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며 정원사로 일하는 20살 청년은 17살 때 온두라스에서 몰래 미국으로 건너왔다.
10살 때 조직폭력배가 집에 돌을 던졌고 12살 때는 얼굴에 피멍이 들도록 때렸다. 15살 때 조직 폭력배는 그를 살해하려고 총을 쏴 결국 사촌이 사망했다.
아버지도 조직 폭력단에 희생된 그는 미국으로 건너와 망명을 신청했다. 망명 신청은 거부됐지만 그는 돌아갈 수 없다. 온두라스에 가면 아버지처럼 갱들의 손에 목숨을 잃을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며 그는 재심을 청구했다.
1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마약 조직의 잔학한 폭력이 일상화된 중남미 국가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망명을 요구하는 '난민'이 급증하고 있다.
5년 전에만 해도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난민'은 5천명이 채 안됐지만 지금은 7배로 불어난 3만 5천명에 이른다. 엘살바도르에서 1만935명, 온두라스 6천871명, 과테말라 5천573명, 멕시코 2천612명 등이다.
그러나 망명 승인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2012년 중국인 1만여명이 망명 승인을 받은 반면 멕시코인은 126명, 온두라스인은 234명이 고작이었다. 중국인의 망명 신청 가운데 50%가 받아들여지지만 멕시코인의 망명 신청은 승인율이 1%에 불과하다.
그래도 중남미 국가에서 망명 신청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그나마 미국 땅에 머물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일단 망명 신청을 하면 망명 승인 여부가 결정날 때까지 미국에 머물면서 직업까지 가질 수 있다.
대개 망명 승인 여부가 결정나는데는 3년이 걸린다.
중남미 국가 출신 망명 신청 관련 일을 하는 변호사 에릭 프라이스는 "미국에서 신분은 불안해도 3년 거주하는 게 과테말라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3년을 사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으냐"고 말했다.
중남미 국가에서 탈출한 '난민'에게 '망명'을 적극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버드대 이민정책 연구소 데보러 앵커 연구위원은 "중남미 국가는 사실상 내전 상태보다 더 생명의 위협이 심한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 법과전문대학원 빌 힝 교수는 "미국 정부는 (미국에 적대적인) 공산주의 정권 국가에서 온 망명 신청자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친미 성향의 정권이 집권하는 중남미 국가에서 망명자를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망명 신청자에 대한 허술한 대응이 '망명자' 양산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또 이민 관련 사기와 부정이 증가하는데 한몫한다고 우려도 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민자 권익 옹호를 위해 일하는 변호사 주디 런던은 "무슨 수를 써서든 국경을 넘은 뒤 미국 관리에게 '망명하고 싶다'고 말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뉴욕에서는 중국인들을 상대로 '정치적 망명' 승인을 받아주겠다며 사기치려던 변호사 6명을 포함한 일당 26명이 적발됐다.
관광이나 상용 비자를 받아 합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한 뒤 '망명'을 신청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망명 신청 대부분이 미국에 입국한 뒤에 이뤄진다. 2013 회계연도에는 이런 사례가 8만명을 넘어섰다.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에 제출된 보고서에는 멕시코에서 마약을 미국으로 운반하는 사람들이 망명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중남미인 '미국으로 망명' 신청 급증…올해 3만5천명
'망명 승인'은 드물어…합법적 거주수단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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