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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세계를 놀라게 한 히딩크, 희망을 현실로 바꾸려는 홍명보

역대 축구대표팀 감독 어록

"희망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많은 팬들이 기대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그 희망을 현실로 바꿔야하는 입장이고, 현실로 다가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브라질월드컵 조추첨과 현지 답사를 마치고 돌아온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지난 12일(목)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했던 말입니다. "국민들의 희망을 현실로 바꾸겠다"는 조심스러우면서도 힘있는 한마디였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참 '말을 잘하는' 지도자입니다. '말이 많다', '말만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황에 맞는 단어나 표현을 잘 선택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는 뜻입니다.  지난 6월 취임 기자회견 때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의 새로운 슬로건을 간단명료하게 표현했습니다. "원 팀(One Team), 원 스피릿(One Spirit), 원 골(One Goal)!" 올림픽팀을 이끌때처럼 팀플레이를 강조한겁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는 병역 논란에 휩싸였던 박주영을 감싸안으며 함께 기자회견에 나섰습니다. "박주영 선수가 군대 안간다고 하면 제가 대신 간다고 말씀드리러 나왔습니다."

축구대표팀 사령탑이라는 자리가 워낙 중요하고, 팬들의 관심도 높다보니 감독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례들을 한번 뒤돌아보겠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신화를 이끌었던 명장 거스 히딩스 감독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라는 잊지 못할 출사표를 던졌고, 그 말은 현실이 됐습니다. 그리고 1년 반 동안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출국할 때는 "Goodbye 대신 So Long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이별 대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습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 우리대표팀을 지휘했던 아드보카트 감독은 당시 강호 프랑스와 일전을 앞두고 히딩크 감독과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한국은 프랑스에 처음엔 5대0으로 졌지만 그 다음엔 3대2로 격차를 좁혔습니다. 이번엔 모두를 놀라게 할 차례입니다." 그리고 우리 팀은 박지성의 극적인 동점골로 값진 무승부를 거뒀습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일궈낸 허정무 감독은 종종 사자성어로 의지를 표현했습니다. 월드컵의 해가 밝았던 그해 1월3일 인터뷰에서는 '호시탐탐(虎視眈眈)', '호시우보(虎視牛步)'를 화두로 던졌습니다. "호시탐탐, 호시우보의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호랑이가 먹이를 놔두고 노리는, 기회를 엿보는 그런 자세로 우리가 노력할 것이고, 호랑이의 눈처럼 날카롭고 목표를 향해 우직하게 걸어가는 그런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16강 진출이 걸린 마지막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는 '배수의 진'을 뜻하는 파주침주(破釜沈舟) 라는 사자성어로 출사표를 대신했습니다. "파부침주의 심정으로 준비하자고 선수들과 얘기했습니다. 비기겠다..이렇게 나가지는 않겠습니다. 비기겠다는 경기는 상당히 어려운 경기고, 가능하면 이기는 경기를 하되 그렇다고 해서 뒷문 열어놓고 무작정 뛰쳐나가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한국축구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봉동 이장' 최강희 감독의 입심도 빼놓을 수 없죠. 특히 이란과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포르투갈 출신 케이로스 감독이 축구외적인 '국민 감정'을 운운하며 도발해오자 뼈있는 농담을 던졌습니다. "이란 감독이 세계적인 팀에서 좋은 것만 배우기를 바랐는데 엉뚱한 것만 많이 배운 것 같고 내년 월드컵은 포르투갈 고향에서 TV로 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당시 경기가 끝난뒤 우리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는 비상식적인 행동까지 했던 케이로스 감독은 브라질로 가긴 하지만 아르헨티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나이지리아와 한 조에 속해 험난한 여정을 치르게 될 전망입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 이제 6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1년전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던 히딩크 감독의 출사표가 거짓말처럼 현실이 됐듯이 홍명보 감독의 "희망을 현실로 바꾸겠다"는 말도 멋지게 실현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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