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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두환 전 대통령 '완판남' 등극

'全 콜렉션' 경매 현장 취재기

[취재파일] 전두환 전 대통령 '완판남' 등극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더라? 전씨 일가 소장품, 이른바 ‘全 콜렉션’의 오프라인 경매 2건이 끝났다. 지난 12월 11일 K옥션에 이어, 18일 서울옥션 경매까지, 2차례 연속 낙찰률 100%를 달성했다.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초유의 일이다. 모두 201점이 출품되어, 53억 4천만 원의 낙찰총액을 기록했다. 애초 낮은 추정가액 37억 5천만 원을 훨씬 웃돈 금액이다. 전체 검찰 압류 미술품이 600점 정도 된다하니, 일단 1/3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서울옥션 특별경매는 첫 번째 ‘전 콜렉션’ 경매였던 K옥션 경매의 열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예약 고객은 평소의 2배 정도인 180명에 달했고, 취재진들도 몇 시간 전부터 몰려와 진을 치고 있었다. 서울옥션 경매는 121점의 종류별로 나누어 진행됐다. 전재국 씨 콜렉션으로 알려진 스페인 수제 도자기 야드로 시리즈로 시작해, 해외 미술, 한국 고미술, 아르비방 작품, 한국 현대 미술 순이었다. ‘전 콜렉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을 로트 넘버(경매 순서) 10번 대에 배치해야 하는 게 아닌가, 야드로 도자기로 경매를 시작하기에는 조금 약하지 않은가 싶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권란 취재파일
(야드로 ‘Angel of the Mirror' 낙찰가 2,000만 원)
 

로트 넘버 1번은 40만 원으로 시작한 야드로 도자기. 경매 출품작 가운데에는 ‘다소’ 저렴한 가격의 작품이었는데, 어느덧 시작가의 2배인 80만 원에 낙찰되면서 순조로운 시작을 보였다. 야드로 도자기 가운데 가장 주목받았던 건 로트 넘버 7번, ‘거울 천사’였다. 200개 한정 제작품 가운데 119번째 작품이었다. 두 눈은 다이아몬드로, 흑요석으로 만든 거울을 들고 있는 큐피트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한정판으로 만든 ‘레전드 콜렉션’으로 야드로 매니아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작품이란다. 650만 원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치열한 전화 응찰 경합이 벌어졌고, 3배가 넘는 2천만 원에 낙찰됐다! 이어 다른 ‘레전드 콜렉션’도 줄줄이 10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팔려 나갔다. 야드로 도자기 35점 모두 낙찰되며 전체 낙찰가 1억 3220만 원을 기록했다. 재미있던 건, 야드로 도자기 35점 가운데 20점을 한 응찰자가 샀다는 점이다. 56번 응찰 번호를 가진 전화 응찰자였는데, 야드로 도자기 매니아인가 보다 했는데, 이후 다른 미술품들도 꽤 가져간걸로 보아서는, 대단한 콜렉터인 듯 하다.
권란 취재파일

(현재 심사정 ‘송하관폭도’ 낙찰가 5,800만 원)

권란 취재파일
(겸재 정선 ‘계상아회도’ 낙찰가 2억 3천만 원)

서울옥션 경매에서 최고가 작품으로 꼽히던 것은 원래 조선시대 화첩이었다. 18~19세기 조선 후기 화가들의 걸작 16점을 모아놓은 작품이다. 추정가액은 5~6억 원. 이 작품이 실제 경매에서는 한 점씩 따로 경매에 붙여졌다. 옥션 측은 “원래 따로 있었던 작품들을 소장자가 관상을 위해 묶어놓은 것”이라 개별적으로 경매를 진행한다고 밝혔는데, 아마 한 점이라도 더 잘 팔기 위해 그런 것 아닌가 싶다. 그 의도가 딱 맞아 떨어졌다. 현재 심사정의 그림 3점에서 벌어진 경합 열기는 겸재 정선의 그림에서 절정을 맞았다. 겸재 정선의 ‘계상아회도’는 8천만 원에 시작해 치열한 전화 경합을 벌였고, 결국 3배 정도 높은 가격인 2억 3천만 원에 낙찰되었다. 몽인 정학교의 ‘괴석도’, 석지 채용신의 ‘무신도’도 응찰가가 순식간에 치솟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권란 취재파일
(이대원 ‘농원’ 낙찰가 6억 6천만 원)
 
이번 경매에서, 아니 전체 ‘전 콜렉션’에서 주목받은 작품은 104번째에야 나왔다. 바로 이대원의 ‘농원’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에 오래 걸었던 작품으로, 검찰 압류가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공개됐었다. 이슈의 한가운데 서 있었던 작품이었을 뿐 아니라, 실제로도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었다. 백 점이 넘는 작품 경매가 2시간 가까이 진행되고 있었던 터라, 피로감이 감돌고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 ‘농원’ 경매가 시작되면서 다시금 장내에 긴장감이 퍼졌다. 시작가는 2억 5천만 원, 전화와 현장 경합이 벌어졌다. 현장 응찰자가 6억 5천만 원을 제시했고, 경매사가 이 가격을 호가하려는 순간, 전화 응찰자가 잽싸게 6억 6천만 원을 불렀다. 결국 최고 화제작 ‘농원’은 최고가를 기록하게 되었다. 지난 K옥션에서 김환기의 작품 5억 5천만 원보다 1억 1천만 원 높은 가격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권란 취재파일
(데이비드 살르 ‘무제’ 낙찰가 2,000만 원(1회 유찰))
 
야드로 도자기, 고미술, 한국 현대 미술이 큰 관심을 받았던 데 비해, 상대적으로 외국 미술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쩡 판즈, 장 샤오강, 위에 민준, 펑 정지에 같은 중국 최고 현대 미술로 꼽히는 작품들은 대부분 추정가 안에서 움직였다. 물론 해외 작품들의 경우 판화 작품이 많기는 했지만, 좀 저조한 건 사실이었다. 심지어 데이비드 살르의 작품은 처음에는 유찰되었다. 낙찰률 100%에 오점을 남기나 했는데, 마지막 121번 작품 경매를 마친 뒤 가격을 낮춰 재응찰을 진행해 간신히 낙찰을 받아냈다. 처음 시작가 3300만 원에서 1500만 원 낮춘 1800만 원에 재경매를 시작했고, 2천만 원에 낙찰이 되었다. 만약 데이비드 살르의 작품이 유찰된 채로 있었다면, 완벽한 100% 낙찰률은 물 건너 간 것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이로써 ‘완판남’에 등극한 것 같다. K옥션에서 17일까지 진행한 온라인 경매에서는 100점 가운데 3점이 유찰되며 97%의 낙찰률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600점 가운데 300점이 거의 다 새 주인을 찾아갔으니,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남은 작품들은 내년 3월까지 계속해서 경매에 넘어가게 된다. 한 때 아꼈던 소장품들이 이렇게 절찬리에 판매되는 것을 보고 전 전 대통령은 어떤 생각이 들까, 새삼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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