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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재오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야…"

대선 승리 1주년을 하루 앞두고 나온 비주류의 쓴 소리

[취재파일] 이재오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야…"
대선 승리 1주년을 하루 앞둔 오늘, 새누리당 최고중진회의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단연 이재오 의원이었습니다. 장성택 처형에 따른 북의 급변하는 정세와 장기화되는 철도노조 파업 같은 산적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낸 여느 중진들과 달리, 이재오 의원은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야'한다며 당청정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집권 1년 동안 새누리당이 한 게 뭐냐?' '야당의 발목잡기만 비판했지,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여당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준 게 뭐냐?' '깊은 성찰을 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앞서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소리가 들린다'며 에둘러 당 지도부를 비판한 정몽준 의원에 이은 이재오 의원의 발언은 회의장을 침묵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재오 의원의 발언은 회의가 끝난 뒤 더 큰 후폭풍을 몰고 왔습니다. '물러날 사람은 물러나야 한다'는 발언이 당정청에 대한 일상적인 비판을 넘어 인적쇄신, 그러니까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기에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기 때문입니다.

현 황우여 대표의 임기는 내년 5월 15일까지로 지방선거를 불과 20여일 앞두고 있습니다. 때문에 당 대표 선거를 지방선거 이전으로 할 지, 그 이후로 할 지는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입니다. 당연히 청와대의 의중이 중요하겠지만, 적어도 절차상으로는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당 지도부가 행사하기 때문입니다. 

정쟁으로 정기국회 회기를 소모한 국회로서는 임시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와 부수법안 등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합니다. 그래서 여야 지도부는 아직 6.4 지방선거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제 할일은 안 하면서 선거에만 매달린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무섭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임시국회가 마무리되면 '지방선거'는 여야 모두의 핵심 과제가 될 게 자명합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이재오 의원의 발언은 물 밑에서 잠자고 있던 전당대회 시기에 대한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자극제가 됐습니다. 이재오 의원 측은 '조기 전대는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며 발언의 수위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년을 돌아보며 잘못한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일반론적인 비판이었지, 특정인을 겨냥한 인적 쇄신 발언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재오 의원 발언 이후 비주류, 소장파 의원 중 일부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조기 전대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정치는 생물이라며 예산안 처리 등 일련의 과정에서 현 지도부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재오 의원의 진의를 100%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비주류의 대표격인 5선의 이재오 의원이 집권 1년이라는 시점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그 정치적 의도 역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의원의 발언은 계속될 거고, 또, 여기에 섞여 다른 비주류 의원들도 점차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일이 많아질 것은 자명해보입니다. 대선 승리 1년을 자축하는 지금이, 새누리당에는 또, 다른 권력싸움의 시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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