발 의원이 입시학원 폐지를 비판했다가 출당된 바 있다.

휴리예트는 내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의개발당 의원 가운데 귤렌 지지층의 추가 탈당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하면서 명단을 보도하기도 했다.

정의개발당은 이날 앙카라 당사에서 에르도안 총리와 주요 장관들이 참여한 긴급회의를 열어 이번 수사의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야당 "총리 사퇴해야"…미 테러금융 담당 차관 방문도 주목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을 비롯해 민족주의행동당 등은 총리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총공세를 폈다.

공화인민당 원내대표인 엔긴 아틀라이 의원은 "이 사건은 터키공화국 건국 이후 최대 비리사건"이라며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라면 정부가 이런 중대한 수사와 관련해 성명을 내야 하지만 터키 정부는 성명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이번 비리가 중대해서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공화인민당은 전날 당내에 전담반을 구성해 이번 수사를 끝까지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의원은 의회가 총리 불신임 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민족주의행동당은 전날 아들이 체포된 내무부, 경제부, 환경도시부 등 3개 부처 장관도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당의 옥타이 부르알 의원은 "총리는 세계 최대 부동산 에이전트가 됐다. 터키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모두 총리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총리실에서 대형 개발사업의 허가를 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수사는 주가 폭락과 환율 상승 등 터키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스탄불 증시의 대표지수인 BIST100은 전날 5.2% 폭락했고 이날도 2.9%의 급락세를 이어갔다.

아울러 최근 이란 핵협상 타결에 따라 터키와 이란 간 교류 활성화가 기대됐던 터키 국책은행 할크방크는 슐레이만 아슬란 행장 부부의 체포로 타격을 받았다.

경찰은 아슬란 행장 자택에 숨겨진 현금 450만달러를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할크방크와 이란 간 불법 자금거래 수사로 체포된 아제르바이잔 사업가 자라브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관여한 불법 거래 규모는 870억유로에 이른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휴리예트는 데이비드 코언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19일 터키를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코언 차관은 이란 금융 제재와 관련해 터키를 비롯해 독일, 영국, 이스라엘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 코언 차관은 2011년에도 터키 정부에 이란 제재를 준수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스탄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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